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만능주의 대한민국, 독도를 잃다

2008/7/15 by

대한민국의 서점가를 가 보면 두 가지 베스트셀러 코너가 있다. 하나는 소설 부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소설 부문이다. 심심치않게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베스트셀러도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된다고는 하는데, 그런 일은 일단 접어두고 살펴봐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비소설이라 함은 소설이 아니라는 의미다. 소설이 아니라고 말하면 우선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장르가 에세이다. 수필이나 묵상집과 같은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적어도 우리가 초중고 학생 시절을 거쳐오며 배웠던 바에 의하면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 서점가의 비소설 베스트셀러는 거의 어김없이 “성공하는 방법” 내지는 “돈 버는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돈 많이 버는 방법”이라던가 “성공해서 부자되는 법”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성공과 돈에 모든 것을 걸었다. 성공을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사회다. 돈이 많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다. 일부는 그런 현실에 개탄을 하지만 암묵적으로 모든 국민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에 편입되기를 갈망한다.

돈과 성공만을 추구한 대한민국

돈과 성공만을 추구하던 대한민국은 결국 기업가 출신의 대통령을 선출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기업가 출신이 대통령 선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 정주영 회장이나 그의 아들 정몽준회장이 대권에 도전했다가 좌절을 맛봤다. 공교롭게도 현대 그룹의 로열 패밀리가 실패한 일을, 현대 그룹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했다.

돈과 성공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재벌 기업 자수성가 사장 답게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 정부를 내세웠다. 무엇이든 실용적이면 용서가 되는 정부다. 실용적이지 못하면 용서가 안되는 정부다. 어짜피 되도 않는 학생들을 교육시키려고 교육 공무원 많이 뽑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자립형 사립고는 늘린다면서 교육 공무원 수는 대폭 감축하려고 하고 있다. 위원회가 비실용적이라고 줄인다고 하면서 의문사 위원회와 같은 인권과 관련된 위원회를 죄다 없앴다. 실용적으로 저렴한 미국 쇠고기 수입한다면서 국민의 건강권은 관심밖이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은 적어도 일본의 교과서 안에서 자국의 영토인 독도를 잃어버리게 됐다. 교과서에서 그렇다는 말은 결국 일본 국민의 의식 속에서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사실이 지워지고 오히려 일본 영토라고 각인되게 되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일본에서 만난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말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대응이다.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통보에 대해 “이마와 고마루. 맛데 호시이”(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혹시 G8 회담에 맞추어 방일을 한 상황에서 다른 여러 가지 실용적 결과가 뭍힐까봐 걱정이라도 한 것이 아닐까? 아무튼 회담의 실용적 결과를 위해서인지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기다려 달라”라는 대응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책무와 자격

대한민국 헌법 제 66 조 2항에 따르면, “②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라고 되어 있다. 즉,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가의 영토가 타국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침탈당할 위험에 처하면 당연히 즉각적으로 이에 대한 수호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타국, 특히나 일본의 총리가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자국민에게 공표하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이것을 선전포고에 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적어도 그 자리에서 그런 망발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이에 대해 명백하게 경고를 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을 위해서인지 혹은 다른 무언인가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대응을 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나아갈 길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없는, 실용이라는 허울 아래 황금 만능주의를 감춘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의 업보다.

한 국가의 수장이라는 자리는 어떤 한 가지 능력만 가지고 있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전반에 걸쳐 기본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고, 각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필요하고, 국가 구성원이 리더로서 믿고 따를만한 도덕성이 필요하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을 치르면서 주장했던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문구는, 그 자체로 대통령이 되려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준비라는 것은 앞서 열거한 그런 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넘버 1이라는 자리인데, 이 정도의 준비는 되어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백번 양보해 설령 국가적 필요성에 의해 전과가 있고 거짓말을 여러 차례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가 국가의 장기적 비전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뽑은 새로운 대통령은 장기적 비전이나 철학, 통찰력이나 도덕성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춘 것이 없었다. 심지어 자기가 부족하면 남의 말을 잘 듣기라도 해야할텐데, 다른 사람, 특히 국민과의 의사 소통 능력은 거의 빵점에 가깝다. 그가 내세우는 공약이라는 것도 비전이 아니라 개별적 시행 방안에 불과하다. 철학도, 통찰력도, 최소한의 지식도, 포용력도 없다. 심지어 경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취임 5개월만에 수조원에 해당되는 외화를 날려먹고 국가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아는 것인가?

이렇게 전혀 준비가 안된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한 국가의 수장인지 혹은 한 기업의 사장인지를 헷갈리고 있는 것 같다. 한 기업의 사장이라면 다른 회사의 사장이 뭔가 문제성 있는 말을 할 때에 “내부적 논의를 거친 후 결과를 통보해 주겠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 국가의 수장이 타국의 수장으로부터 영토적 주권을 침해받는 말을 들었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자리에서 이를 문제 삼고 모든 다른 논의를 즉시 중단했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정한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당연한 모습이다.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대한민국은 이제 독도를 잃었다. 적어도 일본 국민들의 머리속에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는 없다. 다만 일본의 영토인 다케시마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제대로된 대응은 커녕 여전히 “거론된 바 있다”와  “거론된 바 없다”를 왔다 갔다 하며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청와대를 보면 이는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더 이상 어떻게 참고 기다려야 할까? 도무지 이 정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성장을 위한,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한 고통의 5년이라고 보고 넘기다가는 나라가 통째로 거덜날 것 같다. 외환 보유고는 바닥나고, 국민은 광우병의 위협에 시달리고, 대운하 판다고 금수강산 파헤치고, 건강 보험을 통째로 민영 보험사에 가져다 바치고, 공기업의 사업권을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다 팔아치우고, 심지어 영토까지 다른 나라에 가져다 바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이것이 바로 황금만능주의에 빠졌던 우리 스스로의 자화상이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고? 그게 아니라 부패가 최악의 무능이다.

Barry Lee


Print Friendly

5 Comments

  1. 헤이

    베리님 헤이군 입니다 .. 그레이트 -_-b

       0 likes

  2. 항상 배리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타인의 의견에 이토록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오래간만의 느낌입니다.
    계속해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0 likes

  3. 씨불

    개명박…정부… 나라꼴 자 알 돌아간다…

       0 likes

  4. 홀… 칼라 뉴스로 송고되었군요…
    가끔 들려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여튼 생각보다 일찍 바닥을 치겠군요…

       0 likes

  5. 와싸비앙

    아 가슴깊이 와닿는 글입니다. 황금만능주의…
    제 주변의 20대 친구들도 이에 길들여진듯해 아쉽네요.

    제가 다니는 사이트로(http://globalcandles.org)로 글 좀 퍼가겠습니다.

       0 likes

Trackbacks/Pingbacks

  1. Barry 이진행 칼럼 - 대한민국의 서점가를 가 보면 두 가지 베스트셀러 코너가 있다. 하나는 소설 부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소설 부문이다. 심심치않게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