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관전평] 대한민국 vs 브라질. 기대와 다른 아쉬운 패배, 그 안에서 본 작은 희망

2012/8/7 by

[축구관전평] 대한민국 vs 브라질. 기대와 다른 아쉬운 패배, 그 안에서 본 작은 희망

 

 

대한민국 대 브라질의 올림픽 남자 축구 4강전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다. 대한민국의 열세가 점쳐지기는 했지만 영국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걸만한 상황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경기였다. 대한민국은 이전 경기와는 다소 다른 선수 구성으로 경기에 임했다. 지동원 김현성이 투톱으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가운데 김보경 – 구자철 – 기성용 – 남태희가 미드필드진을 구성했다. 꾸준히 원톱으로 나선 박주영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박종우가 교체 명단에 들어갔다. 지동원과 김현성이 미드필드 싸움에 적극 가담함으로써 미드필드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포석으로 보였다.

 

1. 경기 양상

 

경기 시작 후 양 팀은 매우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으나 결정적 찬스까지는 만들지 못했고 대한민국 역시 미드필드에서 브라질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차단해가며 빠른 역습을 시도했다. 지동원, 김현성 투톱은 공격에 적극 나서며 예상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공방이 이어지던 전반 11분, 대한민국은 코너킥에 이은 찬스에서 몇 차례 결정적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이후 대한민국은 브라질의 일방적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볼을 점유하며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전반 13반 대한민국은 또다시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으나 수비수의 발 지동원 선수의 머리를 차는 상황에서도 패널티킥을 얻지 못하며 아쉽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반 11분의 골 찬스 이후 대한민국은 일방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브라질은 매우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는 대한민국이 브라질의 문전을 계속 공략하는 형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반 16분 지동원은 중거리 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그러나 브라질은 전반 17분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18분에는 한번에 전방에 공급되는 긴 패스로 결정적 위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반 20분, 또다시 브라질의 날카로운 역습을 막는 과정에서 이범영 골키퍼가 잠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어 브라질의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졌고 대한민국 수비진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양 팀은 다소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으로 돌아가 일진 일퇴의 공방전과 미드필드 싸움을 시작했다. 경기 초반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던 브라질의 수비 역시 안정감이 생겼으며 대한민국도 공격을 자제하며 밸런스를 유지했다. 경기는 브라질이 조금 주도하는 양상이었으나 대한민국 역시 여간해서 공을 빼앗기지 않으며 간간히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경기는 서로 밀고 밀리는 형태였다.

 

그러나 전반 37분, 하프라인에서 볼을 뺏긴 후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브라질의 호물로 선수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경기는 0-1이 되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계속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브라질이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대한민국은 5분여간 이를 막기 위해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국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소강 상태를 이어가다가 전반 45분 인저리 타임에 지동원의 골문을 살짝 빗나가는 중거리 슛을 마지막으로 전반이 종료되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대한민국은 결정적 골 찬스를 맞이했지만 무위로 돌아갔고, 후반 4분 김보경 선수의 돌파에 이은 패널티킥 찬스를 얻는 상황이 발생할 뻔 햇지만, 주심이 파울을 선언하지 않아 패널티킥을 얻지 못했다. 공격을 이어가던 대한민국은 후반 11분, 다미앙 선수가 추가골을 기록하며 경기는 0-2가 되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구자철을 빼고 정우영을 투입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다소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며 후반 초반과 같은 적극적인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가 일방적으로 밀리던 대한민국은 결국 후반 18분, 다미앙 선수가 추가 골로 연결하며 다시 경기는 0-3이 되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 후반 23분 또다른 패널티킥 상황을 맞이했지만 심판은 또다시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결국 후반 25분, 대한민국은 부진하던 김현성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브라질 역시 후반 30분, 마르셀로 선수를 빼고 헐크를 투입하며 공격적인 태세를 유지했다. 대한민국 역시 후반 31분, 지동원을 빼고 백성동을 투입하며 공격에 무게를 두었고, 브라질도 연이어 후반 32분, 다미앙을 빼고 파투를 투입했다.

