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머핀 기사에 대한 단상

2012/1/24 by

코스트코 머핀 기사에 대한 단상

 

 

 

트위터에서 때아닌 머핀 논쟁이 잠시 벌어졌다. 커피전문점에서 코스트코 머핀을 판다는 기사가 트위터 올라왔고 이것이 다시 리트윗된 것에 대해 내가 반박을 했기 때문이다. 먼저 해당 기사(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를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커피전문점에서 직접 만든 머핀인 줄 알고 비싸게 사먹었는데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사온 것을 다시 판다는 것을 알고 나니 왠지 속은 느낌이에요.”

2. 커피전문점을 코스트코 저가 머핀이 빠른 속도로 점령하고 있다.

3. 유통기한 등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

4. 코스트코 판매 가격보다 2~4배 비싸서 불만이 당연히 높다. (코스트코 판매가 666원, 커피점 판매가 1,500~2,500원)

5. 머핀은 칼로리가 매우 높다.

6. 한 소비자가 “칼로리가 높고 코스트코 머핀을 가져다 판 것을 알았다면 사먹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7. 코스트코 머핀은 유통기한이 1~3일이다.

8. 스타벅스는 조선호텔 베이커리가 공동 책임지는데 코스트코는 책임 안진다.

9. 머핀을 다 팔 때 까지는 유통기한/출처 관리 의무 때문에 포장지를 보관해야 한다.

10. 코스트코 머핀 팔려면 즉석 판매 제조업, 식품 소분업 신고가 되어야 할 수도 있다.

 

원래 이 트윗이 올라오기 전에 이미 이 기사를 본 나는, 이 기사가 악의적 의도를 갖고 씌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됐다. 왜냐하면 너무나 말이 안되는 교묘한 왜곡이 기사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이 기사에서 아주 말이 안되는 부분을 먼저 비판해 보자.

 

1. 커피 전문점을 코스트코 머핀이 점령하건 동네 빵집 머핀이 점령하건 매경이 나서서 탓할 이유가 없다.

2. 머핀은 원래 칼로리가 높다. 코스트코 머핀만 유독 칼로리가 높은게 아니다.

3. 원래 일반적으로 구워진 머핀은 유통기간이 1~3일이다. 며칠씩 보관해도 멀쩡한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4. 커피전문점이 코스트코 머핀을 사다 팔건, 아니면 직접 제조해 팔건, 완전 소분 포장된 머핀을 사다 파는게 아닌 한 즉석 판매 제조업이나 식품 소분업 신고는 원래 해야 한다.

 

이 내용들은 뭘 따져보기도 전에 너무도 당연히 말이 안되는 부분들이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기자로서의 소양이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다음에는 코스트코라는 회사를 살펴보자. 코스트코의 원래 회사 이름은 Costco Wholesale 이다. Wholesale 이 뭐냐 하면 “도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즉, 코스트코는 원래 도매점이다. 그래서 다른 할인점과는 개념이 다르다. 포장도 다르다. 다른 할인점이 가정에서, 즉 일반 소비자가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위로 포장, 판매하는 것에 비해, 코스트코는 소매점 점주가 구입해 갈 만한 단위로 포장,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출발이 도매점이었고, 그러다가 소매도 하는 것으로 확대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원도 일반 회원과 별도로 비즈니스 멤버십이 존재한다.

 

 

문제의 머핀 포장만 보아도 이게 도매인지 소매인지 알 수 있다. 유통기간이 길어야 3일이고 사람이 한 끼 식사로 먹을만한 머핀을 12개 단위로 판매하는데 그걸 가정용 포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이 머핀을 개인이 사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끼니마다 머핀을 먹는 미국인에게도 이건 좀 벅차다. 물론, 대부분의 미국인은 끼니마다 머핀을 먹지는 않는다.

 

이런 전제를 하면 추가로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 비판받게 된다.

 

1. 소매점인 커피 전문점이 도매점에서 머핀을 사다가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어짜피 코스트코 아니더라도 프랜차이즈나 식자재 공급 업자에게 완제품으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도매점이니 당연히 싸다.

3. 원래 제품 자체의 하자가 발생하면 도매점이 책임지고, 유통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소매점이 책임지는게 원칙이다. 스타벅스처럼 제조자가 동반 책임을 지게 하고 싶으면 더 비싼 호텔 베이커리 머핀 사다 쓰면 되겠지만 판매가 상승의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당연히 스타벅스 책임이지 제조사가 책임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추가로, 머핀을 매장에서 직접 구워서 판매하려면 기본적으로 오븐이 갖추어져야 하고, 이른 시간부터 밀가루 반죽을 해서 구워내야 한다. 그것도 하루에 수십 개 팔리는 제품도 아닌 머핀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맛이 더 좋다는 법도 없고 원가가 절감된다는 보장도 없다. 커피전문점은 커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지 베이커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이 기사의 내용이 얼마나 악의적으로 씌여졌는지 알 수 있다. 이 기사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666원짜리를 1,500~2,500원에 판매한다는 것, 그리고 출처 관리를 위해 포장을 버리지 말라는 것 뿐이다. 후자의 경우 커피전문점 업주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666원 짜리를 1,500~2,500원에 판매하는 부분이 바로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부분이다.

