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출마 선언,그것이 가리키는 미래

2012/9/19 by

안철수의 출마 선언,그것이 가리키는 미래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안철수씨가 드디어 출마 선언을 했다. 이제 안철수 후보로 불리울 그는 미리 준비한 출마 선언문 연설과 이어진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이 말들을 토대로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나름대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안철수의 핵심 키워드, 국민

 

그의 연설과 기자회견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국민”이다. 물론, 어느 정치인이나 국민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말하지 않는 정치인은 없다. 그러나 그 주어는 대부분 “내가” 이지 “국민이” 가 주어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건 문장 구조상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다. 그의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는 총 22회 등장한다. 대명사를 제외한 단어 중에서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참고로, “국민(22회)” 다음으로는 정치(18회), 바꾸다(8회), 미래(8회)가 뒤를 따르고 있다.)

 

안철수는 국민이 원해서 등떠밀려 대선 후보로 거론되었고, 국민의 생각으로 인해 고민을 끝낼 수 있었으며, 국민이 원해서 결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으며, 국민이 원하면 단일화를 할 것이고,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설령 그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더라도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어떻게 말했느냐를 경청했고, 국민이 왜 자신을 지지하는지 궁금해 했으며, 그런 후에야 “내가 과연 그 국민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는 “내가 할테니 국민은 믿어달라”고 말하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국민의 절반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지도 않겠다고 하고 있고, 그 절반의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정치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 앞에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자고 말하고, 국민을 위해서 서로 돕자고 말했다. 또, 정치경험보다 중요한게 국민이 해 준 이야기라고 말하며, 대한민국이 국민이 주체가 되는 커다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해답도 국민에게서 구하겠다고 한다.

 

그만큼 그에게 국민은 중요하고, 자신은 그 국민의 뜻에 따르는 사람이지 자기가 그 국민을 이끄는 자리에 가겠다는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 대상인 국민에게는 감동을 주고, 그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의 또다른 핵심 키워드, 수평적 리더십

 

그 “국민”이라는 키워드에 이어지는 또다른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수평적 리더십”이다. 수평적 리더십은 리더가 위에 있고 그 아래에 구성원이 있는 수직적 리더십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수직적 리더십이 리더가 구성원의 위에 서서 구성원의 보고를 받고 그 구성원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라면, 수평적 리더십은 리더와 구성원이 동등한 위치에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통해 실시 여부를 의사 결정하며, 실시하고 그것을 완성하기까지 구성원이 낙오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구성원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기성 정치인이 이야기하던 “국민”은 바로 이 수직적 리더십의 구성원에 해당되므로 설득이나 동반자의 관계가 아니며 선출된 리더에게 보고하고 그 지시를 따라야 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수평적 리더십에서 국민은 국가의 의사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능동적 구성원이며, 리더는 그 국민이 일을 잘 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평적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 개인의 정치 경험이나 기술적 능력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빠르고 명쾌하게 이해하는 능력과 구성원에게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을 효과적으로 융합하고 방향 설정을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융합(컨버전스)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사회가 단순하던 20세기에도 대통령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가 없었지만, 고도로 복잡하고 분업화되어가는 21세기에서 가장 복잡한 규모의 시스템인 국가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려면 이러한 수평적 리더십을 통한 융합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이는 사회 및 시대의 흐름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이와 관련된 꾸준한 공부를 해 온 사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그저 정치판에서 이전투구만 해 오던 이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업 조직 문화나 사회 현상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해 기자 회견 중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다음을 살펴보자.

 

질문 :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는데, 대통령 된 후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지금 있는 정당과 힘을 합칠 것인지.

 

답변 : 민주주의에서 정당정치 중요성 책에 언급했든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 기대에 부합못하는 게 문제다.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고 국민들이 동의를 한다는 것, 두 원칙이 중요하다. 이 원칙이 지켜지면 지금 정당들도 민의를 받드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기자는 안철수 후보가 새 정당을 만들거나 민주당에 입당할 것인지 여부를 물었는데 대답은 얼핏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명료한 답변이다. 그에게 있어 정당이란 이익집단이나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그저 국가를 이끌어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전문가 집단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전문가 집단의 능동적 협조가 필요하다면 그 집단을 꾸릴 수도 있는 것이고 기존의 집단에 합류할 수도 있는 것이지, 그 여부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질문을 한 정치 기자(를 비롯한 우리 대부분)와 안철수 후보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말대로 수직적 리더십은 가고 수평적 리더십이 대세를 이루는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지만, 우리에게 충분히 퍼져있지 않아서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안철수 후보의 윌리엄 깁스 언급 부분)

 

안철수의 다른 시각, 단일화가 아닌 변화

 