 

대한민국은 후반 33분, 프리킥 상황에서 기성용이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는 슛을 시도했다. 이후 경기는 양 팀 모두 결승전과 3-4위전을 대비하는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브라질은 후반 37분, 조안 선수를 빼고 우비니 선수를 투입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2. 실점 상황 분석

 

브라질의 첫 골 실점 장면에서 대한민국은 수비진이 한쪽으로 쏠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이는 수비진이 침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종종 발생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왼쪽을 파고드는 선수를 막아주어야 할 좌측면 수비진이 볼을 가진 선수 쪽으로 불필요하게 몰림으로써 호물로에게 공간을 내어 주었다. 이범영 선수가 분명 막아냈어야 하는 골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범영 선수만의 책임으로 볼 수는 없었다.

 

결국 실점 상황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 볼을 막지 말고 선수를 막으라는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첫번째 실점 상황에서 왼쪽 측면을 그렇게 무방비로 놓아두지 않았다면, 경기 양상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부분, 수비 조직력은 좋지만 수비라인의 수비력이 다소 떨어져서 조직력이 무너지면 수비에 구멍이 생기는 부분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와 세번째 실점 장면은 브라질의 패스 플레이와 다소간의 운이 따른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경기가 밀리며 수비 조직력이 떨어진 것이 더 큰 원인이었다. 결국 브라질의 개인 전술이 대한민국의 팀 수비 전술을 누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3. 명불허전 브라질

 

대한민국은 일방적인 경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에서 놀랍게도 중간중간 경기를 주도하며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브라질은 명불 허전, 대한민국에게 몰리다가도 순간적인 역습으로 수비진을 쉽게 무너뜨렸으며, 밀리는 경기 양상에서도 단번에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무엇보다도 브라질은 선취골 득점 이후 미드필드의 압박을 강화하며 기성용과 구자철을 틀어막는 데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중앙 플레이가 상당 부분 죽어버렸으며, 결국 대한민국은 김보경 쪽을 노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앙이 막힌 상황에서의 측면 돌파 역시 쉬운 것은 아니었다. 즉, 이 4-4-2 전술에서 공격의 핵은 구자철의 활동량과 기성용의 패스 공급일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두 선수에게 강력한 압박과 마크가 붙음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공격 루트 대부분이 차단되어 버린 것이었다.

 

결국 브라질은 경기 초반 대한민국의 전술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바로 이런 전술적 요소를 읽고 즉각적인 대응에 성공했으며, 이것이 전반전이 0-1으로 종료된 원인이었다. 후반들어 대한민국은 만회를 노렸지만 결국 브라질의 빠른 패스에 조직력이 무너지며 0-3으로 지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이 못했다기 보다는 브라질이 너무 잘 해서 생긴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대한민국에게 약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 약점을 잘 공략한 팀은 브라질 밖에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 아쉬운 심판 판정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여러 차례 오심의 피해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패널티킥 관련 판정이 세 차례나 나왔다. 전반의 지동원 선수 이마를 차는 플레이, 후반전의 두 차례 파울 상황이다. 특히 전반의 지동원 선수에 대한 반칙은 패널티킥으로 인정됐을 경우 선취골로 앞서 나가는 상황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매우 아쉽고, 후반 초반의 김보경 선수에 대한 반칙 역시 패널티킥으로 인정했을 경우 1-1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다.

 

이렇게 몇 번의 상황을 제외하고는 심판이 딱히 편파적으로 판정한다고만 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보통 오심이 한 번은 나오더라도 이렇게 패널티킥을 세 번이나 안 부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앞서 불지 않은 상황에 대한 보상 심리에서라도 뒤의 패널티킥 상황은 제대로 불어주게 마련이다. 아무튼 이런 심판 판정은 이래저래 아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5. 역시나 아쉬웠던 와일드카드의 부재

 

대한민국은 이번 경기에서 공교롭게도 세 명의 와일드 카드 선수가 모두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박주영 선수는 변화를 주기 위해 뺐다고 하더라도 김창수와 정성룡의 부재는 실점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여 더욱 안타깝다.

