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vs가나.4-1-4-1의 명과 암

2011/6/7 by

대한민국vs가나.4-1-4-1의 명과 암

 

 

 

2011년 6월 7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 전주성에서는 대한민국과 가나의 평가전이 열렸다. 바로 며칠 전에 FIFA 랭킹 16위인 세르비아를 2-1로 이기며 기세를 올린 대한민국은 사실상의 정예 멤버가 모두 대기하고 있었고, FIFA 랭킹 15위 가나는 에시앙, 보아텡 등 핵심 멤버가 빠진 선수 구성이었다.

 

1. 경기 양상

경기 시작과 함께 전방부터 시작되는 강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던 대한민국은 전반 2분여 첫번째 슈팅을 했다. 이에 대해 가나 역시 전반 3분 슈팅을 날리며 서로 만만치 않음을 드러냈다.  이후 가나가 약간의 우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7분경 차두리의 돌파로 얻어낸 프리킥을 연결하면서 대한민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공세를 계속 이어가던 대한민국은 결국 전반 10분 지동원 선수가 코너킥을 받아 헤딩 선제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서 나갔다.

전반 14분 기안의 수비라인을 허무는 움직임을 막지 못해 페널티킥을 내준 대한민국은 다시 1-1이 되는가 했으나, 정성룡 골키퍼의 선방으로 이를 막아내며 경기를 그대로 1-0으로 이어갔다. 이후 적극적으로 나오는 가나가 몇 차례 기회를 만들며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마찬가지로 정성룡 골키퍼에게 막혔고, 대한민국 역시 몇 차례 결정적 찬스를 만들며 응수했다.

가나는 강팀답게 계속해서 슈팅을 했지만 번번히 골 문을 빗나가거나 정성룡 선수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30분 경에는 가나의 볼 점유율이 57% 까지 올라가며 경기를 주도해 나갔으며,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밀리며 수비를 강화한 대한민국은 공격시 숫적 부족으로 인해 번번히 패스가 끊기며 상대에게 볼을 헌납했다.

계속 수세에 몰리던 대한민국은 전반 40분 이용래의 슈팅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또한 42분에는 하프라인 아래에서 가나의 골키퍼가 나온 모습을 본 기성용 선수가 롱 슛을 해서 살짝 빗나가기도 했다. 결국 전반은 1-0, 대한민국이 앞서는 가운데 종료되었다.

 

후반 들어 가나는 수비라인을 내리며 대한민국을 끌어들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반 막판과는 달리 주로 미드필드에서 플레이가 이어졌다. 그러나 결정적 슈팅은 가나가 계속 이어갔는데 계속해서 정성룡 선수의 선방에 번번히 막혔다.

대한민국은 후반 8분, 부상당한 이청용 선수를 빼고 이근호 선수를 교체 투입하며 변화를 모색했다. 대한민국은 교체 이후 다소 주도권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패스가 원만하게 공급되지는 못했다. 이후 양 팀 모두 미드필드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 14분 박주영 선수의 기습적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 상단을 맞추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후반 15분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를 빼고 구자철을 투입하며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가나의 역습에 후반 17분 만회골을 허용하며 1-1 동점으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다시 미드필드에서 활기를 찾으며 공세를 이어갔으나 골로 연결하지는 못했고, 이후 이어진 가나의 찬스에서도 가나 역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30분, 대한민국은 차두리 선수를 빼고 김재성 선수를 투입하며 김재성 선수의 오른쪽 풀백 기용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옵션을 시험해야 하는 조광래 감독의 선택이었다.

양팀은 계속해서 일진 일퇴의 공방전을 이어갔으며 양 팀 모두 수비보다는 공격이 더욱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가나와 대한민국 모두 결정적 슈팅 찬스를 몇 차례 가져갔으나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후반 36분 대한민국은 지친 박주영을 빼고 남태희를 교체 투입했다. 박주영은 후반들어 두 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모습을 보이며 다소 지친듯 했기 때문에 교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 경기는 친선 경기이므로 3명 이상 교체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은 42분, 이용래를 빼고 김보경을, 43분에는 김영권을 빼고 박원재를 투입하며 변화를 이어갔다.

