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물 채우면 올림픽 금메달이 늘어날까?

2008/8/14 by

요새 인터넷에 축구를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그 중에 몇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글을 씁니다. 첫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댓글은 “우리나라 축구가 투자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라는 글입니다.

먼저 제가 자주 가는 사커월드에 좋은 자료가 있어 일단 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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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20 청소년 대회

1997 말레이시아
최종전적 1무 2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0 : 0  남아공
대한민국 2 : 4  프랑스
대한민국 3 : 10 브라질

1999 나이지리아
최종전적 1승 2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1 : 3 포루투칼
대한민국 0 : 1 우루과이
대한민국 4 : 2 말리

2003 UAE
최종전적 1승 2패 (16강 진출)

대한민국 2 : 0 독일
대한민국 0 : 1 파라과이
대한민국 0 : 2 미국
-16강
대한민국 1 : 2 일본

2005 네덜란드
최종전적 1승 2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1 : 2 스위스
대한민국 2 : 1 나이지리아
대한민국 0 : 2 브라질

2007 캐나다
최종전적 2무 1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1 : 1 미국
대한민국 2 : 3 브라질
대한민국 1 : 1 폴란드
- U-23 올림픽 매치

1988 서울
최종전적 2무 1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0 : 0 소련
대한민국 0 : 0 미국
대한민국 1 : 2 아르헨티나

1992 바르셀로나
최종전적 3무 (예선탈락)

대한민국 1 : 1 모로코
대한민국 0 : 0 파라과이
대한민국 1 : 1 스웨덴

1996 애틀란타
최종전적 1승1무1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1 : 0 가나
대한민국 0 : 0 멕시코
대한민국 1 : 2 이탈리아

2000 시드니
최종전적 2승 1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0 : 3 스페인
대한민국 1 : 0 모로코
대한민국 1 : 0 칠레

2004 아테네
최종전적 1승 2무 (8강 진출)

대한민국 2 : 2 그리스
대한민국 1 : 0 멕시코
대한민국 3 : 3 말리
-8강
대한민국 2 : 3 파라과이

2008년 베이징
최종전적 1승1무1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1 : 1 카메룬
대한민국 0 : 3 이탈리아
대한민국 1 : 0 온두라스

월드컵 매치

1986 멕시코
최종전적 1무 2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1 : 3 아르헨티나
대한민국 1 : 1 불가리아
대한민국 2 : 3 이탈리아

1990 이탈리아
최종전적 3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0 : 2 벨기에
대한민국 1 : 3 스페인
대한민국 0 : 1 우루과이

1994 미국
최종전적 2무1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2 : 2 스페인
대한민국 0 : 0 볼리비아
대한민국 2 : 3 독일

1998 프랑스
최종전적 1무 2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1 : 3 멕시코
대한민국 0 : 5 네덜란드
대한민국 1 : 1 벨기에

2002 한국
최종전적 2승 1무 (16강진출)

대한민국 2 : 0 폴란드
대한민국 1 : 1 미국
대한민국 1 : 0 포루투칼
-16강
대한민국 2 : 1 이탈리아
-8강
대한민국*0 : 0 스페인
-4강
대한민국 0 : 1 독일
-3.4위전
대한민국 2 : 3 터키

2006 독일
최종전적 1승1무1패 (예선탈락)

대한민국 2 : 1 토고
대한민국 1 : 1 프랑스
대한민국 0 : 2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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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꾸준히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올림픽 성적은 이번 베이징보다 이전 아테네 대회 때가 좋았습니다만, 이 부분은 당시 아테네 대회 때에는 김호곤 감독이 꾸준히 선수들 소집해가면서 지원 받아가면서 팀을 빌딩했고, 또 무미건조한 전술로 욕을 먹기는 했어도 나름대로의 철학은 있었던 것에 반해, 이번 박성화 호는 소집 훈련이 거의 없었고 전술적으로도 너무 소심한 전술로 패배와 무승부를 자초했던 부분을 감안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전반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은 수치적 결과로도 나타납니다.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2002년 월드컵은 1997년의 OECD 가입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범위 안에서 집중적인 투자로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그것이 결국 사회 전반에 고르게 녹아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단기적 성과를 낸 것이기에 다시 그것이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까지는 한동안 고통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세계 축구에 대한 눈을 떴고 이제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겁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축구협회를 욕하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사회가 축구협회에 비교해 나은 것이 무엇일까요? 축구협회가 비리로 점철되었다고, 연줄로 감독한다고 욕합니다만, 경제만 살리면 우선이라고 비리가 많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고, 또 많은 비도덕적 상황에 대해서도 눈을 돌리고 있는게 우리 현실이죠. 지금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된다고 하는데도 이에 대해 극렬한 반대를 하는 사람은 또 누가 있으며 그걸 막기 위해 투표를 하자고 한들 투표율은 또 얼마나 됩니까?

