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민영화의 문제점이란

2008/5/5 by

사실 민영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복지부동에 비효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 조직이 어떤 사업을 운영할 경우 아무래도 비용이 증가하고 그 비용 대비 효과는 감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개별 사업을 민영화할 경우 생존 능력이 뛰어난 각 기업이 비용대비 효과를 높임으로써 소요 비용을 절감하고 이로 인해 세금 낭비가 줄어든다는 장점을 충분히 주장할 만 합니다.

문제는 위의 내용 중 결정적 연결고리가 실제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인데, 그것이 바로 “소요 비용을 절감하고 이로 인해 세금 낭비가 줄어든다” 라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위탁 업체, 외주 업체에서 아무리 자신들의 비용을 절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지불하는 금액의 감소로 직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정부 사업 외주 사례를 보았을 때, 관련 공무원에 대한 접대 행위라던가 입찰 업체의 담합 행위, 갑을병정무기경신으로 이어지는 재하청의 악순환, 그리고 실제로 비용 절감 부분이 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기업의 배만 불리는 상황은 우려를 넘어 너무나 당연히 예상될 정도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건데, 군대의 무기 조달 체계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로비 사건이라던가, 기상청의 수퍼컴퓨터 획득 과정에서의 비리라던가, 각 부처 또는 산하 기관이나 지자체의 토목/건축 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리 또는 재하청으로 인한 날림 공사의 문제 등은 그걸 모르는 사람이 바보일 지경입니다.

그러던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가 예를 들어 수돗물 사업을 민영화 했을 경우 갑자기 선진화되고 투명화 될 가능성이라는 것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의 특성상, 막상 자기가 코너로 몰리게 되면 무조건 입찰 단가를 맞출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제가 과거에 군납과 관련한 업무를 지켜본 적이 있는데, 최소한도로 제조해도 국내산 제조원가가 단위당 천원 이상은 나오는 것을 무조건 900원 이하로 맞춰야 하더군요. 당연히 제대로 사업하는 곳에서는 이를 맞추기 어렵고, 구멍가게식으로 대충대충 물건만드는 업체에서나 (이것저것 원재료 다 빼고 모양만 만들어서) 맞출 수 있었습니다. 군대의 물품의 품질이 조악한 이유가 다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Korail의 민영화 과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전혀 수익성을 가질 수 없는 금액에서 한 푼도 올려줄 수 없다는 식으로 해버리는 것 같더군요. 당연히 민영화 해놓고도 죽는 소리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구매 단가의 산정 문제가 일반 기업에 있어서는 구매 부서 전문가의 고도의 비즈니스 행위라는 점입니다. 사실 기업의 꽃은 영업이라고 하지만 구매 역시 한푼을 절감할 때마다 그게 바로 기업의 이익이 되는데다, 그런 제약 안에서 최대한의 품질을 얻어내고, 또 그 거래업체와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해서 더욱 좋은 품질을 더욱 저렴하게 상호 윈윈으로 획득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정부의 사업을 민영화할 경우, 해당 사업에 국민의 세금을 지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다, 설혹 세금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징수한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의 상한선을 정부가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금액을 책정하는 담당자가 프로페셔널 바이어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이런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위원회의 평가”, “공개 입찰”, “비전문가의 결재”라는 수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이런 위원회 또는 입찰 등의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개입된다는 것 또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위원회의 평가 과정을 겪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런 위원회는 사실상 전문성을 가진 프로페셔널 집단이라기보다는 어느어느 위원회에 이름 한번 올려서 이력서에 박아주고 용돈벌이하는 교수들의 집합체인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위원회를 할 경우, 그 위원회에서 몇몇 나서기 좋아하거나 학계의 발언권있는 한두명이 시덥잖은 소리하느라 평가 프레젠테이션 시간 다 써버리고 실제로는 제대로 된 평가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 설령 위원회를 통과하는 경우에도, 실제로는 담당 공무원이 특정 업체를 미리 정해 놓고 위원회에 “이 업체가 별 문제만 없으면 그 금액에 낙점해 줄 것”을 암묵간에 요구하는 행위 역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과연 공기업/공공사업의 민영화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얼마나 세금의 낭비를 막아줄 것이며, 얼마나 국민 생활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인가 기대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시간 낭비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민영화의 실질적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각 사업의 민영화가 아니라 그 민영화된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정부 시스템의 구축이 우선입니다. 그런 효율적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민영화 백날해도 하나도 소용 없습니다.

최소한 선진국 수준으로 공무원을 교육해서 의식이 깨어나게 하던가, 혹은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공무원의 의식이 깨어나면 기득권층에 오히려 해가 됩니다. 그들은 당연히 적당한 선에서 유지시키고 공무원을 계속 구박해야 합니다. 그러니 뭐, 민영화 해도 그게 그거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기업의 배만 불리겠죠.

물론, 국유화, 국영 기업이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체로 선이라기보다는 악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보통 공무원은 자신의 자리 보전을 최대의 선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두 가지 조건 – 비용 절감과 공공 서비스 품질 향상 – 을 모두 맞추려고 하게 마련입니다. (물론 그 범위 안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공기업, 공영일 경우에는 해당 사업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그리고 사후 관리까지 모두 철저한 감사가 이루어지는 반면, 민영화가 되면 그 감사의 범위가 극히 줄어들어버리며, 이와 함께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나 담당공무원/관련기업/민영화된 업체의 운신의 폭은 오히려 커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무원의 자질 향상 또는 민영화 하더라도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감시 시스템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민영화 자체가 최선이 되어야 할 상황에서, 이런 선행 조건 없는 민영화보다는 오히려 현 상황 유지가 “차악”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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