결국 대한민국은 45분, 남태희의 크로스를 받은 지동원이 헤딩슛을 했고, 가나의 골키퍼가 이를 막았으나 문전에 있던 구자철이 밀어넣으며 경기는 2-1 대한민국의 승리로 종료됐다.

 

2. 불안한 수비, 밀려버린 미드필더, 말려버린 경기

먼저 이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를 짚어보자. 전반 초반 경기를 지배하던 대한민국은 전반 중반부터 형편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가나 선수들이 실점 이후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우리 수비가 상대의 개인 기량에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조금씩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고, 이로 인해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숫자를 늘리자 역습시 공격 전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는 결국 볼 점유율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패스 축구를 내세우는 조광래 축구에서 볼 점유율의 하락은 곧 패스가 줄어든다는 의미이며, 이는 결국 공격 루트가 사라지고 수세에 몰려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미드필드가 완전히 밀려버리며 중원에는 공격수 박주영 선수 혼자 남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상대에게 완전히 말려버린 경기가 되어 버렸다. 이런 모습은 후반 구자철 선수의 투입 시점까지 이어졌다.

구자철 선수가 투입된 후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수비를 보완하는게 아니라 공격을 강화함으로써 가나가 공격만 할 수 없게 흐름을 틀어버린 효과적인 수였다. 그러나 이것이 만능은 아닌 것이, 이 시점 이후에도 가나의 빠른 움직임에 이어진 공격이 대한민국의 골문을 위협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물론 이전과 이후 모두 이런 모습은 변함이 없었음에도 교체 이후 미드필드가 완전히 밀려버리는 상황은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경기는 운도 많이 따랐고 정성룡 선수의 선방이 이어졌기 때문에 1실점으로 승리할 수 있었지만, 더 큰 경기에서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면 자칫 대패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3. 기안에게 번번히 뚫린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

앞서 지적했듯이 이 경기가 말려버린 이유는 결국 기안과 문타리 등 가나 중앙 공격진의 위협적 공격에 대한민국의 두 중앙 수비수 홍정호, 이정수,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이 번번히 뚫렸기 때문이다. 패널티킥도, 실점 상황도 모두 이런 약점을 가나가 집요하게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실 기안 정도의 선수를 1:1로 막아낼 수 있는 수비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의 수비수라도 막기가 쉽지 않다. 1:1은 커녕 두 명이 막아도 그 유연하면서도 힘찬 움직임을 막아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런 선수를 막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중앙 수비수 뒤에 스위퍼를 두어 2차 저지선을 형성하는 방법, 전담 마크를 지정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방법,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그 둘 중의 하나가 중앙 수비와 협력하여 1차 저지를 한 후 다른 한 명의 중앙 수비수가 2차 저지를 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사실 기안 정도의 공격수 1명을 위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 정도의 수준밖에 안된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조광래 감독이 이 경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했겠지만, 조광래 감독의 마음은 우리의 전술을 완성하는 쪽에 무게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광래 감독은 상대가 어떻게 됐든 우리의 축구를 하는 것을 선택했고, 이는 결국 번번히 뚫린 중앙 수비로 이어졌다.

그런데 과연 월드컵이나 아시안컵과 같은 큰 경기에서 이렇게 상대에게 밀려버렸을 경우 대한민국이 위에 열거한 전술을 안 쓰고 넘어갈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그런 전술을 쓰게 된다. 맨유도 박지성에게 잠시 동안 메시를 전담마크 시키지 않았는가?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이런 전술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경기에서도 이런 전술적 변화를 주는 것이 좋았을 수 있다. 다만 앞으로 한국이 상대해야 하는 팀들은 이런 탑 클래스의 팀이 아니라 우리의 전술을 펼쳐서 이겨야 하는 아시아권 팀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해 줄 수는 있을 듯 하다.

