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산, 베어백호의 결과와 FC 코리아의 미래
Tweet1. 들어가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7 아시안컵이 끝났습니다.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2진 멤버라느니 조별 예선 탈락이 예상되느니 하던 – 사실 필자도 조별 예선 탈락을 예상했습니다 – FC코리아 대표팀은 예상외로 3위라는 그래도 상당히 높은 – 아시안컵 출전 기록을 볼 때 – 결과물을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대표팀 감독의 자진 사퇴라는 다소 당혹스러운 결과물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아시안컵을 통해 베어백 감독은 3점만을 실점하는 짠물 수비와 함께 3점만을 득점하는 헛물 공격이라는 평가를 들어야 했습니다. 강민수-김진규라는 난감할 정도로 어린 수비진은, 경기당 1회꼴로 대형 사고를 친다는 비아냥을 듣던 김진규 선수의 실수로 인한 실점을 포함해 3점만을 실점하며 포백의 완성이라는 다소 섣부른 평가까지 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이천수가 이끌었던 공격진은, 공격수 0골이라는 수모를 겪어가며 3점 득점만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베어백 감독에게 퇴진 압력이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3-4위 전에서 선수와 감독, 코치 2명 동반 퇴장이라는 기록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승부차기까지 가는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도 감독이 스스로 자진사퇴하는 초유의 볼거리를 제공한,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후임 감독에 코치 생활 2년이라는 초짜를 기용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점검해 보겠습니다.
2. 대한민국의 포백은 완성됐는가?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사용한 전술 포메이션은 4-3-3 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4-3-3이라기보다는 4-2-1-2-1 에 해당되는 포메이션입니다. 이 포메이션은 포백의 앞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다시 그 앞에 한 명의 미드필더를 두며, 그 앞에는 양쪽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윙으로 두고, 가장 앞에 원 톱을 공격수로 두는 형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두 명의 윙 포워드, 그리고 한 명의 센터 포워드라고 평가받아야 할 이 포메이션을 이렇게 한 명의 미드필더와 두 명의 공격형 윙 미드필더로 표현한 것은 이번 FC코리아의 플레이가 이런 표현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FC FC
FL FR AML AMR
AMC MC
DMC DMC DMC DMC
DL DC DC DR DL DC DC DR
[그림 1]
두 포메이션의 차이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다만 엄밀히 말해 두 포메이션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MC, AML, AMR 혹은 AMC, FL, FR에 해당되는 위치의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 스타일입니다. 이와 비슷한 포메이션으로 4-2-3-1이 있습니다. 이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FC
AML AMC AMR
DMC DMC
DL DC DC DR
[그림 2]
바로 이 포메이션이 프랑스 도메네크 호의 포메이션입니다. 두 명의 DMC는 두 명의 DC와 함께 Magic Square를 만들어 줌으로써 이 공간에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질식시킵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네 명의 선수의 위치 선정과 적절한 압박입니다. 만약 네 명의 선수 중 누구 하나가 무턱대고 압박해 들어가면 사각형의 축이 무너지면서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네 명의 축이 절대로 무너지지 않던가, 혹은 DL과 DR이 적절하게 커버플레이를 해 주어야 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2006 월드컵에서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이런 플레이가 빛을 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4-2-3-1 포메이션에서 중요한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AMC 자리이고 다른 하나는 간격 유지입니다. 공격수-공격형미드필더-수비형미드필더-수비수라는 4선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 공수 간격이 벌어져 센터 포워드가 고립되기 쉽고, 이로 인해 무의미한 크로스와 백패스가 반복되기 쉽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수비수들이 확실하게 전진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공간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공격형 미드필더가 상대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을 활발한 움직임이나 패스를 통해 무너뜨림으로써 센터포워드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거나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프랑스는 2006년에 지단이 이 역할을 확실하게 해 주었고 이로 인해 양쪽 윙과 센터 포워드 – 앙리 – 에게 득점을 할 가능성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의 4-3-3은 정확히 말해 4-2-1-2-1 이었습니다. 바로 [그림 1]의 오른쪽 포메이션입니다. MC 자리에는 김정우가 위치했고 AML과 AMR 자리에는 염기훈과 이천수가 위치했습니다. 그리고 두 DMC 자리에는 대체로 손대호와 김상식이 위치했습니다. 이 때, 손대호와 김상식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수비에만 전념을 함으로써 두 명의 DC – 강민수와 김진규 – 와 함께 제대로 된 Magic Square를 만들었습니다. 이호 선수가 다소 어정쩡한 위치 선정을 함으로써 이 사각형이 깨졌던 바레인전을 제외하고, 또 김진규 선수의 실수로 인해 실점한 사우디전을 제외한다면, 단 한번도 이 사각형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 – 무실점 – 을 상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이렇게 최신식 전술의 수비 구도를 확실하게 재현해 낸 한국팀은 비록 잠깐씩 무너지기는 했어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쯤되면 “그래, 그것 봐. 포백은 완성됐다니깐” 이라고 말씀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포백은 완성됐을까요?
