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돌풍 – 운빨인가 실력인가
1. 운빨인가 실력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K리그 2008의 막이 오른지도 벌써 한 달이 가까와지고 있습니다. 4월 5일 토요일 현재 수원은 무서운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리그 1위를 기록하며 (비록 인천이 일요일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2위로 내려가겠지만) 9득점 2실점의 무서운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고, 컵대회에서는 5득점에 무실점으로 조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합산하면 5승 1무 14득점 2실점이라는 놀라운 상황입니다. 그나마 2실점도 전통의 강팀인 성남을 상대로 2:2 무승부를 기록한 경기에서의 실점임을 감안할 때 수원의 돌풍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4월 5일 토요일에 있었던 부산과의 경기에서 수원은 비록 2대 0으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슈팅 숫자에서 부산이 7개(유효 4), 수원이 3개(유효2)로 많이 부족한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또한 후반전에는 25분 정도가 지나도록 슈팅을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원의 부산에 대한 승리가 운인지 아니면 실력인지에 대해 수원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2. 하나씩 뜯어보자 – 수비와 골키퍼
실력인지 운인지 알기 위해 일단 부위별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골키퍼의 경우, 지난해 국대 음주 파동으로 인해 마음앓이를 했던 이운재 선수가 절치부심하고 더욱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도 많이 빠진 모습으로, 전성기의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매 경기 환상적인 선방을 여러 차례 보여주는 모습은, 이운재 선수의 장점이 선방보다는 안정된 경기운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수원의 돌풍의 큰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수원의 수비 진영은 4백을 기본으로 간혹 변칙적인 3백이 되기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양상민-마토-곽희주-송종국 또는 이정수-마토-곽희주-송종국, 또 다른 경우에는 마토-곽희주-이정수-송종국, 심지어 양상민-마토-곽희주-이정수 등 다양한 조합이 시험 또는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놀라운 것은 양쪽 풀백이 모두 수비적으로만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정수, 마토, 송종국, 양상민 선수 중 누가 풀백으로 뛰건 오버래핑이 나름대로 많이 나오고 또 매우 위협적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점은, 상대 공격진이 빠른 발을 가진 경우 센터백으로 곽희주-이정수 조합이, 상대 공격진이 잔기술이 좋은 경우나 신장이 큰 경우에는 마토-곽희주 또는 마토-이정수 조합이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즉, 과거 발빠르게 돌아 들어가는 상대에게 약점을 노출했던 마토-곽희주 조합의 대안이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가지 수원의 수비의 강점은 바로 송종국 선수입니다. 올 시즌 주장 완장을 찬 송종국 선수의 경우 강력하고 위협적인 오버래핑은 기본이려니와, 반대편 풀백의 오버래핑시에 두 명의 센터백과 함께 3백을 형성하며 상당히 영리하고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며 수비라인에 안정감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수비의 강점은 바로 리그 및 컵대회 합산 2실점이라는 놀라울 정도의 안정된 수비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수원을 상대로 하는 팀들이 비록 슈팅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 골대를 빗나가거나 이운재 선수가 잡아낼 수 있는 쪽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대부분 수비가 안정적이고 위치를 잘 선점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잘 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3. 하나씩 뜯어보자 – 미드필드
이번 시즌 수원 미드필드 변화의 핵심은 누구나 인정하듯 조원희와 박현범입니다. 조원희 선수는 흡사 가투소가 온 듯한 투쟁적이면서도 노련한 플레이로 상대의 공격을 한 경기에도 수십번씩 차단하고 있습니다. 수원을 상대로 미드필드에서 조금이라도 볼 터치가 길 경우 어디선가 바람과 함께 나타난 조원희 선수에 의해 차단당하거나 볼을 뺏기는 모습은 이제 너무나 낯익은 모습입니다.
박현범 선수의 경우 기대를 받기는 했지만 신인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오히려 더 기대를 받았던 안영학 선수를 벤치로 밀어내고 주전으로 도약했습니다. 190cm의 키가 무색하게 발기술을 부리는 모습은 감탄을 넘어 귀엽기까지 할 정도인데, 여기에서 몸싸움이나 기세만 좀 더 키운다면 비에이라를 보는 듯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원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있어 현재 약점은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부상을 입을 경우입니다. 안영학 선수는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지 않고, 백지훈 선수는 부상중입니다. 하지만 비상시에 송종국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기 때문에 그리 큰 약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로는 이관우, 안효연, 조용태, 김대의, 남궁웅 선수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이관우 선수는 명성에 걸맞게 팀의 무게 중심으로 우뚝 서 있고 공격의 실마리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필요시 셰도우 스트라이커 위치로 이동하기도 함으로써 선수 교체시 전술 다변화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안효연 선수의 경우 예전보다 불필요한 드리블이 줄어들었고 움직임도 상당히 효율적이 되었으며 컨디션도 좋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슈팅도 좋아져서 벌써 두 골을 기록 중입니다.
