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그 영원한 떡밥

2009/9/2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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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출시와 관련된 이야기가 무성하다. 오죽하면 아이폰 출시를 바라는 사용자들을 낚시질한다 하여 아이폰 관련 이야기는 떡밥이라고 하는데, 그 떡밥이 지나쳐 쉰내가 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전세계 웬만한 국가에는 다 출시된 아이폰이 한국에만 출시가 안되고 있다. 그것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아이폰이 꼭 출시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이폰이 출시 안된 나라는 IT 후진국인가? 사실 아이폰이 출시되고 안되고가 당장 IT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이폰 출시 지연의 원인과 의미

이 일련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본질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폰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 그렇다 안되는 것이 아니라 늦어지는 것이라고 보자 –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음 아이폰이 출시되지 못했던 이유는 WIPI 탑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WIPI는 사실상 외국 휴대폰 제조사가 국내 이통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진입 장벽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WIPI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국 이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었다.

그 다음으로 출시가 안된 이유는 통신사에서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사는 데이터 요금을 정액제가 아니라 종량제로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 Network을 통한 데이터 통신이 아니라 WiFi를 이용한 데이터 통신을 많이 이용하는 아이폰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다른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에 WIFi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이는 시장에서 아주 작은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경우 이미 출시국에서 보여주듯 기존의 패러다임을 흔들어버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데이터 통신 요금으로 돈을 벌어보려고 했던 이통사들이 거부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많은 분들이 비판을 했다. 당장은 이런 폐쇄적 태도가 돈을 벌어줄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WiFi를 허용함으로써 데이터 통신을 사용하는 시장 자체를 키워나가는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의견에 밀린 탓인지 결국 이 고비도 넘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 과정을 추진한 것은 결국 KT, KT는 이통망과 함께 유선망에 기반하는 HotSpot을 가지고 있다. 즉, KT 입장에서는 WiFi 네트웍을 허용하는 것이 결국 자사 네트웍에 대한 활용도를 올림으로써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아이폰이 AT&T 네트웍으로 출시될 수 있었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즉, 애초부터 KT는 아이폰을 출시할만한 자원을 충분히 갖춘데다 자사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짧은 시각으로 이를 지연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다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문의 배후에는 특정 제조사와 경쟁사가 훼방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GPS 정보가 외국으로 전달되면 안된다는 현행법이 걸려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인터넷 세상에서 이는 사문화된 규정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정을 들어 출시를 지연시키는 데에는 누군가의 방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나 루머가 사실이건 아니건 이 과정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바로 국내 기업들의 폐쇄적 논리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라던가, 혹은 무엇이 정당한지 안한지 따위는 관심 밖이다. 오로지 기업, 그것도 한국의 굴지의 대기업들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지다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들 갖고 싶어하는 아이폰 출시는 비틀리고 방해받고 거부된 것이다.

아이폰 출시 지연의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간에 결국 아이폰 출시가 지연된 본질은 바로 이런 소비자가 아니라 대기업이 왕이 되는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숨어있다.

아이폰 출시의 의미

그렇다면 아이폰 출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아이폰 출시가 되면 갑자기 한국이 IT 선진국이라는 인증이라도 받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폰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이폰은 풀 터치폰이라는 특징 외에 앱(App)을 개발할 수 있는 도구가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그 도구를 이용해서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리면 이것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또 이것을 저렴하게(혹은 비싸게) 구입해서 자신의 아이폰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핸드폰에 조잡한 게임 다운로드 받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전문 휴대용 게임기 수준에 육박하는 게임에서부터 실생활에 활용하기 좋은 다양한 앱들이 수십만 가지가 넘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손안의 휴대 전화가 더 이상 전화기의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휴대 단말 기기로 진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Unit Conversion 계산”을 한다거나 “일정 관리”를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걸어다니며 트위터를 하고, 걸어다니며 웹브라우징을 하며, SMS 메시지를 주고받듯이 MSN이나 야후 메신저를 사용하고, 자신이 휴대 전화로 찍은 영상을 즉석에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기능이 단 하나의 휴대 전화로 통합되어 진정한 디지털 컨버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에서 애플의 앱스토어와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의 터치폰이라면 어떤 기종에서나 작동하는 앱의 표준을 만들고 이 도구를 배포하여 애플의 아이폰 앱스토어와 경쟁한다고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이폰의 보급 대수보다는 삼성의 휴대전화기 판매 수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 문제점이 있다.

애플의 아이폰에는 있고 삼성의 휴대전화에는 없는 것, 그것은 말하자면 문화라는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와 개발자는 우스갯소리로 잡스교에 심취해 있던가(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를 신봉한다는 의미) 그것이 아니라도 아이폰이 주는 창의성이나 익사이팅한 면에 폭 빠져있다. 이것은 애플이 삼성과 같은 회사와 달리 문화를 만들고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개발자와 사용자, 그리고 제작사인 애플로 이루어지는 생태계(Eco-System)를 구성했고 이것은 아이폰의 시장 자체를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안에서 소비자와 개발자는 아이폰을 즐기고, 사랑하고, 활용하고, 발전시킨다.

하지만 삼성 앱스토어의 경우 이런 문화가 아니라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공급하는 하나의 통로 역할밖에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은 원래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다소 떨어지는 약점을 보여왔다. 왜냐하면 삼성은 전자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에서 공개한 앱스토어는 그 자체의 개념은 훌륭하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이건, 윈도우 모바일 플랫폼이건, 혹은 삼성 자체 OS이건간에 동일하게 작동하는 앱(App)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괜찮은 개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용자나 개발자를 열광시키는 어떤 문화적인 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기계적이고 상업적이고 상투적이다. 기능은 다 있지만 문화는 없다. 아이폰 앱은 즐겁지만, 삼성 앱은 기능이다. 이것이 애플과 삼성의 결정적 차이다.

