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곱씹어 보기

2012/8/18 by

안철수의 생각 곱씹어 보기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안철수 원장이 힐링캠프 출연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담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안철수의 생각은 출판되자마자 기록을 세우며 팔려나갔고 현재까지 약 55만부 정도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정치 관련 서적으로서는 한국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하지만 판매 부수보다 중요한게 바로 책의 내용이다. 안철수 원장은 이 책을 두고 자신의 출사표가 아니라, 자신이 정치에 나서도 되는지를 국민에게 묻기 위한 책이라고 밝혔다. “내가 이렇게 잘났다는 걸 이 책에 써 놨으니 나를 지지해 주시오”라고 이야기하는 기성 정치인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은 무엇이고 또 그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안철수의 기본적인 생각

 

3D로 본다는 시덥잖은 농담은 잠시 접어 두고, 먼저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부분인 “나의 고민, 나의 인생”에서는 인간 안철수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면 이 부분을 읽어보는 것이 좋지만, 여기에는 그가 정치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적어 놓지는 않았다. 두번째 부분은 “어떤 현실주의자의 꿈”이다. 여기에는 그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가, 그리고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큰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세번째 부분은 “컴퓨터 의사가 본 아픈 세상” 으로, 각각의 개별적 사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정리해 놓았다.

 

그가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은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그것은 복지, 정의, 그리고 평화다. 국민이 잘 살기 위해, 또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게 하기 위해 복지가 필요하고, 그렇게 노력하는 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정의가 필요하며, 이런 복지와 정의를 이루기 위한 기반으로 평화가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렇게 복지, 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와 합의가 필요하며, 이런 국민의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게 이 책 전체의 내용을 관통하는 그의 생각이다.

 

 

안철수의 복지

 

먼저 그가 생각하는 복지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일자리와 연결되는 선순환적 복지다.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이 힘을 내서 개별 경제 주체로써 노력할 수 있게 하고, 그럼으로써 경제가 발전해서 다시 복지 재원이 확충되는 식이다. 그런데 그는 복지를 말하면서 안전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복지에 대한 개념 자체도 안전망으로서의 개념에 가깝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원래 사회 안전망이라는 표현은 서구 유럽의 복지에서 나온 개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자들이 “최소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그물만 쳐주자”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한 개념이다.

 

원래 복지를 말할 땐 크게 재원 확보의 개념과 복지의 지출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봐야 한다. 재원의 확보는 한 마디로 복지 재원을 어떤 근거로 확충할까의 개념이고, 재원의 사용은 복지 지출을 어떤 식으로 할지에 대한 개념이다. 먼저 복지 재원의 확충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원래 내 능력으로 많이 벌었는데 타인을 위해서 많이 내놓겠다”는 개념,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가 번 것 중 내 능력으로 번 것이 아닌 국가 시스템 덕에 벌게 된 부분을 환원하겠다”는 개념이다. 엄밀히 말해 전자는 복지를 위한 재원 확보가 아니라 자선의 개념이고, 후자야말로 진정한 복지 재원 확보의 근본 개념이다. 전자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후자는 사민주의 국가에서 말하는 개념으로, 후자의 개념은 전자의 개념을 지지하는 이들이 보기엔 그야말로 “빨갱이” 스러운 개념이다.

 

복지 지출 역시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혜택으로서의 개념, 다른 하나는 권리로서의 개념이다. 혜택으로서의 개념은, 원래 복지는 누릴 수 없는 것인데 국가(혹은 납세자나 자선가)가 시혜를 함으로써 얻게 된다는 개념이고, 권리로서의 개념은 복지 자체가 국가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당연히 제공하고 국민은 그걸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개념이다. 혜택이라는 시각으로 복지를 생각하게 되면 결국 혜택을 입어야 하는 이들이 누군가를 따지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선택적 복지”라는 개념으로 연결된다. 반면 권리라는 시각으로 복지를 이야기하게 되면 그 권리가 국민을 차별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으로 연결되게 되어 있다.

