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개방, 얻은 것이 아니라 잃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세 번이나 숙였다. 나랏님이 어리석은 백성에게 머리까지 숙이셨으나 어린 백성이야 그저
황송해 하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를 외치면 좋겠지만, 시절이 수상한 탓인지 나라가 민주주의가 된지라 그는 나랏님이 아니라 심부름꾼이고 국민은
백성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머리까지 숙였는데”라는 시대 착오적인 소리는 그만 하고, 쇠고기 협상 결과와 대국민 담화를
근거로 현재까지의 상황을 분석해 보자. (다만 최종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언론 보도를 통해 추측한 결과를 토대로 한다.)
언론 보도만 보면 마치 이번 추가 협상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만 같다. 조중동의 보도를 보면 무슨 무역 협상 최대의 쾌거라도 이룩한 것
같다. 정말 우리가 많은 것을 얻은 것인가?
추가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
정부는 추가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문서
형태로 보장하는 것에 합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 정부는 한국민이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고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즉, 광우병 전염 위험은 30개월 이상에서만 높기 때문에 더 이상 광우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이 논리대로라면 국민은 더 이상 광우병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를 맛있게 즐겨먹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에는 햄버거용 쇠고기 패티라던가 페페로니, 소시지 등도 포함되므로 패스트푸드점이나 피자집 등에서 저렴한 미국산 30개월 이하 페페로니나
패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연 그 동안 한국민이 미국산 30개월 이하 쇠고기가 없어서 햄버거나 핫도그를 즐겨먹지 못했던 것은 아닐테니, 이렇게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를 즐기는 것” 자체는 별로 우리가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얻었다” 라고 하는 것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요약된다.
추가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지 못한 것
그렇다면 추가 협상에서 우리가 얻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추가 협상에는 SRM과 관련한 이야기가 통째로 빠졌다. SRM이 30개월령 이상의 경우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도 30개월령 이하에서도 문제가 되는 사례가 보고된 경우는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미국의 월령 측정 방식이 제대로 된 이력 관리에 의한 것이
아니고 치아 감별법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추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30개월이 넘지 않았다는 정확한 보장도 없다. 즉, 실제로는 30개월이
넘은 쇠고기의 SRM이 미국의 비과학적 판단 기준인 치아감별법에 의해 30개월 이하로 판정을 받아 한국민의 식탁에 오를 길을 합법적으로 열어준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런 비과학적 방법에 대해 어떤 검증을 할 방법도 없으며, 설령 그것을 검증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작업장에 돈을
지불하는 측, 즉 소비자인 한국의 판단에 의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즉, 검역 주권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처음 합의에서 이미 검역주권을 포기했지만 추가 협상에서 이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 미국과의 모든 수입 협상에서 불리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식품이나 제품에 대해서도 이제 미국 현지 생산 공장에 대한 자의적 실사나 허가 취소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옵션”으로 바뀔 수 있는 선례가 되었으며, 이는 쇠고기만이 아니라 모든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검역 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행정부는 이번 국민들의 촛불 시위를 등에 업고 미국으로부터 검역 주권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서
먼저 포기하고 들어가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이런 협상 태도는 일단 되건 안되건 가장 유리한 조건을 먼저 내세우는 협상의 기본 원칙과는 상반되는
것이며, 결국 최종 합의 내용이 한참이나 뒷걸음질 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즉, 추가 협상을 통해 이명박 행정부는 30개월령 이하 쇠고기의 SRM 수입 거부권, 월령 판단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 적용
및 이력 요구, 문제 발생시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검역 주권의 회수를 아예 시도도 못해보고 포기해버린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30개월 이상 금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 보장을 했는지 정확한 결과를 보아야 알겠지만, 강제성을 갖는
형태까지 합의에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즉, 보장은 하겠지만 검증은 안되며, 실행 과정에서 좀 어기더라도 어떻게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
미국이 과거 30개월 미만 뼈없는 살코기만 수출할 것을 보장했음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러 차례에 걸쳐 뼈가 상당수 섞여 들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과연 이런 보장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시쳇말로 안봐도 비디오다.
사실은 얻은 것이 아니라 잃은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정부의 발표나 조중동 등의 언론 보다만 보면 마치 우리가 추가 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방지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쾌거일까? 이것이 정말 우리가 “얻은 것“일까?