아쉽게도 필자의 의견으로는 “현재 진행형” 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축구가 야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야구는 한 팀이 공격하면 한 팀은 수비만 하고, 다른 한 팀이 공격하면 또 다른 팀은 수비만 합니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의 공을 빼앗은 순간 공격이 시작됩니다. 바로, 최종 수비는 공격의 시발점입니다. 바로 베어백 감독이 김상식-김동진이라는 난감한 센터백을 기용하면서 들었던 이유와 같이 말입니다.
엄밀히 말해, 대한민국 포백의 수비가 완성됐는가? 아니 적어도 높은 수준에 올랐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그럭저럭 “네” 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백의 수준 자체가 높은가? 라고 말한다면, “글쎄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포백이 공격의 시발점이 되기는 커녕 공격력 저하의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4. 대한민국의 공격수는 낙제점?
앞서 언급한 MC 김정우의 문제는 사실 김정우 선수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MC 김정우가 존재하게 된 1차적인 원인은 바로 김정우 선수의 기동력과 박지성 선수의 부상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활동 범위가 넓고 기동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인할 축구팬은 없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박지성 선수는 대표팀에 없습니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만큼 기동력이 뛰어나고 수비력도 있는 미드필더를 찾다 보니 김정우 선수가 기용됐습니다. (이 점에 있어 백지훈 선수나 이관우 선수가 기용되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데 왜 김정우 선수같은 기동력과 수비력 있는 선수가 필요할까요? 그것은 바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입니다. 보통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 흔히 더블 보란테 시스템이라고 하는 – 를 둘 경우 한 명은 홀딩 역할을, 다른 한 명은 앵커맨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한 명은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상대의 플레이를 차단하고, 공격시에는 완급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하는 홀딩 역할을 맡고, 또 다른 한명은 높은 활동력으로 대인마크를 하거나 차단을 하다가도 공격시에는 스스로 치고 올라가거나 빠르게 패스를 연결해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는 앵커맨 역할을 맡습니다. (엄밀히 말해 앵커맨은 공격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프랑스의 경우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앵커맨과 홀딩 역할을 둘 다 잘할 수 있는 사기성 플레이어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마켈렐레쪽이 좀 더 수비적으로, 비에이라쪽이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두 수비형 미드필더 중 손대호 선수는 파이터형 선수로서 공격작업에 능한 선수는 아니고, 김상식 선수는 차단 + 연결을 하는 역할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공격에 치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두 명의 센터백과 또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 손대호 선수 때문이었습니다.
아시안컵 경기들을 보면 시간이 갈 수록 나아지기는 했습니다만, 손대호 선수는 개인기가 능한 선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고, 두 명의 센터백 역시 상대방의 빠르게 흔드는 플레이에 짚단 무너지듯 하는 모습을 한 두 차례씩 노출했습니다. 즉, 나올 때 나오고 밀어낼 때 밀어내는 노련한 플레이는 많이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이러다보니 결국 네 명의 DMC + DC는 제자리에 붙박이처럼 고정되어야 했고 공격 작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간혹 김진규 선수가 앞쪽까지 치고나오기는 했는데 그건 솔직히 말해 공격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수비를 불안하게 만드는 플레이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드필드의 장악이라는 미드필더 본연의 업무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소홀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공간을 채워줄 역할을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쓰고 중앙 미드필더라고 읽는) 김정우 선수가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명의 윙은 열심히 오르내리고 스위치를 해보기도 했습니다만 고립된 원톱에게 효과적인 패스를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베어백 감독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세 명의 미드필더가 공격에 적절하게 가담할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인지 볼을 소유하는 플레이를 요구했지만 이는 오히려 공격 지연을 불러와 상대가 수비 위치를 장악할 시간을 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빠른 역습을 통해 득점을 하려는 의미인지 조재진/이동국 선수에게 미드필드로 내려오지 말 것을 주문했지만, 이는 기대에 못미치는 플레이 – 엄밀히 말해 전술적 문제지만 – 를 보여준 김정우 선수로 인해 발생한 중앙의 공백 덕분에 숨통이 트인 상대 수비수들에게 원톱이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이는 부족한 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해 발생한 총체적 난국이며, 이 문제의 원인은 공격진이 아닌 바로 수비진에 있다는 점입니다.
