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 관전평] 실력으로 얻어낸 승리

2012/7/30 by

[올림픽 축구 관전평] 실력으로 얻어낸 승리

 

 

대한민국과 스위스의 런던 올림픽 조별 예선 2차전 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이 8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는다는 점에서 양 팀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먼저 경기 양상을 살펴 보자. 스위스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카사미 선수가 기성용 선수를 팔꿈치로 때려 경고를 받을 정도로 터프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에 맞서 한국은 경고를 받지 않을만한 수준의 반칙을 적절히 사용하며 맞부딛혔다.

 

서로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하던 전반 7분, 한국은 첫 슈팅을 시도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경기는 한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예상외로 스위스가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을 시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이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스위스는 포백의 라인을 꾸준히 유지하며 수비를 소홀하지 않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이를 빠른 원투 패스를 통한 측면 돌파로 공략했다. 또한 상대의 역습을 미드필드에서부터 협력 수비와 공격의 루트를 차단하는 수비를 통해 점유율을 높였다. 21분 당시 10분간 볼 점유율이 76%대 24%일 정도로 한국이 점유하는 경기였다.

 

스위스는 전체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터프한 몸싸움으로 공을 빼앗은 후 역습을 시도하는 전술을 계속해서 시도했지만 한국의 효율적이고 투지 넘치는 수비에 막혀서 결정을 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드필드로 볼 공급을 하지 못하게 된 스위스는 단번에 전방으로 공급하는 롱 패스, 이른바 뻥축구에 가까운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스위스는 측면 공격수의 최전방 공격수가 자리를 바꿔가며 한국의 수비진 교란을 시도했다. 한국은 꾸준히 점유율을 유지하며 몇 차례 결정적인 상황을 연출했지만, 결국 전반전은 0-0 득점 없이 종료됐다.

 

후반은 전반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시작됐다. 스위스가 전반 막판에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격적으로 나왔고, 이 과정에서 한국에게도 공간이 생겼다. 이에 따라 후반 3분경, 기성용 선수의 강력한 중거리 슛도 나왔는데, 이와 함께 미드필드에서 틈만 보이면 중거리 슛을 시도하는 등, 이 부분에 대해 작정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후반 10분까지 점유율은 전반과 달리 스위스가 65% 정도를 가져가는 등, 한국으로서는 다소 밀리고 답답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후반 11분, 구자철에게서 패스를 받은 남태희가 그림같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박주영이 몸을 날리며 머리로 받아 넣으며 한국이 1-0으로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바로 공격을 시도하며 위협적 슈팅을 하던 스위스는 이와 거의 유사한 크로스에 이은 헤딩 슛으로 에메가라가 동점골을 기록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15분, 한국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남태희를 빼고 백성동을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고, 후반 19분 구자철의 크로스가 상대 선수 몸에 맞고 튀어오른 것을 김보경 선수가 멋진 발리슛으로 결승골로 연결됐다. 이후 경기는 스위스가 거칠게 공격을 시도하고 한국은 역습을 시도하는 양상으로 변화했다. 한국은 후반 27분 경고 한 장이 있는 박주영 선수를 지동원 선수로 교체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시도했다.

 

이후 경기는 일진 일퇴의 모습이었지만, 특히 구자철의 크로스바 상단 맞추는 슈팅은 아쉬운 장면이었다. 결국 경기는 2-1, 대한민국의 승리로 종료되었다.

 

스위스가 수비하는 모습, 9명이 수비에 임하고 있다

 

실력으로 얻어낸 승리

 

이 승리는 전체적으로 볼 때 완벽하게 실력으로 얻어낸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상대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상대 선수보다 한 발 더 뛰어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좀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하고, 그 결과 골을 얻어서 승리했다. 따라서, 경기 자체의 승패와 상관없이 보아도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였다고 할 수 있다. 스위스의 경기력도 꽤 좋은 편이었고 전체적으로 매우 터프하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말려들지 않고 경기운영을 잘 해서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매우 평가할 만 하다고 볼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의 볼 키핑이 매우 좋았으며, 볼 경합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과 투지 등이 모두 스위스에 비해 우세했으며, 볼을 빼앗길 상황에서 슬라이딩을 해서라도 빼앗기지 않고 동료에게 움직여 주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으며, 충분히 승리를 만끽할 자격이 있었다.

 

한국이 점유율이 높았던 전반전

 

전반전은 한국이 65% 정도를 점유하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스위스의 선수비 후역습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 한국이 미드필드에서 볼 커트와 압박을 통해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자연스래 밀리며 벌어진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스위스 역시 신중하게 경기를 하려는 의도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와 함께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자 스위스는 효율적인 공격을 하지 못한 채 전방으로 롱패스로 볼을 공급하는 일명 뻥축구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게 됐다.

