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와 체벌에 대한 단상

2011/12/19 by

학생인권조례 관련해 학교가 막장이 됐다는 글을 봤습니다. 이런 주장의 결론은 권리를 주면 막장이 된다는 거죠. 결국 권리를 제한하고 강제를 해야 한다는 인식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와서 자녀키우는 입장에서 한 마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40대의 아버지로서 저는 어린 시절 많이는 아니지만 맞고 자랐습니다. 집에서는 많이 안 맞았지만 학교에서는 심지어 아이스하키 스틱으로도 맞았죠. 야간자율학습 하는데 집중하려고 이어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었더니 술 드시고 오신 학생주임 선생님이 공부 안하고 음악 들었다고 아이스하키스틱으로 25대를 때린 적도 있었죠.

제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한국에서 살았는데 당시 주변에서는 애들이 어렸을 때 버릇을 들여놓아야 하니 때리라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래서 그 어린 아이들을 때렸었고, 그 외에 애들을 교육시킬 방법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미국에 오니 절대로 못 때리게 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하니 애들이 말을 안 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더군요. 이론적으로야 이런저런 이야기 많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특히 아이들의 사춘기가 시작 되면서부터는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얼마전 한 심리 상담 카운셀러를 만났고, 이 분의 조언으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결론은 이겁니다. 자녀를 내 자식으로 보지 말고 인간으로 보라. 내 친구에게 할 수 없는 행동을 내 자식에게 하지 말라. 사랑하면 존중하라. 내 친구가 내 말에 반대한다고 때리지는 않지 않는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게 이겁니다. 존중하되 선 긋기. 자식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자식의 말을 들어주고 존중할 것. 하지만 부모와 자식으로서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그어주기.

물론 엉뚱하고 말이 안되는 아이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열불이 나고 분통이 터지는 경우가 당연히 있습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한 발 물러나야 합니다. 저의 경우 너무 화가 나면 “아빠가 너의 엉뚱한 소리 때문에 무척 화가 났다. 그래서 더 이야기하면 너에게 심하게 화를 낼 거 같다. 그러니 아빠는 Cool Down Time을 가질거야. 내일까지 아빠한테 말 걸지 마” 라고 말하고 혼자 조용히 책 읽거나 잠을 자버립니다. 다음 날 되면 화도 가라앉고 아이가 먼저 쭈뼛거리고 와서 사과하기도 하죠.

엊그제는 아이가 엄마에게 버릇없는 행동을 했더군요. 아내도 무척 참고 저녁 때 볼일보러 나가면서 저에게 그 상황을 설명하며 저더러 해결해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그래서 아이를 불러놓고 너의 생각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억이 안난다고 하더군요. 보통 둘 중의 하나죠. 정말 기억이 안나거나, 말 잘못했다고 더 야단 맞을까봐 거짓말을 하는 것. 그래서 이랬습니다.

“그럼 아빠가 엄마에게 들은걸 말해볼께. 물론 엄마 입장이니까 너와는 생각이 다를 수 있어. 듣다가 니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으면 말해줘”

그리고 나서 아이에게 자기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해 줬습니다. 화를 낸게 아니라 아이가 잘못한 부분을 하나하나 객관적으로 설명해 줬죠. 다 듣고 나더니 그 말이 다 맞고 한 가지, 자기는 마지막에 엄마 나가실 때 모르는 척 무시했던게 아니라 엄마 화 가라앉으시면 이야기하려고 책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깜빡 잠이 들어 소리를 못 들었다고요. 그 부분은 인정해 줬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너의 잘못은 이런 거니까 이 부분은 너 스스로 반성하라고 알려주고 아빠엄마가 생각하는 벌은 이런건데 너 스스로 그걸 기준으로 어떤 벌을 받을지 생각해 보라고 기회를 줬습니다.