 

정성룡 선수 대신에 투입된 이범영은 지난 영국전에서 승부차기 선방으로 주가를 올리기는 했지만, 막을 수도 있었던 첫 골을 막지 못했다. 전체적으로도 들어올 때와 나갈 때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으며, 잡아주어야 할 뜬 공을 펀칭하는 등,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김창수 대신 투입된 오재석 선수도 그런대로 잘 하기는 했지만 상대 선수를 막는 데에만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결국 후반 실점 상황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6. 더욱 아쉬웠던 전술

 

홍명보 감독은 여태까지와 다른 지동원 – 김현성 투톱에, 김보경, 구자철, 기성용, 남태희를 미드필드에 세우는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들은 초반의 공세가 막힌 후 미드필드에서 브라질의 압박에 묶여 버렸다. 결국 구자철과 기성용은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해 꽁꽁 잠겨버렸고, 전반과 후반 중반 이후 일방적인 경기가 되는 원인이 되었다.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지동원과 김현성이 측면으로 열어주고 그 공간을 구자철이 쇄도하는 형태가 아니었나 생각 되지만, 지동원이나 김현성은 상대 선수를 1 명 이상 끌고 다니지 못했고 결국 중앙과 공격수 모두 상대에게 묶여버리는 결과가 되었다.

 

차라리 이전과 마찬가지로 박종우와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움으로써 박종우가 기성용에게 집중되는 압박을 해소해 주고, 김현성 대신 원래대로 박주영이 출전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브라질의 수비에 중앙이 잠겨버리는 상황은 좀 덜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전술도 문제가 있는데, 네이마르 등을 앞세운 브라질의 측면 공략에 대해 이러한 4-2-3-1 전술이 번번히 뚫렸을 수도 있다. 지동원과 김현성을 측면 싸움에 가담시켜 그걸 막으려고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앙도 묶이고 측면도 뚫렸기 때문에 이 전술은 실패로 끝났다.

 

홍 감독의 교체 전술도 다소 의문스럽다. 김현성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한 것이나, 지동원을 빼고 백성동을 투입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구자철을 빼고 정우영을 투입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교체였다. 구자철은 대회 내내 대한민국의 전술적 핵심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상대에 의해 잠겨버린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우영을 투입해서 그걸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우영을 투입하더라도 차라리 부진한 김현성을 빼고 미드필드에 정우영을 투입함으로써 미드필드의 숫자를 늘려 분위기를 뒤집고, 이어서 박주영을 투입함으로써 만회골을 노리는 전술이었다면 이해가 갔을 것이다. 혹시라도 이 교체가 동메달 획득시 선수들의 경기 출전 시간으로 인한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더욱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픽은 그런 마음 자세로 임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럴 거였다면 박주영을 넣지 말고 김기희를 교체 투입해서 어짜피 얼굴 깔고 하는 짓, 하는 김에 제대로라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7. 그래도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대회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긋지긋하지만 결국 또 보게 된 일본과의 3-4위 결정전이 남았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동메달을 받을 수 있고, 또 선수들은 군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선수들의 군대 문제가 왜 중요하냐하면, 이 선수들만 그 혜택을 입는게 아니라, 이 선수들이 군대 문제를 해결하는 숫자 만큼, 그보다 조금 불운한 선수들이 상무에 가서 역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보다 떨어지는 선수들이 축구를 그만두지 않고 경찰청에서 뛸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생업으로 축구를 택한 선수들이 군대 문제로 인해 축구를 그만두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점, 그것은 대한민국이 잠시나마 브라질을 상대로 중간 중간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는 점이다. 사실 정성룡 골키퍼와 김창수 선수가 건재했다면, 그리고 심판이 초반의 지동원 선수에 대한 반칙을 불어주기만 했더라도 경기는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성장했고, 또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잘 해주었다. 물론, 경기가 0-3이라는 큰 점수차로 끝났고, 경기 막판에는 선수들도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세계 최강이라고 할 브라질, 그것도 다른 올림픽 대표팀과는 달리 국가대표 선발 선수진용이라고 해도 될만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상대했다는 점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좀 더 작은 점수차로 끝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전체적으로 얻은 것 역시 많았고, 앞으로의 희망도 보았다고 생각한다. 브라질을 상대로 그렇게 잠시라도 몰아칠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아무튼 우리 선수들이 어서 지금의 좌절을 털고 일어나 마지막 남은 한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또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받기를 바란다.

 

B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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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티비를 본 것보다 오히려 자세히 나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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