다시 말해 축구협회와 축구계의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반영일 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시사적인 내용을 주장하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축구협회와 축구계의 수준 자체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그대로 투영한 것일 뿐이라는 소리입니다. 물론 바꿔나가야 겠죠. 저부터도 수년 전부터 이걸 바꾸기 위해 나름대로 컬럼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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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본 또다른 황당한 글은 축구장이 불필요하게 많으니 용도 변경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어이가 없었던 것은, 제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이런 댓글을 많이 달아놓은 분이, 자기는 국내 축구는 안보는 유럽축구팬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유럽 축구가 경쟁력이 있고 실력이 뛰어난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발전된 교육 시스템 덕일 수도 있고, 그네들의 유전자가 축구를 잘하도록 되어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동네마다 서너면씩 있는 잔디 축구장과, 그런 잔디 축구장에서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수많은 예비 축구 선수들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 가 보시면 정말 우리 식으로 읍면동마다 서너면씩의 잔디 축구장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는 그 숫자만큼 야구장이 있고 농구 골대는 초등학교마다 서너개 이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유소년 축구시설은 유럽에 비해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것 같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축구 수준은 한 수 떨어질까요? 이 부분에 대해 LA 갤럭시 마케팅 매니저와 나눈 대화에 따르면 그 이유는 “미국에는 청소년들이 되고 싶어하는 축구 영웅 롤모델이 없었다” 입니다. 다시 말해, “저 사람 처럼 하면 떼돈번다”라는 것이 없었다는 말입니다.

미국도 어렸을 때의 유소년 스포츠는 각 종목별로 다양하고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축구와 야구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청소년기가 되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때가 되면 결국 돈이 많이 벌리는 야구와 농구, 미식축구로 바꾸게 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나 한국이나 돈되는 쪽으로 간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스포츠 선수들이 축구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돈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으로 선택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포츠라는게 늘상 그렇듯이 30대 초반이 지나면 끝입니다. 즉, 10~15년 안에 평생 먹고살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최근까지 우리나라 유소년 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였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지만) 결국 은퇴하면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는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많은 분들이 “배가 불렀다” 라고 말씀하시는 축구 선수들의 연봉이 1~2억이 대부분이고, 극히 일부가 5억 이상, 10억은 한두명 수준입니다. 2억 버는 선수가 그 동안 키워준 부모님께 떼어드리고 자기 생활하고 저축해도 결국 1년에 1억 정도일텐데, 이렇게 그런대로 성공한 축구선수가 모을 수 있는 돈이 10억입니다. 그것도 아주 best case 입니다. 축구 장비도 돈이 들고, 이 친구들 몸이 재산이라서 한번 먹으면 4-5인분씩 고기를 먹어대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거든요.
자, 이렇게 “배가 부른” 축구 선수들도 기껏 벌어야 10억이고, 이 돈으로 집 한채 사면 끝입니다. 운 좋으면 고등학교나 중학교 축구 코치로 먹고 살면 끝이죠. 그런데 다른 종목은 어떨까요? 핸드볼 선수가 되고 수영 선수가 된들 어떤 다른 소득이 있을까요? 올림픽에서 메달 못 따면 달리 먹고 살 방법이 없잖습니까? 그나마 있다면 스포츠 센터에서 수영 코치 되는 정도이죠.