 

커피 전문점은 수퍼마켓이 아니다.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곁들여 머핀을 먹는 사람은 당연히 일정한 시간 동안 공간을 점유하고 음악을 즐기며 다른 이와 담소를 나누고 무선 인터넷도 사용한다.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 바로 커피 전문점이다. 머핀을 사오는 운송비도 필요하고, 머핀이 유통기한을 넘겨 재고로 남으면 버려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머핀의 가격이 된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마치 코스트코 머핀 판매 가격이 커피 전문점 머핀 판매가격의 원가 총액인 것 처럼 들리게 보도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커피 전문점의 인건비에 대한 고려가 이 기사에는 전혀 없다. 기본적으로 머핀을 사오는 시간에 대한 인건비, 커피 전문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인건비, 커피 전문점을 관리하는 매니저 혹은 사장의 인건비는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기사대로라면 커피 전문점 인력은 가락동 시장에서 채소를 차째로 구입해서 차째로 되파는 되팔이 중간 상인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여러 명의 인력이 머핀을 사오고, 안전하게 보관하고, 포장을 뜯어 진열하고, 주문을 받고, 접시나 봉투에 담아 내주고, 매장을 청소하고, 매장을 관리하고, 재고 관리를 한다.

 

물론, 666원과 1,500~2,500원의 간격이 너무 크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폭리인지 아니면 정당한 마진인지 계산은 해 보았나? 적어도 최소한의 비용 계산과 함께 비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사장이 한 달에 얼마나 이익을 보는지 정도는 따져보아야 이것이 폭리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최소한 나는 동네 커피 전문점 사장이 머핀으로 폭리를 내서 벤츠 타고 다닌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혹자는 소비자의 권리를 말하며 분양 원가 공개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분양 원가 공개는 당시 공기업이었던 주택공사의 일반적 분양 원가를 체계적으로 공개한 후 이것을 토대로 폭리를 막자는 것이었지, “너희 땅 값+시멘트값 1억원인데 왜 집을 5억원에 파냐, 폭리다, 속았다”라는 식의 마녀 사냥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할인점 머핀 사다가 되팔이 하는데 2~4배라는 건 사기다” 라고 기사 첫머리부터 단정짓고 시작한다.

 

폭리를 말하려면 애플의 2011년 10월~12월 분기 실적 같은 것을 두고 말해야 한다. 애플은 463.3억 달러 매출에 130.6억 달러 순이익으로 순 마진 44.7%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애플의 주요 조립 업체인 폭스콘은 여전히 직원 자살 문제와 처우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과 언론 보도는 애플이 자신의 창의적 제품으로 인해 큰 이익을 달성했다며 칭송하기 바쁘지, 이렇게 기록적인 이익을 내면서도 지나친 원가 절감 요구로 인해 폭스콘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 아니냐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애플의 제품이 저렴한 원가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판 것과 같이, 코스트코의 머핀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도매로 팔기에 많은 소매점이 이를 가져다가 자신의 서비스 및 커피와 함께 판매하고 있는 것 뿐인데, 애플은 칭송받고 코스트코와 커피전문점은 욕을 먹는다.

 

왜 이런 기사가 나왔을까? 한국 기업에 프렌들리한 매경 답게, 혹시 외국 기업 코스트코가 한국의 유사 경쟁 기업에 비해 우위에 서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애국심에서 이런 기사를 쓴 것은 아니냐는 추측을 함부로 말하면 괜한 분쟁에 휘말릴 수 있으니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겠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기사를 볼 때에는 그 기사의 타당성에 대해 하나씩 따져보고, 그 기사가 의도하는 바, 목적하는 바를 한 번쯤 생각해 본 다음 받아들이는게 어떨까 한다.

 

이 기사를 쓴 기자가 전혀 악의가 없었다면 차라리 이런 기사를 쓰면 어땠을까?

 

1. 커피전문점에서 코스트코 등 도매점 머핀 판매시 제조 정보 라벨이 있는 포장을 반드시 보관하라.

2. 부패 등 유통 기한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오랫동안 진열하지 말고 늘 제품 상태를 확인하라.

3. 칼로리와 제품 정보를 진열대에 표기하라.

