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선화전을 통해 본 수원의 문제점

2009/4/25 by

1. 상하이 전에서 나타난 수원의 전술


상하이 선화전을 보면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1. 전반 중반까지 짧게 짧게 끊어가면서도 전진 패스를 꾸준히 시도하는 흐름
2. 전반 중반 이후 전반 종료까지 상하이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킥앤러시
3. 후반전의 다소 어정쩡하고 애매한 흐름

사실 차범근 감독님의 수원은 항상 위의 세 가지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첫번째가 잘 풀릴 때에는 대승을 했고, 두번째가 잘 풀릴 때에는 역전승이나 2-1, 2-0 정도의 승리가 많았으며, 세번째 흐름일 때에는 지거나 무승부가 많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차감독님 축구가 뻥축구라고 하시는데, 사실 차감독님은 위의 1번과 2번 전술을 혼용하는 편입니다. 팀 전술 훈련을 보아도 A 선수가 B에게 주면서 자기가 달려들어가면 다시 B는 A에게 원터치로 패스해주고 A가 바로 슈팅을 하는 훈련을 자주 합니다. 이 때 움직임은 원터치로 끝내는 것을 지향합니다.

즉, 패스 축구를 하더라도 남미식의 좌우로 계속 흔들어대는 패스 게임이라기보다는 가급적 전방으로 원터치 패스를 이어갑니다. 즉, 좌우 방향 패스보다는 전방을 향한 패스를 시도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패스 축구를 할 때에는 수비수가 단번에 전방으로 올리기 보다는 측면을 따라가면서 2:1 월패스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러면서 코너에어리어까지 가서 그곳에서 크로스를 올리던가 아니면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밖에 있는 미드필더에게 짧은 패스로 이어주면 중거리 슛을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득점을 잘 하는 선수가 현재 수원에서는 바로 백지훈, 박현범입니다. 어떤 때에는 측면에서 계속 공을 몰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득점하는 선수가 바로 배기종이나 홍순학 선수이지요. 즉, 맨유 스타일과 리버풀 스타일을 혼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하이전에서 이런 1번 스타일의 공격이 주도권을 잡으면서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는데, 그것은 상하이가 포백을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 조밀하게 세워놓고 미리 영역을 선점한 후 미드필드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원래 전진 원터치 패스라는 것이 어느 정도 모험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확도나 성공율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상하이 선수들이 미리 영역을 선점하고 나오면서 패스를 끊었거나 길목을 차단했고, 여기에 나름 괜찮은 대인 마크까지 병행했기 때문에 도무지 일정 수준 이상까지 패스가 이어지지를 않았던 것입니다. 전반 중반까지의 양상을 보면 대개 패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다가가면 패스가 끊기더군요.

이에 따라 차감독님은 진영을 전체적으로 조금 뒤로 내린 상태에서 단번에 넘어가는 롱패스를 시도했고, 발빠르고 방향 전환이 빠른 이상호-배기종 투톱이 신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상대 수비가 발도 느리고 방향 전환도 늦다는 점을 파고들면서 역전에 성공한 것입니다.


현재 수원이 K리그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수원의 최근 경기를 보면 위의 흐름들 중 1번도, 2번도 안먹히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경기의 후반전 흐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1번과 2번을 모두 틀어막는 방법입니다.

우선 상대팀은 공격을 거의 포기한 상태로 수비진을 견고하게 하여 위치를 선점하고, 수원의 키플레이어 – 에두 – 를 대인 마크로 틀어막습니다. 그리고 공격수는 한 명 정도만 내버려두고 나머지를 밑으로 내려 미드필드에서 과감하게 압박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수원은 1번처럼 빠른 전진패스를 시도하다가도 일정한 선이 되면 끊기게 되고, 2번처럼 롱패스를 시도하려고 해도 줄 곳이 없거나 미드필드에서 공을 빼앗기거나 패스가 부정확해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을 때 역습을 시도하면 대체로 느린 편에 속하는 수원의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를 놓쳐 실점을 하는 식입니다.

작년에는 이정수 선수가 나름 빠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커버가 됐고, 마토 선수가 이런 상황에서 올라오는 공중볼을 다 걷어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아주 발빠른 수비수도 없고 – 알베스가 해줘야 하는데 – 공중볼에 대한 장악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수비가 더 불안한 것입니다. 그러니 차감독님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3백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위치 선점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2. 상하이전에서 드러난 수원 공격진의 문제와 해법

일단, 이번 상하이전에서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이상호와 배기종 투톱입니다. 비록 상대가 중국팀이라고는 하지만 상하이가 그리 약한 팀은 아닙니다. K리그에 갖다 놓아도 충분히 중위권은 할 수 있어보이더군요. 그런 팀을 상대로 이상호-배기종 투톱은 거의 상대를 유린하다시피 했습니다. 만약 여기에 에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는데 솔직히 꼭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에두가 없는 지금이 더 “팀으로서의 경기력”은 괜찮아 보였습니다. 에두가 있으면 팀 전체적으로 에두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에두가 없으니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보였습니다.

공격진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에두와 배기종-이상호 선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서동현 선수의 부진입니다. 물론 서동현 선수가 원래 많이 뛰는 것으로 해결보는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서동현 선수는 움직임이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고, 위협적이지도 못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자신감을 잃고 의욕 저하가 됐던가 혹은 팀전술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한 팬께서 지적하셨듯이 수원은 프로이고, 서동현 선수는 프로가 되어야 합니다. 팬들이 서동현 선수를 무척이나 사랑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 응석을 받아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겁니다.