 

이런 복지에 대한 시각은 결국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은 이런 기준을 놓고 따질 경우 어느 한쪽에 생각이 수렴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보수에서는 온건한 진보라고 이야기하고, 진보에서는 건강한 보수 쯤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원장은, 이 책 안에서도 이 두가지가 혼재된 이야기를 한다. 재원 확보의 개념으로 볼 때 그는 분명한 진보주의적 출발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여건을 만들어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라던가 “굶주리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빚을 진 것”이라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적 시각에서 출발한 보수주의적 시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시각으로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정치 철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이다. 보통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진보 진영에 속하게 마련이고, 그래서 누진세율 인상에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은 이보다는 좀 더 조심스럽게 조세 정의의 실현이라던가 대기업에 대한 조세 혜택 축소와 같은 관점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재원 확보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지 지출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는 국민이 누릴 권리로서의 복지를 지지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복지 확대를 이야기 한다. 진보 진영에서 보기엔 부족해 보이고, 보수 진영에서 보기엔 빨갱이스러운 이야기다. 자신의 몇몇 일화를 말할 땐 권리로서의 복지를 강하게 말하면서도, 또다른 일화에서는 보편적 복지의 문제점을 말한다. 좋게 말해 중도 세력의 지지를 받기에 좋지만, 반대로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공격받기 좋은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의 정의

 

그는 또한 정의를 이야기 한다. 그가 말하는 정의는 크게 다음과 같다.

 

1. 출발선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한다.

2. 달리는 과정에서 어떤 반칙이나 특권도 허용하지 않고 공정하게 겨루게 하는 규칙을 적용한다.

3. 패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한다.

 

안철수가 말하는 정의를 말하기에 앞서 일단 이 정의, justice 라는 단어가 갖는 위험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보수든 진보든, 누구나 이 정의라는 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안철수 원장은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정의라고 이야기했고 그것이 상당수의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만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새누리당 역시 자신들만의 정의를 갖고 있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의라고 믿고 있다. 그들이 과거 민주정의당이라는 정당 명칭을 갖고 있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안철수 원장이 말한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보수 정당은 “백억원 가진 사람과 백원 가진 사람이 경주를 할 땐 자기가 가진 걸 자유롭게 쓰게 해줘야지 가진 걸 못 쓰게 하는 건 덜 가진 자에게 특권을 주는 것”이라는 식으로 아전인수로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정의(justice)라는 단어는 진보 정당보다는 보수 정당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 애니메이션에서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을 처단할 때 그 악당의 속사정을 물어보지도 않고 정상 참작을 해주지도 않듯이, 정의라는 단어는 정의가 아닌 불의를 심판할 때에는 타협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불행하게도 자신의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이들의 입맛에 맞는 용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정의라는 단어를 사용한 만큼 그가 생각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가 생각하는 정의는 강한 자 보다는 약한자, 기업 보다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그는 이 책 곳곳에서 “법치주의는 약한 사람을 돕는 것(p177)”이라던가 “법은 국민을 위한 보호장치(p230)”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법이란 곧 규칙이고, 그 규칙은 약자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그가 위의 “과정에서 반칙과 특권을 허용하지 않게 하는 규칙”이란 결국 약자에게 유리한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가 삼성 등 재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민주통합당 안의 진보적 세력 보다도 더 강경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또 그런 이야기를 명확하게 하고 있느냐 하면 좀 애매한 부분도 존재한다. 그가 비록 앞서와 같이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그 규칙이 어떠해야 한다고 명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의무 급식, 의무 교육 등에 대한 이야기나 재벌에 대한 관점 등에서 유추할 수 있도록 이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애매모호하고,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안철수의 평화

 

안철수 원장은 복지와 정의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간의 평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정착이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통일은 일시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꾸준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남북한간의 신뢰가 확보되고, 그 신뢰를 확보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핵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핵 문제가 선결되면 그에 따라 사건으로서의 평화 정착이나 통일이 되는게 아니라, 통일을 위해 노력해 가는 과정에서 그런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기본적으로 그의 생각은 민주통합당의 정책, 혹은 참여 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과 유사한 면이 상당히 많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 공단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감시 시스템 역시 지적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정책과는 상당히 큰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복지, 정의와 평화를 연결하는 연결 고리가 약하다. 사실 남북한간의 평화가 없더라도 복지와 정의를 절대로 이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한민국 사회에서 복지 문제는 결국 좌우 진영 논란으로 귀결되고, 사회 정의 문제도 대기업을 공격하면 빨갱이라는 식으로 진영 논리에 연결된다. 이것이 남북한 통일 문제가 복지와 정의를 달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적당한 선 까지의 복지와 정의는 완전한 통일이 안되더라도 얻어낼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에 각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략적으로 열거하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그는 평화와 상호 신뢰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것이 틀린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그의 이 두 가지 시각이 서로 간섭 효과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합적이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데, 이 책에는 그러한 점에 대한 각론이 부족하다.

