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씨의 수능 관련 방송에 대한 단상
방송인 김미화씨가 돌아왔다. CBS의 “여러분”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김미화씨는 MBC에서 보여주던 친근하고 어눌하지만 따뜻한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 수능 시험날 있었던 방송에서 다소 유감스러운 방송 내용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번 논해보고자 한다.
이 방송에서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가 게스트로 나와 한국의 묻지마 대학 진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 황교수의 말이 걸작이다.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한국은 대학 안나오면 사람 취급 못 받는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가진 거다. - CNN이 “한국은 학문적 성취가 사회적 지위로 생각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건 개뿔도 모르는거다. 우리나라 대학에는 학문적 성취 같은건 없다. 한국 대학은 대학 졸업 자격증을 판매하는거다. - 대학 인플레는 양반 인플레와 같다. 사람들이 대학 가는건 자기들이 상민에서 양반이 될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가는거다. – 한국 대학 순위가 세계 순위에서 밀리는 건 영어권 위주의 평가 기준이 적용되서 그런거다. 무의미하다. - (대학 서열화를 없애자는 의견에 대해 묻는 김미화씨의 질문에) 한국 사람은 원래 뭐든 서열화 한다. 처음 만나면 나이부터 물어본다. 한국인은 서열화가 안되어 있으면 불안해 하기 때문에 서열화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그러니 대학 서열화는 정부에서 공인을 해라. 대학도 서열화를 하면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믿을거다. – (김미화씨가 자기는 사람들에게 인사할 때 “요새 행복하십니까?”라고 묻는다고 하자) 그건 아는 사람에게나 그런거지. 그런 뜬금없는 소리 하면 상대방도 뜬금없어 한다. 제정신을 가지고 만나면 서로 서열화를 하려고 한다. - (자발적 수능 거부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건데 뭐 그런걸 보도까지 하냐? - 학생들은 졸업장만 원한다. 그냥 등록금 내면 졸업장 찍어서 나눠주고 끝내자.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공부하게 하고 나머지는 그냥 졸업장이나 나눠주자. - 대한민국 사람에게 대학은 명품백과 같다. 그냥 대학도 등록금 1억짜리 대학, 100원짜리 대학으로 나눠서 모집하자.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들 1억짜리 대학 가려고 할거다. 돈이 안되서 짝퉁을 들어도 명품을 들어야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이건 경쟁의 문제도 아니고 스펙 사회의 문제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 (대학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김미화씨의 말에) 그건 백명에 하나 나올까 말까하는 일이고, 심리학에서는 그런걸 비정상 내지는 정신병이라고 한다.
일부 누락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내용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 사람이 대학을 가려고 하는 것은 양반이 되려고 하는 것과 같은 심리이고, 더 비싼 대학을 가려고 하는 것은 경쟁탓도, 스펙탓도 아닌 한국인들의 생각이 원래 그런 탓이다. 제정신 박힌 한국 사람은 처음 만나면 민증부터 깐다. 그게 그의 생각인 듯 하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의 이름으로 뉴스를 검색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다.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12/2011041202531.html
그런데 이 기고문에는 좀 다른 내용이 있다. 그 부분만 발체하면 다음과 같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혹시 도플 갱어인가? 아니면 쌍동이 동생이나 동명이인이라도 있는 걸까?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허영이 문제라고 말하던 이와, 순위 경쟁에 내몰지 말고 즐겁게 공부하는 이들을 이해해라고 말하는 이가 어찌 동일인일 수 있을까? 몇 년 지난 일이라면 생각이 바뀌었다고 이해라도 할텐데, 위의 기사는 불과 5개월 전에 쓴 기고문이다.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 일종의 비아냥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는데, 어떤 바보가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내용을 말하며 비아냥을 하겠는가? 방송 다시 안나오고 싶다면 모를까, 그의 말대로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비아냥을 할 리도 없다.
어떤 심적 변화가 있었는지 몰라도, 변하기 전의 주장이나 변한 뒤의 주장이나, 그의 이야기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지적하고 싶다.