 

4. 4-1-4-1의 명과 암

조광래호가 택한 4-1-4-1 최근 많은 각광을 받는 전술 중 하나이다. 한 때 4-2-3-1 전술이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패스 축구를 하는 팀 위주로 4-1-4-1이 늘어나고 있다. 4-1-4-1의 특징은 수비를 중앙 수비수 두 명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상당 부분 담당하지만, 수비시 4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미드필드 싸움에 가담하면서 숫적 우위를 가져가며, 공격시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경기를 조율하는 가운데, 4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1명의 공격수, 두 명의 풀백의 오버래핑을 통해 큰 숫적 우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해 공격형 미드필더의 체력 소모가 엄청나게 크며, 이들이 공수 양면에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조광래호의 주전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 이용래, 김정우 선수다. 세 명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겸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유사시 서로 위치를 바꾸거나, 혹은 4-3-3 형태에 가깝게 포진하기 용이하다. 공격시에는 셋 중 누가 공격 가담을 하더라도 바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력 혹은 결정적 패스를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차두리와 김영권이라는 두 풀백 역시 수비보다 공격적 재능이 더 빛나는 선수들이다. 세르비아와 경기와 가나와의 경기에서 이 두 선수의 활약상만 보더라도 조광래 호에서 이 두 풀백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이들이 오버래핑을 하면 두 명의 윙어는 좀 더 중앙으로 파고들며 센터 포워드 박주영을 돕거나 위치를 스위칭한다.

그러나, 이런 장점과 함께 단점 또한 명확하다. 수비의 핵심이 되는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밀릴 경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팀 전체가 내려앉아 버리게 된다. 이 문제점은 이번 경기에서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났다. 또한,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되는 후반 막판으로 갈 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패스미스가 늘어난다. 이 문제점은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드러났다.

이 두 가지 문제점은 결국 팀 전체의 약점으로 계속해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할 경우 후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듯 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그만큼 지치게 할 정도의 활동량을 가진 팀은 기껏해야 일본이나 호주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란과 사우디도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혹시 그 외의 강팀을 만나거나 특출한 선수를 상대 팀이 보유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아시아 팀들도 대한민국 대표팀을 빨리 지치게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단기간 토너먼트가 당분간 없다는 점일 것이다.

 

5. 마무리하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단 좋은 결과를 얻은 두 차례의 A 매치였다. 내용상으로도 장점과 단점을 드러내며 어디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는 상대를 후반 중반까지 압도했고, 가나와의 경기에서는 위기를 잘 넘겼다. 그러나 세르비아전에서는 체력의 문제를, 가나전에서는 수비 치중시 밸런스 붕괴의 문제를 드러냈다.

이제 조광래 감독에게 남은 숙제는, 수비 치중시 밸런스가 붕괴되는 문제와 함께, 김정우, 이용래 기용시 중앙 미드필드의 공격력이 다소 약화되었음에도 수비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점을 어떻게 조화롭게 보완할 것인가이다. 구자철, 김보경이라는 좋은 미드필더들을 두고 김정우와 이용래를 기용했을 때에는 수비적 요소에 밸런스를 두고 싶었을 것인데, 의외로 구자철, 김보경 투입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은 조광래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조광래 감독이 국내 감독도 이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듯 해서 그닥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이 경기력을 어떻게 더 꾸준히 발전시켜 나아가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조광래 감독의 건투를 빈다.

 

B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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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Choi

    언제나 멋진 관전평이네요. 감사..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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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몬드

    잘봤어요~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거의 똑같네요… 전반도 초반만 좀 했지 밀리는게 보이긴하더군요..;;; 골키퍼 선방이 좀 많아서 다행이었지… 아님 졌다고 봅니다.. 패스도 끊기도.. 드리블도.. 보는데 불안하더군요.. 흠.. 예전보다 공격/패스 템포도 살짝 느러진듯한데.. 그건 가나가 포지션 잘 잡고 압박도 잘줘서 그런듯.. 암튼 이대로 가면.. 약간 힘들듯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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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읽으면서 정말 감탄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분석글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제 블로그에 가져가도 돠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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