 

 

안철수의 정치 : 소통과 합의

 

그는 결론적으로 대립의 시대에서 소통과 합의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와 진보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이며, 정치란 서로 싸우더라도 상대 역시 나라를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이 너무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더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를 하면서 싸우더라도 1. 무엇을 위해 싸우고, 2. 어떤 주제를 가지고 싸우며, 3. 싸움의 결과로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 사회를 발전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권력 쟁취를 목적으로 상대가 얼마나 나쁜지를 가지고 싸우고 끝까지 합의를 하지 않는 적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기존의 한국 정치의 틀을 깨는 중요한 개념이다. 보수라고 죄다 친일파 자손인 것도, 조중동 출신인 것도, 재벌 아들인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진보 역시 죄다 종북인 것도, 통합진보당 당권파인 것도 아니다. 서로를 불신하고 때로는 혐오하거나 증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서로를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다. 그리고 비 정치권일 수록, 그리고 보수와 진보라는 명함을 달지 않은 이들일 수록 그런 시대를 갈망해 왔다. 그걸 이룬 나라들도 적지 않다.

 

만약 이 안철수 원장의 생각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정치는 서로를 쓰러뜨리기 보다 상대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는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대립과 증오의 정치를 추구하던 기존 정치권은 앙시앙레짐이 되어 몰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그마저도 몰락하지 말고 함께 타협하고 소통해서 합의하자고 이야기 한다.

 

 

정치 철학이 아닌 합리적 사고, 각론의 부족, 그리고 기계적 중립

 

그의 생각이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각에는, 적어도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에는 여러 가지 헛점이 존재한다. 먼저 각론의 부족이다. 이 책은 정책집도 아니고 정당의 정책 연구 보고서도 아니기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각론이 부족하다. 앞서 말했듯이 특히 통일과 관련한 부분이 그러하며, 전체적으로 볼 때 개별 사안의 논란이 예상되는 곳에 대한 태도가 다소 애매한 부분이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그가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질 때 내놓을 정책집에서 다루면 된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시간의 부족이다. 이미 8월 중순이고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해도 빨라야 8월 말이다. 그러면 대선까지 3~4개월 밖에 남지 않는다. 이 시간 안에 다양한 현안에 대한 정책 연구를 해서 내놓기도 어려우려니와, 그런 연구를 할 보좌진을 구성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또한, 이 책에서 엿보이는 그의 생각의 흐름이 기존의 정치 철학보다는 그 스스로의 합리적 사고에 의한 결론인 것 같다는 점이 우려된다. 어찌보면 그 자체는 하나도 문제될 것은 없다. 문제는, 수백, 수천년을 이어온 이러한 정치 철학 연구를 통해 얻어진 다양한 현대 정치 이론들이 내놓은 결론이 이 책에 많이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이러한 정치 철학의 흐름보다 자신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유를 통한 과정에 치중했다면, 그가 천재라고 해도 다소간의 시행 착오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의 복지에 대한 시각의 경우 이미 서양 정치 철학에서 오랜동안 연구가 됐고 이론적 근거와 방향까지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의 사유와 청춘 콘서트 같은 활동을 통해 얻어진 경험으로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앞서 지적했던 복지에 대한 다소 이중적인 태도 등이 그로 인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얼마전 LA에서 있었던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 중, “안철수씨가 2년 전에 비해 많이 진보적으로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책에서도 그는 보수적 시각과 진보적 시각이 혼재되어 있음을 유추하게 할만한 이야기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거론할 것이 바로 그가 힐링캠프에서 이야기한 empathy 이다. 아픈 청년들을 공감(empathy)하고, 또 서민과 약자를 공감해 온 것이 그의 최근 행보다. 그전까지 그는 의사였고, 사업가였고, 또 유학생이었다.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러다가 약자에게 공감을 하게 되면 자연스래 성향이 진보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좌파, 진보주의자들은 늘 사회적 약자와 인간의 권리를 고민한다.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그러니 그가 최근 몇 년간 점차 진보적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타당성을 갖는다.

