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vs북한 경기 관전평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
Tweet2008년 6월 22일 일요일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경기가 있었습니다. 양팀 모두 최종 예선 진출이 이미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 맥이 빠진 경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되었지만 남북전이라는 특성상 치열한 경기가 예상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은 3차예선 동안 실점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공격 역시 홍영조, 정대세, 문인국의 공격전이 상당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그 동안 주전이라고 할만했던 선수들이 아니라 경기를 많이 뛰지 않았던 선수들이 출전함으로써 조직력에 대한 우려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1. 포메이션
대한민국 4-3-3 북한 3-4-3
┌───────────────┬───────────────┐
│ 김치우 안정환 │ 차정혁 │
├─┐ 오장은 │문인국 리광철┌─┤
│정│강민수 │ 안영학 │리│
│성│ 김두현 고기구│정대세 리준일│명│
│룡│이정수 │ 김영준 │국│
├─┘ 김정우 │홍영조 박철진└─┤
│ 최효진 이청용 │ 남성철 │
└───────────────┴───────────────┘
* 교체 (대한민국)
안정환->박주영 (후반 15분)
김정우->김남일 (후반 26분)
오장은->이근호 (후반 33분)
* 교체 (북한)
김영준->박남철 (후반 17분)
홍영조->최금철 (후반 41분)
2. 경기 요약
대한민국이 특유의 모습답게 공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경기는 일진 일퇴의 팽팽한 공방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상대로한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비 일변도가 아니라 수비를 강화하면서도 미드필드에서부터 압박을 강화하고 공격 역시 적극적으로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수비시에는 어느새 7~8명이 수비에 가담하면서 대한민국이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 발 더 뛰는 적극적 움직임을 통한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지역 방어와 밀착마크를 병행함으로써 공을 잡은 상대 선수가 패스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모습은 무실점 경기를 이어간 이유를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조금 조심스러우면서도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계속해서 슈팅을 시도하였습니다. 안정환과 이청용을 이용한 측면 공략과 함께 김정우 김두현이 주도하는 중앙 공격도 시도하는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많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수비시에 많은 수비 숫자를 가져감으로써 페널티 지역 부근에 마지막 슈팅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부족했습니다.
전반전 내내 한국의 공격이 북한의 밀착 마크에 막히고 북한 역시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도 간간히 역습을 시도하는 양상이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홍영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위력적인 유효슈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후반 들어서도 비슷한 경기 양상이 계속되었으나 대한민국은 전반에 비해 상대 북한의 뒷공간을 노리는 로빙 패스를 자주 시도하며 좀 더 위협적인 공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역습 위주의 공격을 했으며 특히 차정혁에서 홍영조로 이어지는 대각선 패스는 계속해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후반 15분 잘 뛰던 안정환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합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를 교체하여 지쳐가는 선수들에게 활발한 움직임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 이후에도 경기 양상은 비슷하게 이어집니다.
후반 20분을 지나면서 경기는 북한이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3차 예선에서 후반 22분에 자주 득점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경기에서도 이 시점을 전후해 주도권을 쥔 후 계속해서 공격권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후반 26분 정도까지 이어졌는데 이 시점에 김남일 선수가 투입되면서 다시 경기는 양 팀이 공격을 번갈아 하는 형태로 돌아갑니다. 후반 29분 이청용의 기가막힌 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슛을 하늘로 날려버림으로써 대한민국은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칩니다.
대한민국은 후반 33분 다리에 쥐가 난 오장은을 대신해 이근호를 투입하며 변화를 줍니다. 원래는 고기구나 이청용 선수를 교체해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이나 오장은 선수의 다리에 쥐가 나면서 오장은 선수와 교체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박주영이 김두현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에 포진하고 김남일이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자리하는 역삼각형 형태의 4-3-3 포메이션으로 변형되었습니다.
이후 대한민국은 결정적 기회를 놓치며 전원 수비에 나선 북한을 상대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결국 경기는 0:0, 누구나 예상했던 무승부로 종료되었습니다.
3. 전경기 무실점의 실체, 북한의 수비
그 동안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아시아팀들은 흔히 9-0-1이라고 비웃음을 당하곤 하는 공격수 한 명 빼고 전원 수비 전술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이와는 달리 비록 정대세 한 명이 상대 진영에 위치한다고는 하지만 공격시에는 미드필더들이 적극 가담하고 양쪽 윙 포워드가 중앙으로 파고드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강점은 수비였습니다. 북한은 수비시에 볼을 가진 상대 선수 주변의 선수는 밀착 대인 마크를 시도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미리 지역을 선점하는 지역 방어를 함으로써 패스를 시도하기도 어렵게 만들고 패스를 줄 곳도 없게 만드는 수비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비시 숫적 우위가 필수적인데 북한은 공격이 기본적으로 많은 숫자를 두지 않으면서 수비시 공격수들이 빠르게 수비 가담을 했습니다.
