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태준명예회장 국가장 논란에 대한 단상

2011/12/14 by

고 박태준명예회장 국가장 논란에 대한 단상

자고 일어나니 백팔십개의 멘션이 와 있었다. 이게 웬 일인가 하고 멘션 화면을 훑어보니 대부분 아래 트윗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의 멘션과 RT였다.

 

아마도 이 트윗을 공지영 작가님이나 몇몇 분들이 리트윗하신 듯 하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셨던 것 같다. 그런데 이 트윗은 실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트윗의 한 부분이다.

 

 

이 트윗들을 한 계기는 타계하신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국장은 과거 국장과 국민장 등으로 나뉘어 논란이 되던 것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사실상 국장 혹은 국민장과 같은 수준으로, 국가에서 주관하는 장례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 인물을 국가장으로 장례지내기 위해서는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나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공과 과를 고려할 때 국가적 공감대를 이룰만한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며, 따라서 그의 피와 땀이 어린 포스코의 기업장으로 엄수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포항제철이 한국 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포철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 발전이 크게 어려워졌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며, 포철의 설립과 발전 과정에서 헌신한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공적을 평가절하해서도 안된다. 기업은 분명 기업가의 노력과 함께 주주의 투자와 노동자의 피땀어린 노동으로 함께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지만,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역할은 주주와 노동자 사이의 전문 경영인에 머무르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듯 그의 공은 확고히 존재한다.

그러나 필자가 지적한 그의 과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포항제철의 설립 자본금이라고 할 수 있는 대일 청구권 자금은 일본측이 일제 시대의 강제 징용자(위안부를 포함한)에 대한 배상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돈이다. 바로 어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번째 일본 대사관 앞 시위에 맞추어 소녀상의 모습을 한 위안부 평화비가 설치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이 분들에 대한 손해 배상이 완료되었는데 자꾸 문제삼는다며 무시하고 있다. 바로 일본이 주장하는 “이미 완료된 손해 배상”이 바로 이 포항제철의 설립 자금이다. 바로 이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에게 손해 배상 및 미지불 임금이라며 일본 정부가 내놓은 것이고, 정작 받아야 할 이 분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은 돈이다.

물론, 어렵고 배고프던 시절에 이 돈을 종잣돈 삼아 기반을 닦고 경제를 일으켰다는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 혜택을 받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그걸 취소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문제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나 포스코가 이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다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이를 가리켜 “선조의 피값으로 짓는 것이니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실패하면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말을 한 당시에는 그 피값을 지불했던 선조들이 아직도 살아있던 시절이고, 심지어 지금도 살아계신 분들이 있다. 결국 피값과 몸값을 받아야 했던 이들은, 살아있음에도 죽어버린 선조가 되어 잊혀진 것이다.

이 밖에도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정치적 분야에 있어 과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비리로 인해 국무총리에서 4개월만에 물러난 분이고,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 직후 구성된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경제 제1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에 대해 회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진다면 가문이나 사업을 지키기 위해, 혹은 일신의 안전을 위해 친일 매국을 했던 이들도 모두 이해해 주어야 할까? 이렇게 친일의 선봉에 섰던 대표 언론사가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국가장 논의에 앞장서 있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또한,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5.16의 핵심 멤버는 아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자신의 가족을 보호해달라고 했을 정도로 측근 인사이다. 말하자면 “임자는 내가 따로 챙겨줄테니 이번엔 내 가족을 보호해달라”고 부탁할 만큼의 심복이었던 셈이다. 그는 절대 5.16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이런 공과 과를 모두 고려할 때, 그의 장례는 포스코, 즉 포항제철 계열의 기업장 정도로 하는게 가장 적절하다. 굳이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고 싶다면 전경련장 같은 것도 가능하다. 결국 결정된 사회장 역시 원래 공식적인 장례 형태라기 보다 그냥 하나의 형태적 명분에 불과하므로 이런 기업장이나 전경련장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여기까지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왜 국가장이 논의되었느냐이다. 국가장을 일제히 거론한 언론 매체를 살펴보면 조선일보와 경제신문 일색이다. 이들이 여론을 모아보려고 간을 본 것이고, 결국 분위기가 좋지 않자 사회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기업가를 영웅으로 보고 이들이 국가를 구하고 발전시켜왔다고 보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이고 기업 우선주의적인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관련된 친박계열에 대한 손짓이다. 전자의 경우 과거 개발 독재 시절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들만의 시각”에 불과하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전국민이 그렇게 믿는가? 그리고 그렇게 믿는게 옳은가? 그렇다면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국가장이 과연 옳을까? 후자 역시 마찬가지다.후자를 통해 해당 언론사들은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에게 “우리는 이렇게 노력한다”는 모습을 성실하게 보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국가장 거론은 기업인과 친 부유층 언론들의 박근혜 의원에 대한 아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께서 자신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엄수해 주기를 바라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그 분은 정치에 발을 들였던 것 자체를 후회했다고 한다. 그런 분이 굳이 논란을 감수하며 국가장을 해달라고 생각했을까? 결국은 다 살아있는 이들의 과욕이 부른 잘못된 행동이었던 것이 아닐까?