4. 책임 소재로 인한 분쟁 발생시 커피전문점 책임이 될 수 있으니 사전에 충분히 주의하는게 좋다. 그걸 피하려면 책임지겠다고 하는 업체를 이용하라.

5. 즉석 판매 제조업, 식품 소분업 신고를 했는지도 확인하라.

 

이것이야말로 이런 정보를 얻기 힘든 자영업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매경과 같은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언론이 내놓아야 할 올바른 기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비즈니스가 대기업 Only 비즈니스가 아니라면 말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국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이익율에 대해 과하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그 가격에 판매가 된 것이고, 다들 그걸 따라서 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에 대해서는 이런 가격을 받아들이면서 왜 국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가? 진정 폭리에 대해 걱정이 된다면 원가라도 철저히 따져 보던가, 아니면 자기가 먼저 같은 품질에 더 저렴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된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기업도 많다.

 

특히, 이런 내용을 접할 때, 우리가 과연 인건비를 얼마나 쳐 준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보자. 이런 회사들의 인건비로 인정해 주는 비용, 그게 바로 당신이 직장이나 자신의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인건비다. 이 기자는 인건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 그러니 이 기자는 회사에서 월급 받을 수 없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건비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소리다.

 

남이 받아야 한다고 내가 인정하는 인건비 수준, 그게 바로 내가 이 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인건비 수준이다.

 

Barry Lee

 

덧붙임> 차라리 코스트코로 인해 머핀을 공급하던 소규모 업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쓰던가. 그런데 또 그렇게는 못 쓰겠죠. 그렇게 쓰면 우리나라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할인 매장도 욕먹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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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뭐 원가따질거 다 따지면 다른 상품도 다 그렇겠죠?
    커피전문점은 커피를 마시러 가는게 아니라 분위기와 시간때우기 그리고 와이파이 용도로 다들 가는데 머핀이 어쩌구저쩌구하는게 더 이상해요ㅋㅋ
    그리고 전 머핀을 잘 먹지않기때문에… 살찔까봐 아메리카노만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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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쏘쏘

    님 글에 동의합니다.
    추천누를 수 있는 건 다 눌렀어요.
    우리나라 기자들 각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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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동감

    저도 기사보고 어이없던게,

    대기업 커피전문점도 빵과 쿠키를 매장에서 안만들고,

    다른 도매점에서 사오는거면서 어이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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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센스쩌네

    매경은 이 블로그를 언급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매경기사를 까는 센스. 매경기자는 억울한 점이 있어도 반박도 못하네. 아파트 원가 공개와는 다르다며 어설프게 버벅대는 센스.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데 왜 원가를 공개하라고 했을까? 건설업체 직원들의 인건비는 가볍게 무시해주는 센스. 건설업체 직원들은 돈많이 벌면 안되는 재벌들인가? 동네 커피 전문점 사장이 머핀으로 폭리를 내서 벤츠 타고 다닌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센스. 적어도 당신이 들어본적이 없다고 정말 없을 거란거 자료는 있겠지? 그 동네 커피집, 동네 빵집 점장두고 몇개씩 운영하는 벤츠타는 사장있다는 소리 들어본적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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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rry Lee

      수고가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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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꿔뇨

      원래 이런글에 답글 달아주면 씐나하실듯한 관심종자들
      논리적으로 쓰지 않으면 꼬투리잡아 닥달할 것 같은 사회부적응자들~
      머 꼭 이분이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베리님 글에서 느끼지 못했던 뉘앙스를 이분글에서 느끼게 되네요

      갑자기 코스트코 머핀이 아닌 다른 대기업에서 도매로 떼어와서 파는 머핀의 원가가 궁금해집니다..
      그 가격이 코스트코 머핀보다 결코 비싸지 않을꺼란 생각은 단지 제 생각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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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HappyBirthday

    하하하
    통쾌한 글이네요.
    차기자님~ 님의 밥값이나 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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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솔직히 경쟁업체가 없는것도 아니고 지네들이 얼마에 팔든 무슨 문젤까요 ㅋㅋㅋ
    담합같은게 없다면 욕먹거나 할것도 없는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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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isteryJK

    그러잖아도 어제 커피전문점 운영하는 친구랑 코스트코에서 머핀사다 먹으면서 코스트코 머핀 이야기를 하긴 했었는데…기사만 보고 당연히 ‘도매점’ 이용하는걸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네요. 역시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는 듯 합니다. ‘코스트코에서 사다가 그대로 파는 커피전문점은 비도덕적이다’라고 이야기하는게 그대로 인식으로 자리잡혀버리니까요. 암튼, 좋은 반론글이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 신문 기사들은 몇 번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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