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관전평] 멕시코 vs 대한민국 경기에 대한 몇 가지 소감

2012/7/26 by

[축구 관전평] 멕시코 vs 대한민국 경기에 대한 몇 가지 소감

 

런던 올림픽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있었다. 경기를 차분히 보지 못해 관전평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블로그 소제목에 축구 이야기를 한다고 달아 놓고 아무 글도 안 쓰는 것도 뭔가 (혼자)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몇 가지 간단한 소감을 쓰려고 한다.

 

경기는 0-0으로 종료됐고, B조의 다른 두 팀인 스위스와 가봉은 1-1 무승부를 기록했으니 대한민국과 멕시코는 공동 3위이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다. 중요한 부분은 경기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은 대체로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고 멕시코는 선수비 후역습을 시도했으며, 후반도 중반까지는 비슷한 양상으로 가다가 후반 중반에 멕시코가 도스 산토스 선수를 투입한 이후로는 서로 난타전을 벌이는 양상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멕시코가 수비에 너무 치중해서 어떤 때에는 페널티 지역 중앙에 8명의 수비수가 밀집된 상황도 종종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보통 이런 상대를 만나면 택하는 전술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을 뒤로 돌려 상대 선수들을 끌어낸 후  상대 진영 측면 뒷쪽 공간을 노리는 긴 패스를 공급하는 방법, 둘째는 멕시코처럼 수비의 신장이 작을 경우 공중볼을 공략하는 방법, 세번째는 중거리 슛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세번째 방법은 중거리 슛은 몇 차례 나왔고, 아쉽게도 상대 수비수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두번째 방법을 시도하기엔 우리 선수들 중에 공중볼 공략에 적합한 선수가 박주영 한 명 밖에 없었다. 따라서 첫번째 방법이 여러 차례 시도됐는데 그러다보니 뻥축구라는 말이 나올만한 패스가 나오곤 했다. 하지만 이는 의도된 플레이였고 뻥축구는 아니었다. 아무튼 결과론적으로 무승부가 됐지만, 경기를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는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골 결정력 부족이었다. 왜 골문 앞에서 자꾸 멈칫거렸을까?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멕시코의 중앙 수비가 아주 조밀했다. 멕시코 정도의 강팀이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밀집 수비였다. 물론 멕시코의 역습이 아주 빠르고 날카롭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전술이었다. 아무튼 수비가 너무 촘촘하다보니 슈팅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이 정도면 메시 정도의 선수가 오지 않으면 슈팅을 멈칫거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슈팅 자체가 제대로 나오기 어려웠다.

 

둘째, 멕시코 수비수들이 무척 빠르고 민첩했다. 우리 선수가 볼을 잡고 한 템포만 더 끌어도 바로 패스나 드리블 경로를 차단하고 압박했다. 투박하게 부딪혀 오는 스타일 보다는 주로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슈팅하기도 어려웠고, 전방 패스도 어려웠다. 백패스가 자꾸 나왔던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볼을 잡고 조금만 멈칫 거려도 패스할 곳이 죄다 차단된 것이다.

 

세째, 적응이 덜 됐던 점이 있다. 적응은 그라운드에의 적응과 올림픽 본선 무대의 중압감 두 가지 모두 해당된다. 원래 유럽의 잔디 구장은 한국에 비해 무른 편이다. 게다가 경기 직전에 비가 내려서 미끄럽기까지 했다. 땅이 무르면 무게 중심이 흔들려서 뜨는 볼이 자주 나오고, 경기 직전 비가 오면 선수들이 스터드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거나 혹은 전 날 있었던 적응 훈련과의 괴리로 인해 쉽게 미끄러진다. 여기에 멕시코가 꽤 강팀이라는 부담감까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를 전에 경험해 본 적이 있다면 그렇게까지 조심스럽지는 않았을 듯 한데 전체적으로 너무 조심하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튼 경기 결과는 0-0 이지만 내용 자체는 양 팀 모두 좋았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특유의 빠르고 날카로운 패스와 측면 돌파를 계속 시도했고, 수비도 안정감 있게 수행했다. 멕시코 역시 자신들의 빠른 발과 민첩한 몸놀림이라는 강점을 잘 살리는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잘 수행했다. 양 팀 모두 너무 잘해서, 양 팀 모두 상대를 효과적으로 무력화 시켰다. 거기에 양 팀 모두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것이 0-0 이라는 결과가 나온 이유다.

 

스위스와 가봉도 높은 경기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멕시코와 대한민국의 경기력이 약간은 강해 보인다. 외국에서는 멕시코와 스위스의 8강 진출을 점쳤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우리 대한민국과 멕시코가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스위스와의 두번째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스위스를 상대로 이긴다면 마지막 가봉 경기는 큰 어려움 없이 해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위스도 만만한 팀은 아니다. 기대보다는 긴장을 하고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홍명보 호의 건투를 빈다.

 

B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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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서경훈

    올림픽대표팀도 올림픽대표팀이지만 수원의 부진도 상당히 심각합니다.
    특히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여러 요소에서 총체적으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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