 

스위스의 점유율이 높았던 후반전

 

전반과 달리 후반전은 스위스가 65%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2골, 스위스가 1골을 얻었다. 이것은 한국의 공격에 변화가 있었던 것 보다는 스위스가 터프하게 부딪히며 볼을 소유하는 플레이를 시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플레이 지역이 전반에 스위스 지역 위주였던 것에 비해 하프라인 부근에서 치열한 볼다툼이 벌어졌다. 이 결과 미드필드에서의 볼다툼도 치열했지만 결국 양 팀의 공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연스래 공수간격이 조금 벌어졌고, 경기는 난타전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팀은 끝까지 최대한 공수 간격을 유지하며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점유율이 떨어지자 골이 들어가는 상황

 

이렇게 점유율이 낮아졌는데 오히려 골을 넣은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전반전에 멕시코 전과 유사하게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마지막 결정을 짓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소 운도 따르지 않았지만, 축구에서 운이 따른다는 것도 결국 좋은 찬스를 만드는 상황에서 이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올림픽 팀의 지난 몇 경기를 살펴보면 빠른 역습보다는 다소 템포가 죽더라도 원투패스를 시도하며 상대의 틈을 공략해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이런 패턴에서는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의도한 공격을 만들어갔음에도 골이 안 들어갔고, 반대로 상대가 공격적으로 볼을 점유하지 골이 나왔다는 것은 한국이 원하던 플레이를 완전히 해내지 못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한국의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이렇게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골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것이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이런 상황에서는 골을 넣지 못하고 오히려 다소 밀리는 상황에서 골을 넣게 된다면 이는 매우 위태로운 것이며, 자칫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상대 감독은 분명히 이런 점을 공략해 올 것이기 때문에 가봉전 이후 8강에 진출했을 때 상대가 수비를 튼튼히 하고 역습으로 나올 경우에 충분히 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향후 전망

 

일단 가봉전은 난타전이 되거나 오히려 한국이 선수비 후역습으로 경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되면 한국이 선제골을 기록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이 경우 한국이 2-0이나 3-0 정도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봉 역시 만만한 공격력을 가진 팀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라도 운이 따르지 않아 경기가 잘 안풀리게 되면 다소 위태로울 수도 있다.

 

문제는 가봉전 이후의 8강전이다. 8강전에서 상대는 한국을 상대로 몰아치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듯이 먼저 수비를 탄탄히 함으로써 한국이 슈팅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나 스위스가 이런 부분을 이미 여러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감독이라도 이렇게 검증된 전술을 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홍명보 감독은 이런 부분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튼, 예상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팀을 만들어 낸 홍명보 감독의 능력과 함께,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급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 올림픽 대표팀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번쯤 기대해 보고 싶게 하는 모습이다. 특히 선수 개개인이 투지만이 아니라 기량 또한 뒷받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이 멋진 팀이 최대한 높은 곳까지 도달하기를 기원한다.

 

 

선수 평점

 

정성룡(7) : 큰 선방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있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한두 차례 약간의 불안한 모습이 옥의 티였다.

윤석영(7) : 활발한 오버래핑이 좋았으나 마지막의 위력적인 움직임이 아주 조금 부족했다.

김영권(7) :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주었으나 동점골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황석호(7) : 김영권과 함께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주었으나 마찬가지로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었다.

김창수(8) : 우측의 공수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와일드카드의 기대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기성용(8) : 팀의 중앙에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종우(8) : 크게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몸싸움을 아끼지 않은 숨은 공신이었다.

구자철(9) : 박지성을 연상케 할만큼 활발하고 헌신적인 움직임과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점유율을 유지하고 공격을 만들어 가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Man of the Match.

박주영(8) : 기다리던 골을 기록했다, 전반 초반부터 여러 차례 위력적 슈팅과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며 만족할만한 플레이였다.

김보경(8) : 결승골을 기록한 후 더 활발해지고 자신감 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박지성의 후계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대의 공격의 흐름을 끊고 활발하게 파고들어가는 움직임이었다.

남태희(7) : 첫 골을 도왔고 전체적으로 활발하고 좋은 움직임이기는 했지만, 어딘가 약간 아쉬운 모습이었다.

지동원(6) : 교체되어 들어갔음에도 다소 효율적이지 못한 움직임이었으며, 결정적 찬스를 놓쳤다.

백성동(6) : 요구되는 활발한 측면 돌파를 몇 차례 보여주지 못했다.

 

 

B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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