 

문제는 그가 말하는 것이 보수와 진보의 소통과 합의라는 점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것을 말하기 위해 양쪽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기계적 중립을 추구한다고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분명 그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보수가 틀렸고 진보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가끔씩 보수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것이 보수와 진보의 소통과 합의에 의한 것이냐 하면 또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냥 두 생각이 혼재된 것이고, 그 혼재된 가운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들이 “안철수의 생각”이 보여주고 있는 문제점이고, 그가 대선에 출마하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될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이다.

 

 

합리적인 판단을 말하는 안철수의 생각, 그러나 감성에 의한 지지율

 

안철수의 생각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돈과 권력 같은 지극히 원초적인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얻어진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소통과 합의 역시 보수와 진보 양 쪽이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적어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지지율 중 상당수는 20~30대 젊은층에서 나오고, 그것은 그가 그 동안 꾸준히 젊은이들의 처지와 마음을 공감해 준 것에서 기인한다. 이를 통해 감정적 치유를 경험한 이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20~30대가 그를 지지하는 이유 중 상당수는 그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으로 판단해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감성적인 영향을 받아서 얻어진 것이라는 소리다.

 

물론, 그가 보여준 공감 능력은 젊은이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그것이 드러난 것이 바로 현재의 지지율이다. 그리고 정치는 원래 논리보다는 감정적인 면이 크고, 특히나 선거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그가 야권의 단일 대선 주자가 되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다. 진보 진영도 그러하지만 보수 진영 역시 자신의 욕심을 어느 정도 양보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통과 합의에 나서야 한다.

 

결국 그에게 어려운 것은 대통령 당선보다 대통령으로서의 업무 수행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안철수의 생각”에 드러난 것만 놓고 볼 때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당선되고, 또 그가 자신의 생각을 실현해 냈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한 단계 진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B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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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juhjujh

    제가 생각 할 때는 안철수 원장님은 이미 각론까지 깊게 공부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책은 대중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려고 쉽게 대담집으로 쓰신 것 같아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상식적인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책이다라고 폄하까지 하는데, 오히려 쉽기 때문에 더 큰 인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최근 비공개 행사에서 안원장님께서 미국에서 3년동안 계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을 보면서 참 무서웠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가 한 국가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공유하면 그 힘이 매우 크다면서,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도 100만권이 팔리면 5배의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대략이라도 알게 되고 그러면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던지 민심을 거를수 없는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희망이 생겼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발언을 들으면서 이분 참 똑똑하다는 생각과 사심없다는 것과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던지 안철수씨생각대로?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겠구나 싶어서 통쾌하기까지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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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uhjujh

    그리고 빌게이츠에게 융합에 있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끼리 소통하는게 힘들다고 말했더니, 빌게이츠가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여러 사람들이 책을 공통으로 읽고 그 과정중에 용어가 통일되면 공감대가 생겨서 융합이 가능하다 라고 했다고 말하더군요.
    이 말을 들으면서 앞으로 어느 대권후보들도 안철수씨가 말한 복지 정의 평화라는 간결하고 선명한 키워드를 통해 토론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결국 안철수씨의 프레임으로 빨려들어가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참 안철수씨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무섭고 똑똑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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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법림

    우리나라 모든 대선주자들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이면서 실천해야할 과제들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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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우연히1

    초중고교에서 대화하고 토론하고 그들 수준에서 정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좋겠습니다.
    반장은 반장질하고 임원은 임원질하고 다수는 구경하며 선생(보수든 진보든 머릿속에 든 건 달라도 교수법은 그리 차이가 없어보이는)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빨리빨리 해야 하고, 선생이 시키는 대로 하면 효율적이 되는.. 그 버릇은 성인이 돼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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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iloveubongbong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될 만큼 정리를 잘 해주셨네요. 비판하신 내용들도 모두 이해가 쉽고 명료하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기존의 정치 이념과 논리, 철학이 안철수 원장의 합리(상식)와 만나서 어떻게 작동할지 저도 의심반 기대반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교수가 낸 이 책은 앞으로도 대선 주자들이 자기의 정치 소신을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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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contrarian

    훌륭한 리뷰 잘 봤습니다. 저도 최근에 안철수의 생각 전자책으로 구매하려고 대기 중인데, 얼른 전체를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최근 서점에서 크리스토퍼 히친스라는 저자의 라는 책 봤는데, 이거도 꽤 재밌더라구요~ 정의롭지 못함에 대한 비판과 비판자로서의 자세에 대한 조언 등이 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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