아이의 잘못 중 하나는 전날 늦게까지 친구네 집에서 노는 대신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서 짜증 안 부리고 학교가기로 한 약속이 있었는데 늦잠 자놓고 짜증을 부렸던 겁니다. 그만한 나이의 아이에게 종종 벌어지는 일이죠. 하지만 아이에게 “너는 엄마아빠와 한 약속을 어긴거다. 엄마아빠가 너에게 한 약속을 어긴다면 너는 어떤 마음이 들겠니? 네가 느끼는 그 마음 만큼 엄마아빠는 실망을 한거야. 가족간에도 서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건데 이렇게 네가 약속을 안 지키면 엄마아빠에게 실망을 주게 되고 그러면 가족간의 존중과 사랑이 깨어지는 거지” 라고 말해주었죠.

또 한가지, 그렇게 짜증을 부리며 집안의 규칙 한 가지를 없애자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이랬습니다. “이 규칙을 정하면서 엄마아빠는 분명히 너와 의논을 했고 너도 동의를 했어. 그리고 마지막에 약간의 강제 조항이 있지만 그건 엄마아빠가 정한 규칙이고 그건 네가 따라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한거야. 그 규칙이 너에게 그렇게 불공평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네가 그걸 반대하면 너는 마지막 선을 넘은 거야.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 (If you cross this line, I won’t accept it.)” 라고 분명히 말해줬습니다.

이제 저희 집은 분노나 고함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짜증부리는 일도 극히 줄어들었고요. 제가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야단 친 기억이 지난 몇달간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의 컴퓨터나 TV 사용 시간도, 큰 아이의 경우 자기가 타이머 맞추어 놓고 self-control을 하고 작은 아이가 잘 못 지키면 큰 아이가 옆에서 시간을 알려주더군요. 물론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 함께 노력하고 있죠.

작년까지 저희 큰 애는 숙제를 맨날 빼먹어서 성적도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들어 너는 이제 Young Adult니까 어른이다. 네가 알아서 해라 라고 하고 숙제 검사도 안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 학기 성적표는 아빠 닮아서 몸치인 관계로 체육만 점수가 좀 안 좋고 나머지는 Straight A를 받아왔더군요. 공부하라고 잔소리도 별로 안합니다. 믿어 줬더니, 혼자 self-motivate 가 됐더군요. 확실히 아이들은 신뢰와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나 봅니다. 물론 B 좀 받아와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자기가 즐겁게 노력하고 있으면 그걸로 된거죠.

아이의 권리를 존중한다고 막장이 되지 않습니다. 권리를 존중했는데 막장이 된다면, 그건 그 권리를 존중하면서 교육을 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건 아이의 책임이 아니라 선생님과 부모의 책임인 거죠.

학생 인권 조례 때문에 막장될까봐 걱정하신다면, 다시 권리를 제한하기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아이를 가르칠까를 먼저 고민하는게 어떨까요? 통제는 좀 덜 될 지언정, 그래도 더 행복한 아이를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Barry Lee

PS> 쓰고 났더니 무슨 장밋빛 가정의 모범처럼 썼네요. 절대 그렇지 않고 지금도 종종 큰 소리도 나오고 말도 더럽게 안 듣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화 내기 보다 존중하고 인내하다보니 그 빈도수가 줄어들고 있더라는 거죠 ^^;;;

Print Friendly

9 Comments

  1. maesil86

    학생인권은 학교현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함께 지켜져야 하지요. 자신의 체벌경험등으로 생각을 바꾸기힘든 것은 어른들의 몫이지,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픈 경험은 아니잖아요ㅎ cool down time 좋은 방법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0 likes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많은 참고가 되네요. 하지만 학교에서 적용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한두명의 아이가 있는것도 아니고 성향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학생들 수십명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글들을 볼때마다 느끼는 큰 오류가 하나 있는데요,
    그건 베리님이 본인도 모르게 [믿는만큼 성장할 수 있게]자식농사를 잘 지어놓으셨다는것입니다^^

       0 likes

  3. Barry Lee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내용들을 한국의 학교에 바로 적용하기도 어렵고, 학생 인권 조례가 현실과 충돌이 있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방향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부모가 생활에 쫓긴 나머지 자녀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아버지가 육아를 분담하고, 직장인이 6시에 칼퇴근을 하고, 퇴근 후에 바로 집에 가서 자녀에게 시간을 쓰는게 당연한 대한민국으로 바꿔야 할 겁니다.