지금 수원의 공격진의 선발 가능성에 순서를 매긴다면 에두-이상호-배기종-서동현 순입니다. 그렇다면 서동현 선수는 나머지 세 선수 중 한 두명과 자신이 뛴다면 도대체 어떤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짜피 나머지 세 선수도 결정력에 있어 그다지 부족하지 않습니다. 최근 모습으로 볼 때 서동현 선수보다 낫기까지 하니까요. 서동현 선수가 가진 장점은 사실 어느 한 가지만 특별한 장점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괜찮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그 선수가 특색이 없다는 말도 되지만, 반대로 감독이 선수의 특성에 얽매일 필요 없이 경기중 전술 변화를 주기가 용이하다는 의미도 됩니다.

이런 식의 선수가 또 있는데 바로 박주영 선수입니다. 박주영 선수는 발목도 유연하고, 결정력도 좋고, 헤딩과 위치 선점도 좋고, 시야도 좋습니다. 그런데 정작 발목 유연성 말고는 그가 그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합니다. 하지만 고르게 좋습니다. 그런데 박주영 선수의 최대 장점은, 그가 바로 자신의 파트너가 누구이던간에 상대의 장점을 살려준다는 점입니다. 김은중과 파트너를 할 경우, 정조국과 파트너를 할 경우, 이천수와 파트너를 할 경우, 모나코에서 뛸 경우를 생각해 보면 모두 스타일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건 자신을 팀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팀과 파트너와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수원의 공격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키는, 그래서 서동현 선수입니다. 서동현 선수가 자신의 조급함과 욕심을 조금만 버리고, 팀 전체의 역량과 파트너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자기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아마도 수원은 작년처럼 쉽게 지지않고, 오히려 경기 막판으로 갈 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팀이 될 것입니다.

사실 에두와 이상호-배기종은 스타일이 다르면서도 또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 명이 모두 결정력으로 승부하는 센터 포워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에두는 파워 드리블러, 배기종은 테크니컬 드리블러, 그리고 이상호는 빠른 움직임으로 승부하는 스몰 포워드라는 점은 차이점입니다만 세 선수 중 누구도 전형적인 센터 포워드는 아닙니다.

따라서, 서동현 선수와, 또 부상중인 하태균 선수가 이 세 선수의 장단점에 맞추어 플레이 해준다면 수원의 공격 문제는 많이 개선될 것입니다. 즉, 에두나 배기종 선수와 플레이할 때에는 두 선수가 상대 수비수를 끌고다니는 편이라는 점을 노려 빈틈을 공략하고, 반대로 이상호 선수와 플레이할 경우에는 이상호 선수가 헤집고 다닐 수 있도록 수비수를 끌고다니며 포스트 플레이를 해줘야 합니다.

사실 수비와 미드필드만 강한 상태라면, 오히려 서동현 선수와 하태균 선수가 설 자리가 애매합니다. 이상호-에두-배기종 쓰리톱이 강력한 수비의 지원을 받을 경우, K리그에서 막아낼 수 있을만한 팀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수원의 미들과 수비가 수비시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최선의 카드가 3-5-2 이고, 그래서 투톱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에두-이상호가 투톱이 되는 것이고, 파워 드리블러에 가까운 에두가 오히려 포스트 플레이를 하느라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수원의 부활의 핵심은 그래서 바로 서동현 선수인 겁니다. 또 그것이 서동현 선수가 부진함에도 계속해서 경기에 출장시키는 차감독님의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3. 2% 부족한 미드필드와 수비


이 부분을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마는 결국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김남일-조원희로 이어지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대신할만한 선수가 한국에는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박현범, 안영학 선수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고, 김홍일 선수에게도 기대를 해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 중에 조원희나 김남일 같은 “청소기형 DM” 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차감독님도 전술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안영학-박현범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연구해 보는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대안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이 부분이 보강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수비의 경우 알베스 선수는 현재까지는 많이 아쉬워 보입니다만 리웨이펑의 경우 수비 능력을 차치하고서라도 팀의 기둥 역할까지 해줄만한 아주 훌륭한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가 마토 만큼의 수비 장악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웨이펑과 곽희주를 비교할 때 솔직히 중국 국가대표 경력도 많고 연륜이 있는 리웨이펑이 훨씬 나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예전 홍명보처럼 위치 선점과 영리한 플레이로 막아내야 하는데 그것도 100%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결국 3백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차감독님의 전술상 측면이 필요하고, 제대로 측면을 사용하려면 3-5-2로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차감독님이 4-3-3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리웨이펑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고 키가 크고 몸싸움 좋은 마토급의 대형 수비수를 다시 영입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리웨이펑은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경기 중 전술 변화의 핵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결론이랄까..

결론은 뻔합니다. 서동현, 하태균의 부활, 수비의 안정화, 미들의 장악력 강화 이 세 가지입니다. 어찌보면 신영록-조원희-마토,이정수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선수들이 발전해서 이 부분을 커버해 내지 못하면 아무래도 감독으로서는 추가 영입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원의 선수들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감독님도 이제 다시 한번 변신을 추구하셔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성공적인 전술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구현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에두-배기종-이상호 세 명의 배합을 다시 잘 생각해 보고, 박현범-안영학 등의 선수 배치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려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까지나 3백에서 시작하고 있음은 자명합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불안한 모습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부디 차범근 감독께서 가장 좋은 해법을 찾으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배리 이진행 ( http://www.bloggershome.net/barr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