5. 그래서 베어백 책임인가?
물론, 당장의 아시안컵에서의 재미없는 축구는 베어백 책임이 맞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3-4년을 두고 본다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팀의 전술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데다, 베스트 플레이어를 두고도 부상으로 못 쓰는 상황이 너댓명씩 발생한 것은 베어백 책임이 아닙니다. 즉, 베어백은 향후 설기현, 박지성, 이영표 등이 뛰는 대표팀을 가정할 수 밖에 없었고, 이 선수들이 다 뛸 것을 가정할 경우 현재의 4-2-1-2-1은 4-2-3-1 형태에 가까워지면서 상당히 위력적인 축구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현재의 어린 수비진의 기량이 성숙하고, 리그에서 다른 수비진이 가세하면서 좀 더 수비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현재의 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에 몇 몇 선수가 가세하고 전체적으로 기량이 성숙된다면,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와 양쪽 윙 포워드(라고 쓰고 좌우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읽어야 할)에 설기현, 박지성, 이천수 선수가 주전으로 뛰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리고 이동국 선수의 기량이 옛 모습을 찾거나 몇 몇 신진 공격수들이 성장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어떨까요? 시쳇말로 후덜덜한 4-2-3-1이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당장은 베어백 책임, 하지만 미래를 놓고 보면 베어백 책임이 아닌겁니다.
6. 그러니깐 베어백은 명장인가?
이 점에 있어서는 다시 한번 “글쎄요”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베어백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나 선수들을 이끄는 능력은 꽤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실시간 상황 대처에 유연한 “승부사”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만약 진정한 승부사라면 앞서 논한 전술적 상황이나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해결하려는 변화의 노력을 보였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의 전술적 특성은 “누가 그 자리에 들어가도 항상 똑같은 전술”이라는 다소 드라마틱할 정도로 허탈한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비즈니스 사회의 CEO라기 보다는 명문대 경영학과 교수님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명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장하고 있는 한국 축구에 있어 이런 감독 – 교수님 – 이야말로 어찌보면 상당히 잘 맞는 궁합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대로 된 포백 시스템이나 역할 분담에 대해 선수들의 이해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7. 그러니깐 베어백 사퇴를 막자는 건가? 아니면 대안은?
이미 끝난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죽은 자식 ?? 만지기 입니다. 자기가 싫다고 떠나는 사람 바짓 가랑이 붙잡고 늘어져 봤자 꼴만 사나울 뿐입니다. 팬들이 몰아냈다고 하지만 사실 그 스스로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나간게 맞다고 봅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부친이 위독한 현재 상황도 관련이 없지 않을 듯 싶습니다. 그러니, 고마웠다고, 잘 가라고 해 주면 됩니다.
그러면 대안은 뭘까요? 홍명보 감독?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대한민국 축구계의 하나회 축협 라인은 축구의 달인 모씨로부터 시작해서 조모씨나 김모씨 등을 거쳐 박성화, 김호곤, 그리고 온 국민의 영웅 홍명보씨로 이어집니다. 이들의 라인에 비주류 – K 모 감독이나 J 모 감독, 그리고 C 모 감독 등 – 감독들이 끼어들어갈 자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다음대 국내파 감독은 보나마나 박, 김, 홍 세 사람 중의 하나일 겁니다.
만약 다른 비주류 감독이 대표팀 감독 자리에 오른다면 그것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조치이거나 희생양이 필요한 겁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대안을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대안은 그들의 머릿속에 다 나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겁니다. 또 압니까? 갑자기 리피 감독이나 웽거 감독이라도 데려올지요.. -_-;;;
배리 이진행
http://www.barrysfamily.net/barry






축구와 사진을 사랑하며 트위터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 어머니와 아내, 두 딸들을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는 늦깎이 열혈남.
가끔 싸월에서 글로서 뵙는데~ ^^ 블로그에서 글을 읽기는 오랜만이네요~
저야 아주 단순하게 축구를 보지만 그래도 7월 한달 빅게임이 많아서 행복했습니다.
어제인가? 밥먹으면서 여자친구가 그러더군요. 축구는 너무 쉽게 감독을 바꾼다고.. ^^;;
여하튼 아시안 게임에서 진득하게 막아내는 모습에 흐믓했는데 아쉽습니다.
더구나 홍** 감독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한숨이 가득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