 

이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의 철강왕이 자신의 사명에 얼마나 헌신적이었지, 그가 해왔던 일이 어땠는지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포스코의 발전에 노동자들의 피땀이 어렸다고 하나, 그렇다고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공로가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그의 과 만큼 공도 평가되어야 하고, 반대로 그의 공 만큼 과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과 그 장례를 통해 정략적 이권을 얻으려는 이들의 추잡한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 이런 이들이야말로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이들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스티브잡스가 국가장 하더냐”라고 한 말에 대해 스티브 잡스 따위와 비교하느냐 라던가, 그는 카피의 제왕이었는데 어찌 무에서 유를 창조한 박 명예회장과 비교하느냐 라던가, 잡스가 미국 경제에 기여한게 뭐냐고 따지고 들던 분들을 위해 한 마디만 하겠다.

유럽에 비해 한참이나 쳐지는 2등 국가 미국의 경제를 농경사회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이끌게 된 미국의 제철 산업의 제왕, 앤드류 카네기의 장례식은 어땠을까? 아래에 그의 장례식에 대한 당시 기사를 첨부한다. 이것이 당신들이 그렇게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의 기업인인 스티브 잡스도, 석유왕 록펠러도, 심지어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도, 모두 가족장으로 치뤘다.

 

(번역: 앤드류 케네기의 장례식은 간소했다. 관을 운구하는 사람도 없었고, 설교도 없었다. 가족과 식솔 및 고용인 만이 뉴욕 테리타운 근교 슬리피 할로우에서 있었던 매장(장례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로교 목사인 메릴 박사가 장례를 집전했다)

 

B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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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배우는이

    포항제철에서 일제시대 성노예로 끌려가신 분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해드렸다면 아마 평가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 시작한 돈이 그런돈이었으니 성공후에 당연히 지원했어야
    하는 것이었을텐데 말이죠. 그런점이 아쉽습니다.

    국가장으로 하려는게 고인의 뜻이겠습니까. 포철 주식하나 없이 돌아가셨다던데. 이런것을 이용해 먹으려는 일부세력이 문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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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나가다가

    고인은 분명 댁이 말하는 것처럼 검소한 장례를 원했을 것입니다. 국가장이라는 말이 언급되는 것은 그 분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일 것이라 봅니다. 고인 그 자체에 대해 섣불리 평가하는 태도는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댁보다는 훌륭한 분이며 댁이 평가할 정도의 위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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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재무능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말이 뭔지 아십니까?
      “그럼 댁이 만들던지.”

      댁보다 훌륭하고 댁이 평가할 위인이 아니다?

      세상에 이런 멍청한 말이 또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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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나가다가

    세계 어느 위인이든 공이 있으면 과도 있었음을 제발 잊지 말아 주시길. 그 과를 대단한 것인마냥 떠벌리는 소인배가 아니라 공을 본받아 계승시키는 트위터가 되시길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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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뒤돌아보며

      세계 어느 위인이든 공이 있으면 과도 있음을 제발 간과하지 말아주시길. 그 공만을 떠벌리는 소인배가 아니라, 그 과를 본받지 않고, 계승시키지 않는 지나가는 트위터리안이 되시길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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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독증환자가요기잉나

      공을 높게 평가하면 대인배고 과를 더 크게 평가하면 소인배라는 식의 사고를 가진자가 이런 좋은 블로그에와서 글을 읽는 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글을 제대로 읽고 댓글을 좀 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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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렇다면 현재 삼성 현대등 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또는 정부의 도움으로 지금의 위치에서면서
    대물려 정치권 정부에 뒷돈 대주는것을 아무말도 못하는 당신들은
    그곳에 근무 하거나 근무하는 친족이 잇어서인가?
    잘못한것도잇지만 삼성이나 현대 처럼 국민을배신 하지은 않았다는 말이다.
    자기이익을 쟁겨 후대에 물려주지는 않았잔아 거론한 기업들처럼
    그돈이 포철에만 들어갖을까 종잣돈이 거대 삼성 현대를 만드는 씨앗이 되있는것은 아니고 그리고 당신들도 아는 경부고속 도로등 국가기반을 세우는데 그비용이 들었잔아.
    잘못은 있엇지만
    현재 남아있는 기업인들에 비하면 조족지혈 아닌가?
    국가장을로 해도 전혀 손색 없는 그런 사람이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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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박인

      현재 기업에 비해 도덕성을 따지자는게 아니잖은가?
      단지, 국가장까지 할 충분한 명분이 있느냐 하는 것이지.

      공과 과를 따지되 공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것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이 트의터의 논점인데 무슨 삼성과 현대를 비교해서 국가장으로 하자는 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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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reshFossil

    박태준씨는 태어났을 때 벌써 일본 국민이었을 나이이고,
    아마 청구권 자금을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는 국가가 국민을 지배, 통치 한다고 믿던 시대 사람이죠.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도당이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붙어먹고 이득을 추구한 사람은 아니었지요.

    그렇지만, 국가장 어쩌고까지 할만한 사람이라고도 생각되지는 않네요. 그가 국가장을 기대하며 죽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산업화 세력’들이 그의 죽음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거죠. 박태준씨가 국가장 대상이 된다면, 정주영씨고 이건희씨고 정몽구씨고 이재용씨고 앞으로는 다들 위인으로 국가에 실리고 국가장 대상이 돼야 할테죠.

    그만큼 한국은 더 돈이나 눈에 보이는 성공밖에 모르는 저질 나라가 되어갈 거고요.

    뭐 지금도 이미 충분히 저질 나라지만, 더 저질로 만들 필요야 없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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