이것은 그 동안 한국을 상대했던 수비위주의 묻지마 수비 일변도의 플레이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뛰어난 조직력과 함께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과 좋은 공격수가 있어야 보여줄 수 있는 수비입니다. 무조건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압박과 지역 선점을 병행함으로써 결국 상대가 공격 패스를 하지도 못하고 쩔쩔매다가 빼앗기게 만드는 좋은 수비입니다. 비록 좀 더 수비적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이 2002년에 보여주었던 플레이의 기본 개념과 많이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경기력이 이어지면 최종 예선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가능하면 최종 예선에서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일본이나 이란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보일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일본과 같은 팀에게는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4. 허정무 감독의 독특한 선수 교체
허정무 감독은 후반 15분 잘 하고 있던 안정환을 빼고 박주영을 넣습니다. 박주영 선수는 지난 세 경기에서 볼터치가 좋지 못하고 트래핑이 길어 제대로 된 슈팅도 시도하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박주영은 교체 투입 후에 안정환보다 움직임이 오히려 부족한 모습을 보였고, 돌파력도 좋지 않았습니다.결국 대한민국의 왼쪽 공격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김정우를 김남일로 교체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남일의 교체 투입 이후 전방을 향한 볼 배급이 좋아지고 수비시에도 중간에서 차단하는 모습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왜 오장은이 아닌 김정우 선수를 뺐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상 오장은 선수는 경기 내내 크게 활약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후반 들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화면에서 사라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즉, 뛰는 시간이 줄어들고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아니나다를까, 김남일이 교체투입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오장은 선수는 다리가 쥐가 나서 이근호 선수로 교체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김두현을 좀 더 수비적으로 내리고 박주영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는 변경을 해야 했습니다.
다리에 쥐가 난 오장은을 이근호 선수로 교체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체 직전까지 과연 이근호의 교체 대상이 고기구 선수일지 이청용 선수일지 중계진조차 감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허정무 감독의 교체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늘상 교체만 하면 더 경기가 꼬이던 모습에 비교해 보면, 이 경기에서는 교체해도 별반 차이가 없거나 약간 나아지기는 했다는 면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5. 어쩔꺼나, 대표팀 공격진
대한민국은 이 경기에서 슈팅을 17개나 시도하면서도 유효 슈팅은 불과 4개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그 유효슈팅도 별로 위력적이지 못했고, 골문을 벗어난 슈팅 중에서도 위협적이었던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슈팅을 하더라도 상대 골키퍼에게는 가보지도 못하고 수비수에게 막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도 11개의 슈팅을 했고, 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6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습니다. 내용면에서도 북한의 유효 슈팅 중에는 정성룡 골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낸 슛이 여러 개가 있었습니다.
즉, 대한민국 대표팀은 슈팅 타이밍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슛을 하더라도 한 박자 늦어 번번히 상대 수비수에게 막히고, 설령 슈팅이 되더라도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미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고기구 선수의 기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고, 설기현 선수에 대해서도 선수 선발 인원수의 낭비라는 지적까지 있었습니다. 또한, 서동현, 신영록 등 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을 뽑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예선전을 이어가면서도 고기구와 설기현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최근 소속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던 박주영 선수는 원톱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필드 골이 하나도 없고, 심지어 변변한 슈팅도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박주영 선수는 예선전 내내 볼 터치가 안좋아 트래핑이 길고 위협적인 방향으로 볼을 돌려놓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번번히 상대 수비수에게 묶여 버려 원톱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에는 원톱에 적합한 공격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동국과 조재진은 상당히 부진하고,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은 투톱에 적합하거나 2선 공격수에 가깝습니다. 특히 좋은 득점력을 보이고 있는 서동현과 신영록은 원톱보다는 투톱에 적합한 선수들입니다. 또한, 비록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더라도 박주영 선수 역시 원톱보다는 투톱이 어울리며, 최근 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기대를 걸게 하고 있는 안정환 선수 역시 투톱이 어울립니다.
따라서, 앞으로 4-4-2 나 4-1-3-2, 혹은 3-5-2 형태의 투톱 포메이션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6. 대한민국을 기다리는 두려운 최종 예선, 그에 맞서는 무재배의 달인,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이 월드컵 최종 예선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만, 이번에도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들이 최종 예선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2번 시드가 된 대한민국은 1번 시드인 호주를 피했지만, 일본,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중에서 적어도 한팀과는 같은 조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북한의 경우에도 그다지 만만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감독은 무재배의 달인, 허무축구의 대명사 허정무 감독. 비록 무승부에는 일가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내내 무승부만 해서는 본선에 진출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은 모종의 변화를 꾀하지 않고는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모종의 변화 역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저 하늘에 대고 비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이런 경기를 지켜보아야 할 4천만 붉은 악마들(빨갱이 사탄이 아님)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7. 선수 평점
고기구 – 6점 (별로 한 일도 없고 그다지 뛰지도 않았음)
안정환 – 6점 (성실하게 뛰기는 했지만 뭔가 보여줄 타이밍에 교체됨)
이청용 – 6점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여러 차례 볼을 빼앗기며 조금 부진함)
김두현 – 6점 (노력을 하기는 한 것 같지만 결국 닌자)
김정우 – 6점 (몇 차례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본인도 모를 이유로 교체됨)
오장은 – 5점 (애매한 위치 선정, 명확한 목적없는 플레이)
최효진 – 7점 (날이 갈 수록 좋아지는 모습)
강민수 – 6점 (그냥 저냥 자기 역할 수행)
이정수 – 6점 (그냥 저냥 자기 역할 수행2)
김치우 – 7점 (활발한 오버래핑. 그러나 실속은 없음)
정성룡 – 8점 (뛰어난 선방)
박주영 – 5점 (난지도 대폭발 슛)
김남일 – 7점 (교체되어 들어가 좋은 볼 배급과 깔끔한 차단)
이근호 – 6점 (별로 한 일이 없음)
허정무 – 3점 (목적없는 전술. 그러나 무재배엔 성공)
배리 이진행 ( http://www.bloggershome.net/barry )






축구와 사진을 사랑하며 트위터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 어머니와 아내, 두 딸들을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는 늦깎이 열혈남.
촛불집회 기사 보다 들렀습니다.
그런데 님의 축구 대표팀 분석,
참 공감가서 유익하게 읽고 갑니다.
뭘 제대로 모르고 그냥 열심히 응원만 하는 아줌마인데
이제 님의 글을 통해서 공부 좀 해야겠다는…^^
자주 들려서 읽겠습니다.
건필하시고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