BBC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은 수능 한번이 평생의 연봉을 정해버리는 사회다. 승자가 독식을 하는 사회고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다. 경쟁은 어느 사회,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자원이 한정된 환경에서 경쟁은 필연적이다. 동물의 세계일 수록 경쟁은 더 치열하다. 문제는, 인간의 세계가 동물의 세계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한 것이 옳은 것이냐는 점이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며 자원은 많이 풍족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풍족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전과 비슷하거나 더 못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일이 너무나 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에 정해진 틀을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고, 또 바꾸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다. 그러니 수능 한 번으로 평생의 연봉이 정해지고, 그렇게 정해진 연봉과 출세의 길은 아무도 따라잡거나 추월할 수가 없다. 추월은 커녕, 한번 앞선 사람은 모든 걸 독식하고, 뒤진 사람은 모든 걸 잃는다. 그래서 가진 자는 모든 것을 갖게 되고, 갖지 못한 자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가진 자를 위해 노동을 하게 된다. 그것을 이제 모두 알고 있고, 그래서 남을 짓밟고서라도 더 나은 대학을 가려고 한다. 그 때가 추월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대학과 학생이 경쟁으로 내몰리고, 그래서 대학은 졸업장 자판기가 되고, 사람들이 더 나은 대학 졸업장으로 치장을 하려고 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러한 근본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이를 양반되고 싶거나 명품백을 들고 싶어하는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저질스럽고 비열하다. 교육 수준이 낮은 이도 이 이치를 모를 리가 없는데, 학자의 명함을 달고 있는 이가 바라보는 견해라고 보기엔 한심스러울 정도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자. 우리 사회는 왜 승자 독식이 되었는가? 그것은 승자가 계속해서 권력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갖고 있던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고 함께 나누려고 해왔다면 승자 독식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승자독식, 기득권 유지의 반대 개념이 바로 복지다. 그래서 건강한 사회는 승자 독식보다는 복지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의 가진 이들은 기득권을 내놓기 보다는 기득권을 이용해 더 많은 권리를 얻으려고 해왔다. 그 대열에 내가 끼기 위해서는 단번에 따라잡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승자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노예처럼 살아가야 할 뿐이다.
여기에 바로 우리 사회의 문제의 핵심이 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성 주류 언론,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을 가진 정치 세력, 재벌과 사학재단으로 대표되는 부자들. 이들이 자신의 것을 조금 내려놓고 이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려 했다면 승자 독식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누기 보다는 더 갖는 쪽을 택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게 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거나, 가질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 그 결과 누구나 자신도 거기에 편승해 빼앗기기보다는 빼앗으려고 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수능 제도로 대변되는 학력주의의 핵심은, 그래서 결국 복지 사회 외에는 해법이 없다. 복지 사회가 이룩되어 의사나 택시 운전사나 실질 소득에 차이가 없다면, 그래서 정말 공부하고 싶은 이 말고는 대학가서 십년을 고생하는 것보다 바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게 이익이 된다면, 도대체 누가 대학을 가겠다고 바둥거리겠는가? 학벌 좋은 남자에게 딸 시집보내고 싶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실 딸 고생 안시키려는 부모의 마음일 뿐이다. 택시기사에게 시집가나 의사에게 시집가나 그게 그거라면 누가 사윗감의 학력 따위를 따지겠는가? 이런 세상이 된다면 도대체 누가 필요도 없는 대학 진학 때문에 고생을 할 것이며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그래서 황상민 교수의 주장은 공허하다. 그는 방송에서 이 근본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학생을 비난하고, 또 대한민국 국민을 비난했다. 또 그의 기고문에서는 반대로 즐겁게 공부하려는 젊은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비난하고, 교수를 경쟁으로 내모는 세상을 비난한다. 온종일 비난만 하는데 대안은 없다.
대한민국은 한번의 패배로 갤리선의 노를 젓는 노예가 되는 고대 사회가 아니다. 그러니 이제 승자 독식 구도를 집어 치워야 한다. 국민 모두가 그것을 깨닫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싸움에서 진 99%가 패자가 되는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는 누구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민주주의다. 99%의 패자가 그 패자를 위해 투표하면 패자는 승자가 되고 모두가 승자가 된다. 그것이 바로 대학입시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고 대안이다.
나는 김미화씨가 이런 99%의 패자의 아픔을 보듬어줄 분이라고 믿는다. 수 많은 이론가나 달변가와는 달리, 김미화씨에게는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감싸안는 마음이 있다. 그것이 많은 이들이 김미화씨를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김미화씨의 방송에 나와서, 그걸 듣는 고3 학생들에게 “너희들 탓이다”라고 말하는 이가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그건 그들에게, 그리고 99%의 패자에게 너무 큰 아픔이기 때문이다.
Barry Lee






축구와 사진을 사랑하며 트위터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 어머니와 아내, 두 딸들을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는 늦깎이 열혈남.
꿈은 사람을 살리는 대단한 힘이 있나 봅니다. 목표가 생기고, 그것를 향해 길을 만드니까요. 시작선에서 한번의 뜀뛰기로 닿을 수 없어 더 좋네요, 그 길위에 많은 사람이 함께 갈 수 있으니까.
김 미화씨의 방송이 그렇치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