조용태 선수는 개막전에서 교체 투입되며 별로 관심이 없었던 팬들을 화들짝 놀라게 한 장본인입니다. 사이드라인을 따라 치고 들어가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윙어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다소 중앙 지향적이면서도 수비수를 달고 뛰는 상태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성장하면 충분히 리그 정상급, 국가대표급 미드필더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김대의 선수도 부상에서 회복되어 컨디션을 올리고 있고, 남궁웅 선수도 4월 5일 경기에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점이 아쉬운 점입니다.
4. 하나씩 뜯어보자 – 공격진
이번 시즌 공격진의 가장 놀라운 변화는 에두의 서동현의 골 결정력 상승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에 마무리가 잘 안되는 모습을 노출했는데, 올 시즌에는 두 선수 모두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어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시즌 수원 돌풍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 중 또 다른 하나가 공격진에 있는데 바로 적극적인 수비 가담입니다. 공격수의 수비 가담이야 늘상 강조되는 것이지만, 에두, 신영록 두 선수의 경우 이 선수들이 공격수인지 미드필더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1선에서부터 차단하고, 2선에서도 경합하고, 심지어 3선까지 내려오기도 합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수비에 가담한 후 공격으로 전환될 때에는 어느새 상대 골문 앞까지 와서 골을 넣거나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 준다는 점입니다.
현재 10번을 받았지만 부상 중인 하태균 선수와, 이번 시즌 임대로 영입된 루이스 선수는 아예 뛰어보지도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에두, 신영록, 서동현 선수의 상승세는 상대 감독의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그래서 강한 이유가 도대체 뭐냐구?
1) 공격진의 강력한 수비 가담
기본적으로 수원의 상대는 공격 전개 자체가 잘 안됩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에두, 신영록, 서동현 선수가 1선에서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압박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 선수가 전방에서 설렁설렁 뛰고 있는 모습은 아예 보기도 힘듭니다. 바로 이런 점이 리그 – 컵대회 합산 최소 실점의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2) 넣어줄 때 넣어주는 결정력
지난 시즌과 달리 공격수들과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꼭 넣어야 하는 찬스에서 넣어주고 있습니다. 즉, 슈팅만 가열차게 날리다가 무득점에 무릎꿇는 패턴이 아니라, 다소 움츠리더라도 결정적 상황에서 반드시 넣고야 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밀어붙일 때에는 화끈하게, 역습할 때에는 날카롭게
축구를 하다보면 주도권을 잡고 할 때도 있지만, 주도권을 내주다가 단숨에 역습에 성공해야 할 때도 있게 마련입니다. 수원의 이번 시즌 경기를 보면,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에는 상대가 정신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몰아붙입니다. 그러다가 지고있는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움츠러들면서 기회를 엿보고, 그러다가 한 번의 역습에서 쐐기골을 넣어 버립니다. 즉, 밀어붙일 때에는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강하고 매섭게, 움츠렸다가 역습할 때에는 단번에 날카롭게 공격합니다.
4) 수비진에게 넘치는 자신감
이번 시즌 수원의 수비진은 자신감이 넘칩니다. 볼을 잡고 있을 때에도 허둥대지 않고 침착하게 공격을 전개합니다. 패스를 할 때에도 목적이 분명하고, 수비를 할 때에도 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합니다. 그렇다보니 뒷걸음질 치지 않고 확실하게 위치를 지키며 전진 압박을 합니다.
5) 한 템포 빠른 원터치 전진 패스
이번 시즌 수원의 경기를 보면 볼을 잡고 시간을 끄는 경우가 상당히 적습니다. 일단 자신에게 패스가 오면 미리 패스할 곳을 봐뒀다가 원터치로 패스합니다. 차라리 패스를 실수로 잘못 하는 한이 있어도, 시간을 끌다가 뺏기는 경우는 확실히 적습니다.
그런 패스가 심지어 대부분 전진패스입니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 수원의 패스 방향을 보면 좌우 전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진패스입니다. 뒤쪽으로 패스를 하더라도 줄 곳이 없어 돌리는 경우가 아니라, 한번 뒤로 주면 뒤쪽 선수가 수비진 뒤로 넘어가는 전진 패스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를 자세히 보면 차라리 상대에게 차단당하더라도 일단 전진 방향으로 패스를 시도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공격 기회가 많아지고 상대 수비가 허둥대게 됩니다.