마지막으로, 단일화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단일화에 대한 언급 부분이야말로 안철수 후보가 갖고 있는 생각의 백미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거듭되는 단일화 관련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는 정치권이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했는가, 국민이 판단할 것.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국민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은 확실히 드리겠습니다. 제가 승률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옳은 일을 하고 양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도 노력하면 결국은 과실은 국민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는 단일화 자체가 목적도 수단도 아니며, 오히려 결과를 가는 동안에 이루어지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하는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며, 정치권이 변화하면 단일화는 당연히 될 것이고, 그 결과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말로 단일화의 핵심을 짚은 것이다. 즉, 이 말은 단일화의 대상인 민주당, 그리고 변화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알아들을 능력이 있는 일부 여당 정치인에게까지 아울러 하는 말이며, 특히 민주당의 구태적 정치를 하는 이들에게 들이댄 칼날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당신들이 바뀌어야 단일화가 되는 것이고, 바뀌지 않으면 내가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당신들이 부당한 이익을 챙기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단있는 목소리다.

 

물론, 현재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이러한 안철수 후보의 말에 화답할 수 있을만한 인품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가 이에 대해 곧 어떤 식으로든 응답할 것이 분명하다. 안철수 후보가 국민 앞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약속하자고 했으니, 이 두 후보가 만나서 이를 약속하고 또 그것이 단순한 약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공개적으로 끊임없이 만나며 토론을 함으로써 발전적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형태로 그림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국민은 민주주의 사회란 무엇인가, 민주주의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토론, 이를 통한 합의와 양보, 그리고 통합이 무엇인지를 배울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 박근혜 후보가 참여할 자리는 많지 않다. 애초에 그가 사용하는 정치적 무기에는 대화와 타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대선 정국의 메인 스트림에서 박근혜 후보가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젠다를 설정하던 주인공이던 이들이 아예 아젠다의 밖으로 밀려나가버리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일부 생각있는 보수층 의원이 이탈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치 신인답지 않게 안철수 후보는 정치에 첫 발을 들이는 그 순간에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 승부수는 바로 기존의 정치 체제를 혁신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며, 이후의 아젠다를 설정한 것이고,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프레임을 짠 것이다. 그 안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구체제, 즉 국민들이 혐오해 오던 앙시앙 레즘을 몰아낼 방법이 마련됐고, 그러한 구시대적 정치에 익숙해 있던 국민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배워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가 설령 대통령에 선출되지 않더라도 정치인으로서의 끝을 보겠다고 말을 한 것은, 나중에라도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미래지향적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축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내일의 뉴스가 기다려지는 이유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음 단계는 문재인 후보의 화답, 그리고 민주당의 변화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래 국민이 변화하고, 그 변화를 감지한 보수 여당의 정치인이 따라나서게 되어 있다. 갈 길은 멀지만, 방향은 정해졌다. 수평적 리더십의 리더를 자처하는 안철수 후보답게, 그는 국민(구성원)과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한 후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 준 것이다. 이제 그 방향으로 신명나게 국가를 이끌고 나아가는 것은 그와 함께 국민 모두가 해야 할 몫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밝은 미래가 될 것이다.

 

그것이, 내일의 뉴스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B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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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글 잘 봤습니다.
    저도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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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봤습니다 ^.^
    안철수아저씨가 꼬옥 선출되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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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ujuju

    덧붙여서 앞으로 안철수후보님의 프레임을 한번 생각해봤어요
    국민대통합:선거과정에서 만나서 정책경쟁하자고 합의하고 누가 집권하든 그 정책에 대해 돕고 협력하기(내가 제안한대로 모이자. 국민이 원하는거야 )
    정치쇄신: 나는 네거티브 안하는걸로 정치쇄신할테니깐 두정당, 특히 민주당은 단일화하고싶으면 쇄신해라 단일화안되서 정권교체못하면 너희 탓이다 ㅋ
    경제혁신: 경제민주화 복지를 두 정당이 주장했는데, 나는 경제민주화 복지가 경제혁신과 함께 맡물려가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만들겠다. 내가 더 현실적 생산적이다.
    미래이미지 : 스티브잡스 빌게이츠처럼 it중심의 지식경제산업의 이미지 + ‘혁신’키워드
    융합적사고 : 문제해결을 하려면 나처럼 융합적인 사고를 가져야한다. 여러 전문가를 엮는데 최고의 능력을 갖추었으며 인사도 잘할자신이 있다
    수평적 리더십 : 박근혜에게 타격주기
    과거사인식 : 독재와 반독재프레임에서 벗어나 과거에서 공과 과를 모두 배우겠다
    문제해결 : 두 정당이 싸우고 있을 때 나는 문제해결을 위해 둘을 조율하겠다.


    안철수후보님의 프레임인데요. 누군가가 말하더군요. 절대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머리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서 너무 너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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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ujujuju

    추가로 더..
    정치기반 부재 : 선거전에 정책합의해서 협력하기로 약속했으니 대통령된 후에 국회가 테클걸면 안된다. 약속을 지켜라 안 지키면 너희들이 욕먹는다
    새로운 정치 : 산업화(새누리당) 민주화(민주당)를 넘어선 정치는 내만 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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