왜 노무현을 욕하다가 이제와서 노무현을 위해 우는가?

2009/5/29 by

꾸준히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해 온 분들 중에는 “언제는 노무현 욕 신나게 하더니 이제와서 오버한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가식적이다, 이제와서 그러다니 감정에 휘둘리는 냄비다라는 내용의 말씀을 하시기도 하지요.

검찰 수사가 진행될 때 쿨한 척 했던 저 자신도 사실 많이 부끄럽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도 vCJD의 농간에 놀아난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노통이 뇌물을 받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앞에 나서서 그의 무고함을 항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러던 분께 훈계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우리는 모두 그 분의 죽음을 애석해 하고 원통해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무엇을 잃은 것인지를 이제서야 깨닫고 슬퍼하고, 분해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께서 원하셨던 원하지 않으셨건 그 분의 서거는 대한민국에게 그 분께서 남기신 마지막 선물입니다. 그 분의 서거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 분께서 생전에 그토록 염원하시던 것이 무엇인지, 바보처럼 사는 것이 왜 가치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과거 그렇게도 민주주의를 염원해서 민주 정부를 수립했지만, 자기들이 애써 얻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망각한 채 그저 돈에 눈이 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반민주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은 “어떻게 부유하게 살 것인가” 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정말 대한민국이 다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부자 되세요”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서거에 애석해 합니다. 그에게서 배운 것을 좀 더 그와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제 더 이상 그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애통합니다.

이렇게 눈을 뜬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과거 그를 지지했건, 지지하다가 등을 돌렸건,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를 욕했건, 우리 모두는 이제 내일의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하는 국민입니다.

우리 모두가 한 표의 권리를 가지고 있듯이, 우리 모두는 그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객이고, 오늘 이 시점의 역사의 증인이며, 내일의 대한민국을 건설할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함께하는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소중합니다. 우리 모두를 소중히 생각합시다. 서로를 비웃거나 서운해하지 맙시다. 날 때부터 민주 투사가 어디 있답니까? 우리의 노짱도 처음에는 인권 변호사가 아니었잖습니까?

걱정 마세요. 오늘 많은 분들이 눈을 뜨셨습니다. 이번 주 내내 노짱은 우리 곁에서 눈을 뜨는 분들을 보며 활짝 웃고 계셨을 겁니다.

그 분은 비록 죽음을 선택하셨지만 이제 그 분은 대한민국에 생명을 주신 겁니다.

그 생명을 받은 모든 분들에게 따스한 마음으로 손을 내밉시다. 이제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요…

배리 이진행




3 Comments

  1. 안아픈세상

    축구가 좋아져서 님글들로 보는 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젠 세상사까지 눈뜨게 하시는군요…. 언제나 감사하며 눈팅합니다. 그래요. 함께 나아갑시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 Barry

      부끄러운 글에 과분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폰, 영원한 떡밥’을 트위터에서 읽고 방금 구글리더에 등록한 다음 첨으로 눈에 띄는 글입니다. 배리님은 제 생각을 바꿔 놓는 글들을 쓰시네요. 좋은 시간 보내시길… 아 참 저도 축구 무지 좋아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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