    이것은 결국 죽도록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복지 제도와 함께, 노동력이 착취되지 않고 정당한 댓가가 지불되며 휴식이 당연한 권리가 되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결국 이 방향으로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방법을 모색할 것이고,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면 언젠가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0 likes

  4. 미스티

    사회 전체가 어렸을때 부터 맞고 자라는걸 정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어른들 세계(대학, 군대, 국회, 기업,,,,,)에서도 폭력이 난무하는거죠. 절대로 어린애들에게 어떤이유로도 매(폭력)는 금지되어야 합니다.

       0 likes

  5. 아이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들은 남들과 ‘함께 지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상태니까요. 그런데 가정 밖에서 이것을 적용하기는 아직 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학교가 아닌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태도가 그나마 비슷하고 선생님에 대한 존중을 적게 나마 하는 아이들을 대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을 존중해준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체벌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을 다뤄야 하고, 그러려면 학생과 저 사이에 ‘상호 존중’이 있어야 하는데, ‘한 인간으로서 존중 받고 인간으로서 남에게 책임을 져’ 본 일이 없는 학생들에게 그걸 받아들이도록 하기가 힘들더라구요.

    TET(Teacher Effectiveness Training)에 나와있는 조언에 따라서 잘못 지적을 설득하는 방식이나 서로 규칙을 함께 정하는 것도 해봤는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아직 너무 어렵습니다.ㅠ 계속 노력을 해봐야겠지요. 저도 아직 훈련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돌아보면 학교 선생님들은 이런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저보다 훨씬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0 likes

    • Barry Lee

      사실 가장 크게 희생되고 있는 건 아이들이고, 그 다음으로 선생님들이 희생되고 있죠. 오히려 부모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경우엔 아예 희생을 안하고, 잘못을 깨닫고 노력하는 분들은 크게 희생하고 있고요. 결국 모두가 깨닫는 것이 우선, 그리고 그 다음엔 그 동안 덜 희생됐던 부모들이 희생하면서 노력하는게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0 likes

  6. 박문용

    이 부분 너무 공감이 갑니다..
    “자녀를 내 자식으로 보지 말고 인간으로 보라. 내 친구에게 할 수 없는 행동을 내 자식에게 하지 말라. 사랑하면 존중하라. 내 친구가 내 말에 반대한다고 때리지는 않지 않는가.”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다..

       0 likes

  7. thomas lee

    사춘기를 겪고 있는 10학년 아들을 둔 아빠로서
    Berry님의 글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아이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에 대한 부모의 역할로
    이렇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답은 머리로 알고는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는 매번 그리 되지 않음에 대한 고민이 일상이 되어 버린 초라한 아빠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네요.

    “아빠가 너의 엉뚱한 소리 때문에 무척 화가 났다. 그래서 더 이야기하면 너에게 심하게 화를 낼 거 같다. 그러니 아빠는 Cool Down Time을 가질거야. 내일까지 아빠한테 말 걸지 마”라고 self-control 할 수 있는 아빠가 일단은 될 수 있도록 해보려 합니다. 파이팅!

       0 likes

    • “아빠가 너의 엉뚱한 소리 때문에 무척 화가 났다. 그래서 더 이야기하면 너에게 심하게 화를 낼 거 같다. 그러니 아빠는 Cool Down Time을 가질거야. 내일까지 아빠한테 말 걸지 마”

      계속 이러다 보니 아이와 대화가 점점 없어져 고민입니다. 아이 키우는 것 너무 힘들어요.

         0 likes

Trackbacks/Pingbacks

  1. 학원 폭력과 왕따 문제에 대한 고민 | Barry's Post - [...] 얼마 전 “학생 인권 조례와 체벌에 대한 단상” 이라는 글(꼭 한번씩 읽어보시기 바란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이들에게 인내심을 [...]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