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관전평] 대한민국:미국 U-20 월드컵

2007/7/1 by

1. 개요


2007년 6월 30일에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는 대한민국과 미국의 U-20 월드컵 D조 조별 예선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브라질, 미국, 폴란드라는 말하자면 죽음의 조에 속한 이번 청소년 대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다소 이상한 면이 있었습니다만 마지막 공개 평가전이었던 체코와의 경기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습니다.


2. 포메이션


대한민국 : 3-5-2 (또는 3-5-1-1)
   신영록 심영성
  이상호   이청용
박주호  김동석  신광훈
 기성용 최철순 배승진
     김진현


미국 : 4-4-2 또는 4-5-1
      알티도어
    체텔라  아 두
로저스   브래들리   지조
워 드 스투지스 발렌틴 벨트란
      세이츠


대한민국은 3-5-2를 기준 포메이션으로 하되 심영성 선수가 셰도우 스트라이커에 가깝게 신영록 뒤에서 플레이했고, 그 뒤를 5명의 미드필더가 받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미국은 알티도어가 최전방에 서고 체텔라가 좀 더 앞에, 아두가 그 뒤에 서는 형태로 대한민국과 비슷한 세도우 스트라이커를 기용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3. 경기 내용


미국은 전반 시작과 함께 강력한 압박으로 대한민국의 패스가 전개되는 것을 시작부터 막았습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5분여가 지날 때 까지 전방으로 이렇다 할 패스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번 청소년 대표팀 특유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하던 대한민국은 미국의 측면 뒷공간을 노리는 긴 패스가 몇 차례 이루어지면서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지만 이청용이 상대 수비수로부터 빼앗은 공을 신영록 선수에게 연결한 것이 상대 수비수에 막힌 직후 이루어진 미국의 역습에서 대한민국의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상대의 크로스에 이은 체텔라 선수의 헤딩으로 실점을 하고 맙니다.


실점 이후 대한민국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공격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압박이 점점 느슨해 지면서 경기의 주도권은 대한민국으로 넘어옵니다. 결국 미드필드에서의 확실한 볼 키핑과 원터치 패스로 경기를 주도하던 대한민국은 38분경 심영성의 패스에 이은 신영록 선수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허무는 골로 동점을 만듭니다.


이후 대한민국은 몇 차례 득점 찬스를 잡지만 무위로 돌아갑니다.


후반 들어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공세를 유지하며 경기를 지배합니다. 후반 5분 경에는 크로스바를 맞추는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후반 중반 이후 양 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다소 소강상태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일진 일퇴의 공방전을 벌인 양 팀은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합니다.


4. 환상적인 패스 축구, 이것이 정말 대한민국?


네덜란드에서 축구를 한 감독의 영향인지 미국은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과 토털 사커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아직 어린 탓도 있겠지만 득점 이후 급격히 허물어지며 어설픈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어설픈 네덜란드 축구였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전통적인 대한민국 축구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뛰어난 볼 키핑과 패스, 그리고 효율적인 개인기를 부리며 흡사 아르헨티나를 연상시키는 축구를 보여줍니다. 과거 수비적으로 나가다가 뻥 차고는 죽어라 뛰어 역습을 노리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했다고는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합숙 기간이 짧아진 것 또한 사실인데도 훨씬 더 뛰어난 패스 축구였습니다. 이는 선수들이 볼을 주고 받거나 간수하는 데에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에 먼저 실점을 하고도 오히려 침착하게 공세를 이어가고 주도권을 잡아가다가 결국 동점골을 성공시키는 모습은 20세 이하 청소년 팀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의 노련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선수들 중 많은 숫자가 K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 역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대한민국 축구의 살 길은 K리그의 발전입니다.


우선 이렇게 멋진 플레이를 하는 팀을 만들어 낸 조동현 감독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며, K리그에서 일찌감치 산전수전을 겪은 어린 선수들의 패기있고 노련한 플레이가, 어려서부터 나름대로 선배들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축구를 한 기본기와 어우러져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5. 수비상의 문제점


워낙 좋은 이야기는 많은 축구팬들이 하고 계시니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 경기의 실점 장면이나 위기 장면은 대체로 경기장 중간 쯤에서 골문을 향해 올라오는 전진 크로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은 모두 미국 선수가 크로스를 할 때 붙어주는 우리 선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3-5-2 포메이션의 특성상 좌우 측면에 각각 한 명씩의 선수가 포진하게 되는데, 상대가 4-4-2를 사용할 경우 상대 측면 수비수의 오버래핑시 아무래도 상대 선수 한 명에 대한 마크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는 예외 없이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공격형 미드필더가 빨리 뛰어와 함께 마크를 해 주어야 하는데 경기 내내 묘하게도 수비형 미드필더+수비진과 공격형 미드필더+공격진 사이에 미묘한 틈이 발생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이 틈은 평상시에는 잘 안보이다가도 미국이 좌우로 패스를 공급하면서 대한민국의 수비를 흔들다가 미국의 측면 수비수가 오버래핑 들어가며 공이 측면으로 공급되는 순간에 발생하곤 했습니다.


즉, 대한민국의 미드필더들은 열심히 뛰고 패스를 예쁘게 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지키며 측면의 윙백과 측면 수비를 분담하는 존 디펜스에서 다소간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은 브라질과의 다음 경기에서도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속히 대비하여야 할 부분입니다.


6. 교체 타이밍의 문제


워낙 압도적인 경기를 한 데다, 또 이렇게 멋진 패스 축구를 하는 팀을 만들어 낸 공로로 인해 조동현 감독에 대해 칭찬이 나오는 것이 마땅하기는 합니다만, 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계방송에서 아나운서가 하태균 선수를 가리켜 몸싸움과 제공권에 능하다고 헀지만, 사실 하태균 선수는 오히려 개인기에 능한 선수입니다.  물론 셰도우 스트라이커라기보다는 최전방 공격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영록 선수와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기는 합니다만, 부상으로 인해 불안 불안하던 심영성 선수를 두고 오히려 잘 뛰고 있던 신영록 선수와 하태균 선수를 교체한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적어도 하태균 선수를 넣지 않더라도, 신영록 선수보다는 심영성 선수를 먼저 교체해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하태균 선수 투입 직후 경기가 급격하게 소강상태에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즉, 하태균 선수는 심영성 선수의 지원을 덜 받는 상황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쉽게 상대에게 마킹당했습니다. 반면 하태균 선수에 대한 마킹으로 인해 발생한 빈 공간에 대해 제대로 공략한 대한민국 선수가 없었다는 점도 교체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7. 무의미한 세트피스 플레이


또한, 여러 차례 있었던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았던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직접 프리킥 상황에서 골이 연결되는 확률이 크게 높아진 바, 청소년 대표팀 역시 이런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만, 아쉽게도 세트피스 상황은 매우 무의미하게 소모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8. 결론


물론 대회에 나갔으니 우승을 목표로 해야겠습니다만, 우승은 둘째 치고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이 이렇게나 “예쁜” 축구를 “압도적으로” 했다는 점은 크게 고무적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폴란드나 브라질은 이 경기 보며 가슴이 철렁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동현 감독과 선수들은 이 경기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빠른 시간 내에 보완함으로써 자신감을 배가시킴으로써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배리 이진행 ( http://www.barrysfamily.net/bar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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