이명박 행정부가 지난 4월 쇠고기 시장 개방 협상에 합의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미 쇠고기 수입 기준은 30개월 미만의 SRM
부위를 완전히 제거한 뼈 없는 살코기였다. 따라서 뼈가 포함된 갈비(예를 들어 LA갈비;Lateral Axis 갈비)는 미국산을 수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쇠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이 FTA 시행을 위한 미국측의 요구 조건이었고 어짜피 일정 수준의 추가 개방은 필요했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사실상 다음 개방 수순은 “30개월 이하 SRM 제외한 뼈 있는 살코기” 였다. 여기에 검역 조건이나 주체, 여기에
문제 발생시 수입 중지 또는 사업장 제한 조치 역시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소장 등 내장 부위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으며, 뼈라고 하더라도
SRM 부위에서 떨어져 있는 갈비 부위만 제한하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국민이 “즐기는” 쇠고기에 충분히 근접하며 더 이상 개방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번 협의는 이런 “적정선”을 완전히 넘어선 것으로, 미국측에 어쩔 수 없이 필요에 따라 양보했다고 인정할 만한 기준과는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많은 양보를 한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30개월 이하 쇠고기의 SRM 부위 제한이라는 꼭 필요한 항목을 잃었으며, 문제
발생시 증거 제시 없이도 임의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사업장을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잃었다. 또한, 소장을 포함한 내장 부위에 대한 제한 권한도
잃었고, 기타 티본 스테이크 부위나 도가니탕 부위 등 뼈 및 척수에 대한 제한 권리도 잃었다.
사실상 다른 선진국에서 제한하고 있는 대부분의 안전장치와 검역 주권에 대한 사항들을 모두 잃었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것이 바로
“추가 협상”을 함으로써 “추가적”으로 얻어진 결과를 모두 다 감안하고도 그렇다는 것이다.
즉,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잃은 것만 있는 것이다.
얻은 것도 있다고? 얻은 것이 도대체 뭔데?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FTA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며, 34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GDP도 10년간 6%
성장시킨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이 얼마나 과도하게 낙관적이며 실현 가능성보다는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자.
문제는, 설령 FTA가 그렇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들 적어도 올해 안에 FTA가 체결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이다.
현재 미국 대통령 부시는 공화당이고 임기말 레임덕에 빠져있다. 반면 미국 의회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오바마는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FTA 인준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이루어지며,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는 현재 FTA 내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보자.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유력했는데 당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다면, 그리고 이명박 후보가 FTA에 부정적이었다면, 이런 상황을 무릅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와 FTA를 인준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FTA 인준 요청을 코웃음치며 무시했을 것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안으로 FTA 인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능성은 0%로 수렴한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쇠고기 시장 개방의 당위성인 FTA는 올해 안에 시행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최소한 올해 안에는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FTA를 얻지 못할 것이고, 내년 이후 얻더라도 오바마 신임 대통령의 요구 때문에 재협상에 들어가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시장을 주고 얻어온 것은 무엇인가? 한미 동맹 강화? 그것도 아니다. 필자도 뭔가 나열이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예를 들어볼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다. 다만 하나 있다면 흔히 말하는 “골프 카트 운전권” 말고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말 BBK와 관련해 뭔가 얻은게 있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부디 아니기를 바란다.)
즉, 한국이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얻은 것은 없다.
국민들이여, 속지 말라
언론과 정부와 한나라당의 농간에 속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잃은 것만 있으며 얻은 것은 없다. 심지어 추가 협상 결과를 모두
적용해도 그렇다. 잃은 것도 조금 잃은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이 잃었다.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기본이고, 잃지 않아도 되었던 많은 것들을
잃었다. 반면 얻은 것은 없다. 정말 골프 카트 운전권 말고는 얻은게 없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물타기이며 본질 흐리기다. 국민은 다시 한번 얄팍한 이명박 행정부의 농간에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도 마치 얻은게 많고
성과가 대단한 것처럼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고 세뇌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들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조중동을 필두로 국민을 바보로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비록 지금 상황에서 쇠고기 문제를 추가로 더 거론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한 대운하 포기라던가 공기업 민영화 포기도 누구 말대로 꼼꼼히 따져보면 역시나 오해다. 이미 대운하는 완전히 포기한게 아니라 중지된 것이라는
행정부의 발언이 나왔고, 대통령 스스로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는 계속한다는, 즉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의료보험 민영화
역시 중단됐다는 보장은 없다. 공공 부문이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되는데, 의료보험이라고 예외가 될 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국민 담화문이랍시고
곳곳에 “국민이 원하면”, “국민이 반대하면”이라고 조건을 달아논 것만 봐도 얼마나 국민의 여론을 “냄비”로 보고 우습게 아는지 능히 짐작이
가능하지 않은가?
국민들이여, 촛불을 챙겨둬라. 지금 잠시 지치고 힘을 잃어 촛불을 들 힘이 없더라도 그 촛불을 버리지는 말라. 앞으로
남은 4년 8개월, 우리는 계속해서 촛불을 들게 될 것이고, 촛불을 들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끊임없이 만들어 줄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팔굽혀펴기라도 하며 촛불 들 팔 힘을 길러두자.
배리 이진행 ( http://www.bloggershome.net/barry
)






축구와 사진을 사랑하며 트위터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 어머니와 아내, 두 딸들을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는 늦깎이 열혈남.
이제 이명박 정부에게 남은 것은 네이버-조중동-파란-sbs-각종 전우회들 동원하여 < 재협상 성공>을 언론 플레이하는 방법 이상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