이러한 문화적 측면을 짚는 이유가 있다. 아이폰은 그런 문화적 측면에서 비롯된 자유분방한 앱들에 힘입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폰으로 인해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 다가서고 있다. KT나 SKT 같은 통신 회사가 말하는 네트워크 세상이란 사실상 단지 물리적, 논리적으로 연결된 것 이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폰이 말하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는 트위터가 있고 페이스북이 있고, 웹이 있고, 메시징이 있으며, 구글맵이 있고, GPS가 있고, 증강 현실이 있다. 이런 다양한 네트워킹 도구가 물리적, 논리적 뿐만 아니라 인간적, 감성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줌으로써 사용자들은 더욱 더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폰이 열어준 세상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필자가 사용하는 팜 프리(Palm Pre)라는 스마트폰의 경우 아이폰의 이러한 장점과 함께 휴대전화에 가까운 면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팜프리나 안드로이드폰과 같은 스마트폰들은 아이폰이 열어 놓은 새로운 세상을 더욱 넓혀나가고 있다. 이제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이동통신 사용자들은 항상 연결되어 있는(Stay Connected), 그래서 더욱 더 네트워크화 되어 가는 진정한 정보화 사회로 발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데이터에 종량 요금을 물려 돈을 우려내려는 우리나라 이통사의 잘못된 생각은 그만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폰에 의한 데이터 네트워킹이야말로 최근 다른 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화두이다. 사람들은 좀 더 기발하고 다양한 앱을 개발하고 사용하며 그것이 아이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스마트폰으로 퍼져나간다. 그리하여 항상 연결되고 네트워크되어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그래서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친구들과도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것이 타인과 대화하는 하나의 중요한 채널이 되는 그런 사회로 변화하는 것이다.

IT 갈라파고스, 대한민국

남들이 이렇게 진화할 때, 대한민국의 선택은 독자적 진화다. 그것이 정말로 독자적 진화인지 그냥 내갈길 가겠다는 것인지는 후세가 판단해 주겠지만, 아무튼 남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가 되는 것이 사회 정의를 이룩하는 길인 것일까? 과연 루머에 관련된 기업들은 악이고 애플은 선일까? 현재의 상황이 과연 악에 의해서 선이 밀려난 상황인 것일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순진한 것이다. 애플 역시 자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일 뿐이다. 애플은 AT&T와의 거래 상황에서 자사의 이익을 충분히 챙겼다. 오죽하면 AT&T는 재주만 넘었다는 조소까지 받고 있다. 애플이 한국 시장에 온다고 하면 사실 한국 기업의 이익을 빼앗아 갈 것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애플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아이폰에 삼성 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부가가치에 의한 이익은 결국 애플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순진한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이동통신 환경이 남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IT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던 대한민국을 버려진 시장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정보화 사회로 접어드는, 세계 S/W 시장의 재편이라는 격동기에서 한국이 낙오하게 만들 수 있고, 결국 전체 IT 시장을 낙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폰 출시가 지연되는 것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내일 당장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 발표가 된다는 새로운 떡밥까지 나왔다. 물론 실제로 출시가 결정되고 발표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 지연이 웅변하는 한국 IT 의 문제점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의 IT는 여전히 비전이 없으며, 문화가 없고, 기획자가 없고, 개발자가 없고 소비자가 없다. 다만 대기업이 있고, 이권 다툼이 있고, 공작 정치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IT가 갈라파고스가 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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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요즘에 아이폰때문에 생각이 많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0^ 그래도 풀리지 않은 것도 있고.. 공부해야 할 것도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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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ubei

    정부관련인들이 “갈라파고스가 되고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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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eesokim

    아이폰이 영원히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구요, 그리고 그 변화를 막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조만간에 아이폰이 출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애플에 열광하는 것에 비하여 애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비자는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소비를 해야겠죠. 아마, 나중에 A/S 문제로 다시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만큼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훌륭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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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물론 수많은 App들을 한국에서 고스란히 쓸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App에 대하여 자체적인 [방통위나 다른 기관에서] 검열이 있을 것이고, 심의에 통과한 App들만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심의를 해줄 리는 없고, 해달라고 해도 잘 안해줄겁니다…. 혹은 개인 App 제작자는 심의를 받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 날 수도 있고요, 결국 심의를 받은 App만 유통되는 갈라파고스 한국에서는 그동안 WIPI에서 자행해왔던 일방적 서비스 공급이 다시 반복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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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트위터리안들이 한 손에 ‘아이’ 한 손에 ‘폰’을 들고 시청에 모여서
    ‘아이폰 출시 촉구 트위터리안 결의대회’라고 함 해야할 것 같습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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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머찐..

    삼성앱스토어의 경우 계열사 한곳과, 프린터 카트리지로 유명한 곳에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활발해 진다고 해도 사이트 개편, SDK(있는지 모르겠으나..) 업그레이드 등 향후 얼마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지 의문입니다. 의지가 있다고 해도 힘들겁니다. 여느 SI프로젝트 처럼 만들어 놓았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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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만의(?!) 유력한 정보에 따르면 연말 가까이에 물량이 풀린다고 하더군요. 물량확보를 하고 있나봐요. :P 또 하나의 떡밥이 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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