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이탈리아vs대한민국 베이징 올림픽 축구
Tweet베이징 올림픽 D조 예선 이탈리아와 대한민국의 경기가 중국 친왕따오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객관적 열세인 전력에서 과연 한국이 어느 정도의 결과를 낼지 궁금한 경기였습니다.
1. 경기 개요
4-5-1의 다소 수비적인 포메이션으로 임한 대한민국은 초반에는 나름대로 공세적인 플레이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중반들어 수비가 다소 느슨해지면서 이탈리아의 로시에게 선취골을 허용했습니다. 수비가 느슨해진 부분도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5명이나 있었던 미드필더들이 페널티에어리어 중앙에 서 있던 상대 선수를 놓치면서 실점을 했습니다. 이후 점차 하프라인 아래로 물러서는 플레이로 바뀌면서 상대에게 많은 미드필더 공간을 내주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키 선수에게 추가 실점을 하게 됩니다.
추가 실점을 한 이후 한국은 조금씩 공세적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박주영 선수의 헤딩 슛이 나왔지만 아쉽게도 크로스를 맞고 맙니다. 이후 전반전은 2-0으로 종료되었습니다.
후반 들어 대한민국은 신영록과 김정우를 빼고 백지훈과 이청용을 투입하며 4-4-2 포메이션으로 변경합니다. 한국은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가며 전반전과는 다른 경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해서 이탈리아의 문전까지 공을 배달하며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어냈고,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선수를 교체하며 공격보다는 수비를 강화하는 쪽의 선택을 했습니다.
한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몇 차례의 슈팅도 나왔고 이탈리아는 계속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후반 40분을 넘어가혀 한국은 강력한 공격을 계속해서 이어갔지만 결국 모두 무뒤로 돌아갔고 오히려 후반 45분 이탈리아의 역습 상황에서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경기는 3-0으로 종료되어습니다.
2. 패배의 원인
한국의 패배는 객관적으로 예상되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패한 이유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패배의 첫번째 원인은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 차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경기를 유연하게 풀어가는 능력, 존 디펜스와 강력한 대인 마크를 통한 뛰어난 수비 능력,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골 결정력은 기본이고, 일대일 상황에서도 크지 않은 유연한 동작으로 상대를 제치는 드리블 능력까지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전 두 점의 실점 상황을 보면 과연 개개인의 실력차이가 그 원인이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첫번째 실점의 경우 중앙 지역을 담당했어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겠지만, 이와 함께 사실상 전반전에는 대한민국의 수비형 미드필더고 세 명이었다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포메이션을 어떻게 놓았건 오장은, 김정우, 기성용 선수는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는 중앙 미드필더이고, 이 경기 중에도 자꾸만 뒤로 물러서며 수비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가 이탈리아라는 강팀이라고 하더라도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둔 것은 오버센스입니다. 4-5-1이라고 했지만 원래는 4-3-3 내지는 기성용 선수가 전진해서 4-2-3-1을 만들었다면 모를까, 실제로는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되어 3선을 구성하다보니 박주영과 이근호가 힘에 겨운 싸움을 하게 되었고 결국 최전방의 신영록은 고립되었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앙에서 중원 싸움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첫번째 실점 상황에서는 상대 공격수를 홀로 내버려 두다가 실점을 자초했습니다.
이후 전반전 막판까지 이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자신들이 미드필더인지 수비수인지 망각한 듯 듣도 보도 못한 세븐백을 형성하다시피 하며 자꾸만 뒤로 물러섰고, 이탈리아는 무주공산이 된 중원에서 잔치를 벌일 수 있었습니다.
후반전의 실점은 공격에 치중해야 하는 팀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역습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크게 문제삼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후반전들어 공격적으로 나서자 이탈리아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아무리 이탈리아가 2-0으로 리드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한국도 나름대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이기기는 어렵더라도 무승부를 하거나, 최소한 1-0의 아쉬운 패배라도 얻어볼 수 있었던 이 경기가 이런 결과로 종료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탈리아라는 상대에게 미리 겁먹고 극히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 박성화 감독, 그리고 이에 걸맞게 자꾸만 후진하며 상대에게 중원을 내주고 만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후반전 공세 상황에서 골을 결정지어주지 못한 공격수들과 다른 선수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전반전부터 맞대응으로 계속 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3. 약간의 희망
그나마 있었던 약간의 희망은 후반전에 백지훈과 이청용 선수가 투입되면서 전방을 향해 원터치로 연결되는 위협적인 패스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사실 경기 내내 이런 플레이를 했다면 이탈리아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했을 수 있습니다. 이 때 나왔던 좌우 측면에서의 빠른 공격 전개는 매우 효과적이었고 좀 더 상대의 템포에 적응해 있었다면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 선수들이 원래 강팀을 상대로도 기죽지 않고 플레이하던 세대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기가 죽은 모습을 보이게 됐는지 많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후반 중반까지의 플레이는 이들이 결코 어디가서 일방적으로 밀릴만한 선수들은 아님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4. 큰 기대는 하지 말고 남은 경기를 즐기자.
오늘 경기 내용으로 볼 때 온두라스를 이길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온두라스 역시 약팀은 아니라는 사실을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보여주었지만 한국의 스타일은 온두라스와 같은 스타일에는 대체로 강하기 때문에 승리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온두라스에 이긴다고 하더라도 8강전에 진출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필자가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바라는 것은, 이기건 지건 제발 자기 페이스 대로 공격적으로 플레이 해달라는 것입니다. 수비는 수비대로 주춤주춤 물러나고 공격은 공격대로 고립되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여야 합니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충분히 그럴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발 박성화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만이라도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버리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선수들도 다른 종목에서 선전하고 있는 선후배들의 모습을 본받아 이를 악물고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배리 이진행 ( http://www.bloggershome.net/barry )






축구와 사진을 사랑하며 트위터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 어머니와 아내, 두 딸들을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는 늦깎이 열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