그렇다면 정말 축구장에 물 채워 수영장 만들어서 여름에 박태환 수영하게 만들면 수영 선수들이 입에 풀칠할 방법이 생기나요? 당연히 없죠. 그러니 장래를 생각하면 고생해서 수영 선수가 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수영이나 골프 같은 경우 스포츠센터에 일자리가 있으니 좀 나은 편이지만, 역도나 핸드볼은 어떨까요? 대학에서 체육 교육과 나와서 체육선생님 되는 것 말고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축구장 지을 돈으로 그 종목에 투자한들 누가 그 종목에서 운동하겠습니까?
기본적으로 그런 식의 발상 자체가 우리가 얼마나 스포츠에 진지한 관심이 없는가를 웅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축구가 유소년 저변 확대가 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축구가 공 하나만 있어도 할 수 있고 재미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돈 많이 버는 롤모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공 하나만 있어도 한다지만 실제로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잔디 구장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가능하면 많은 어린이들이 축구 뿐만 아니라 많은 스포츠를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스포츠가 가야 할 방향 아닌가요? 그러려면 있는 축구장 가지고 거론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좋은 시설과 체계를 어린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줄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체계적인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되려면 그걸 만들고 운영하는 어른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야 합니다. 수업시간 오전에는 잠만 자다가 오후에 수업 안받고 나가서 운동하던 친구들이 과연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보다는 방과 후에 한두시간, 주말에 서너시간 즐겁게 운동하다가 청소년기에 운동 그만두고 공부하던 친구들이, 나중에 스포츠 과학이나 기타 분야를 전공한 후 다시 그 스포츠 분야에 투신해서 선수가 아니라 스탭이나 학자로 연구해야 좋은 시스템이 나오는게 아닐까요?

우리가 무링요 감독을 부러워 하지만 무링요 감독이 선수 출신입니까? 결국 그런 사람들은 선수가 아니라 지도자의 길을 걸었던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좋은 지도자가 됐지요. 왜냐하면 운동할 시간에 더 공부했고 그걸 다시 스포츠에 접목하고 있거든요.

따라서 시스템이 좋아지려면 먼저 스포츠가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생활 스포츠가 되는 단계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생활 스포츠가 되려면 축구장에 물채운다는 단편적 발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수영장과 축구장이 더 많아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구요.

그리고 돈 안되는 스포츠도 즐길 수 있게 해 주려면 결국 나라에서 세금 가지고 지어주던가, 재벌이나 부자들이 더 많은 기부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제 거의 끝나가는 스포츠토토의 월드컵 경기장 지원금 같은 것을 이번에는 다른 경기장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구요.

개중에는 왜 토토 수익금으로 프로 구단이 사용하는 경기장 지원금 주냐는 분들이 있는데, 지금 법제상 경기장을 프로구단이 소유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경기장을 프로 구단에 50년 장기 임대한 후, 건립금의 잔금을 책임지게 한다던가 하는 발상도 할 수 있을텐데, 법에 묶여 그런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그런게 가능하다면 결국 토토 지원금 가지고 축구장에 물 안채워도 수영장이든 핸드볼장이든 다양한 스포츠의 훈련장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결국 지방자치단체도 자기 돈 나가는게 아니라 토토에서 돈이 들어오니까 아무 생각 없이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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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엘리트 스포츠를 욕하고 생활 체육을 이야기하고, 금메달 우선 주의를 비판하면서도, 누구보다도 먼저 금메달 따는 종목만을 논하고, 엘리트 스포츠를 논하고 있는 겁니다. 누굴 탓할게 하나도 없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니까요.

하지만 그걸 인식하고 깨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무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바로 제가 앞에 예를 든 우리나라의 국제무대 축구 성적처럼 말입니다.

배리 이진행 ( http://www.bloggershome.net/barry )

PS> 한 가지 재미있는,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을 알려드릴까요? 제가 예를 들었던 1990년대 이후 한국 축구가 아니라 그 이전의 한국 축구는 어땠을까요? 태국의 킹스컵에 나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3-1로 발리다가 4-3으로 이겼다며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을 외치던 시기입니다. 월드컵은 나가보지도 못하던 시절이지요. 올림픽은 말할 것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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