6) 그러다보니 상대의 공수간격은 벌어지고
역습이 날카롭고 패스가 빠르면, 여기에 자신의 미드필더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면 수비수는 당연히 뒷걸음질을 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수비수와 미드필더, 공격수간의 거리가 당연히 멀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 수비가 물러서는 상황에서도 수원의 공격진은 중원 싸움에 가담하고, 수비수들은 전진 압박을 합니다. 결국 상대팀은 수비 간격이 점점 벌어지게 됩니다.
상대 공수 간격이 벌어졌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전진 공중 패스를 상대 팀이 커트하더라도 떨어지는 공을 받는 기회가 우리쪽에게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선수가 미드필드에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수원의 경기를 보면, 공중 볼이 상대에게 막히더라도, 떨어지는 세컨볼을 수원의 미드필더들이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잡게 되고 점유율이 올라갑니다.
7) 좌/우로 중앙으로 자유자재 공격 전개
분명히 이번 시즌 수원의 경기 역시 차범근 감독식의 선 굵은 축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위에 열거된 사항들이 있다보니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건,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이건, 혹은 킥앤 러시형 역습이건간에 자유자재로 호흡이 맞추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6. 그러니까 강하다
이번 시즌 수원은 강합니다. 강하다는 것은 전술적으로 강하다는 말이 아니라, 기본적인 실력이 강하다는 말입니다.
즉, 공격은 해주어야 할 것 – 골 결정력, 몸싸움, 1차 수비, 수비 가담 – 을 해주고, 수비는 해주어야 할 것 – 안정적인 수비, 빠른 공격 전개, 정확한 전진 패스, 공격 가담 – 을 해주며, 미드필더 역시 해주어야 할 것 – 중원 장악, 패스 전개, 공격 가담, 수비 가담, 상대 공격 중간 차단 – 을 해주고 있고, 마지막으로 골키퍼 역시 해주어야 할 것 – 안정적 수비, 선방, 공격 전개 – 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팀이야 말로 기본 실력이 강한 것으로, 이런 팀에게는 어떤 전술을 적용하건 잘 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번 시즌 수원은 아마도 모든 감독들이 감탄을 하며 부러워 할 것입니다. 스타급 선수는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각 부분 부분마다 모든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꾀부리지 않고 철저하게 잘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은 선수들이 실력이 좋기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바로 성실성입니다. 에두와 신영록은 앞서 말했듯이 공격수인지 미드필더인지 구분도 안갈 정도로 도처에 출몰하고, 이관우 선수는 특유의 엄살을 부리는 모습을 볼 틈조차 없이 죽어라 뜁니다. 수비수는 몸을 사리지 않고 눈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수비형 미드필더들, 특히 조원희 선수는 몸이 열개는 되는 것 같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성실하게 제 몫을 해 주는 선수들이 팀을 이루었고, 또 서로 조화가 되니 팀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7. 하지만 약점도 있다
물론, 약점도 있습니다. 우선 현재 대안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부상중인 선수들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현재 계속해서 같은 선수들이 기용되고 있습니다. 주로 기용되는 선수를 보면 벤치 멤버까지 포함할 때 매 경기 거의 비슷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신인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것 역시 약점 중 하나입니다. 신인 선수가 어느 정도 파악되는 여름쯤이 되면 이 선수들이 막히거나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 대안이 될 선수가 현재부터 로테이션으로 돌고 있어야 하는데 안영학, 김대의 선수는 아직 이번 시즌에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빨이라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비록 경기마다 무득점에 2:0 이상의 승리를 하고는 있지만 사실 아슬아슬하게 실점 위기를 넘긴 장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렇게 운이 언제까지 도와주리라는 기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8. 결론은
뭐, 아무튼 이번 시즌 수원은 강합니다. 매우 강합니다. 이런 팀은 슬럼프에 다소 빠지더라도 위기를 밟고 넘어서기도 합니다. 경기 중에도 자잘한 위기는 있지만 어떻게든 그 위기를 넘겨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수원의 모습이 참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지지자임을 기분좋게 만드는 경기를 해주고 있으니까요. 또한, 박현범, 조용태 선수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서동현 선수 역시 어떻게 자라줄지 기대가 됩니다.
수원의 힘찬 전진을 기대합니다.
배리 이진행






축구와 사진을 사랑하며 트위터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 어머니와 아내, 두 딸들을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는 늦깎이 열혈남.
깔끔하고 명쾌한 분석 감사합니다.. 제 홈피에 퍼갔습니다.. 괜찮죠?? ^^;
물론 배리님의 이름을 넣었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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