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종사자가 미국이민 오는 길(1)-시민권,영주권,이민,비자

2008/4/18 by

정권이 바뀌면 이민가겠다는 사람이 급증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새들어 다시 이민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몇년 전에 미국에 무작정 건너온 입장으로서 한국에 있을 때 막연하게 알고 지내던 것과 미국에 와서 알게 된 것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사실 그런 정보를 어디서 제대로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틈틈이 이런 정보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IT 업종, 그것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미국으로 이민 오는 방법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미국에 이민 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금 10억쯤 손에 들고 오는 것이고, 그 다음이 미국인 또는 영주권자와 결혼하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이 아마 유학이나 주재원으로 와서 눌러앉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존재들이 아닌,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경우 미국 이민길이 매우 험난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첫 회로 우선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지식부터 설명해보겠습니다.

영주권과 시민권

예전에 버지니아텍 난사사건이 났을 때, 범행을 저지른 조군이 영주권자임에도 한국에서는 “미국인이다” “한국인이다” 설왕설래 말이 많았습니다. 이건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시민권자란 한마디로 미국 국민을 가리킵니다. 흔히 말하는 독수리여권 소지자입니다. 세상 어디를 가나 미국 시민으로 미군에 의해 보호받는, 바로 그런 존재이지요.  하지만 시민권자에도 보이지 않는 구분이 있는데, 바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미국 시민권을 나중에 받은 사람입니다. 딱히 차별은 거의 없지만 거의 유일한 차별이 바로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뭐, 우리랑은 별 상관없는 차별이니 관심가질 필요는 없겠지요.

반면 영주권자는 미국 시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텍 사건의 조군의 경우가 영주권자입니다. 국적이 한국이지요. 그래서 국제 여행시에는 대한민국 여권을 사용하며, 대한민국 영사관과 대한민국 군인의 보호를 받습니다. -_-;; (정말?) 또한, 미국에서 영주권자는 몇 가지 사회 보장 혜택과 함께 투표권을 갖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차별을 받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영주권은 기한이 있고 그 기한이 만료될 시점이 되면 서류를 제출해서 갱신을 해 주어야 합니다.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면 한국내 주민등록을 말소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영주권자는 1년에 일정 기간 이상을 (2/3 이상) 미국 내에 거주해야 하며, 장기 출장이나 파견 근무를 하게 될 경우 사전에 이민국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영주권은 특별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미국 이민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영주권을 받은 후 몇년이 지나면 (나이, 조건에 따라 다름)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됩니다.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는 심사관과의 면접 테스트를 통해 시험을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의 이름을 15-20 개 정도 말해야 한다던가, 미국의 입법, 사법, 행정 체계를 말해야 한다던가 그런 식입니다.

미주 한인 중에는 많은 숫자가 영주권을 가진 채 시민권 없이 생활하고 있는데, 그것은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경우도 있지만, 한국 국적을 버리기 싫다거나, 혹은 시민권 시험이 자신이 없다거나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주권 상태를 유지해봤자 불편한 점이 더 많을 뿐더러, 최근에는 시민권을 획득해서 투표권을 가진 다음, 미국 내에서의 한인 사회의 발언권을 강화하자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계, 중국계, 유태계는 이런 식으로 발언권을 확대해 모국에 기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민과 비자

이주 공사 브로커들이나 카페, 네이버 지식인 등을 보시게 되면 이민과 비자에 대해 혼용하거나 혼동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민과 비자는 전혀 다릅니다.

이민은 그 목적이 일단 영구 거주입니다. 즉, 영주권 취득을 하는 과정, 그리고 영주권을 취득해서 살아가는 것이 이민입니다. 반면 비자는 영구 거주가 목적이 아니라 임시 거주 또는 방문이 목적이 됩니다. 다시 말해, 관광 비자, 유학 비자는 관광이나 유학을 마치면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한시적으로 체류했다가 미국에서 출국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비자에는 유학이나 관광 비자만 있는게 아니라 취업 비자와 인턴쉽 비자도 있습니다. 흔히 H 비자라고 하는 취업 비자는 한시적 기간(최대 7년) 동안 미국에서 일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의 비자입니다. 인턴쉽 비자는 J 비자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인턴쉽이 끝나면 (보통 1년 6개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반면 이민은 앞서 말했듯이 영구 거주를 위한 영주권 취득이 목적입니다. 취업 이민, 가족 초청 이민, 종교 이민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한번 영주권을 따면 갱신만 해주면 무한정 거주할 수 있습니다. 세금과 기타 공과금만 제대로 내면 연금도 별 차이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취업 비자를 취업 이민과 혼동하거나, 이주 공사 브로커의 경우 은근 슬쩍 헷갈리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업 비자는 어디까지나 비자이기 때문에 7년이 지나면 무조건 귀국해야 합니다. 따라서 영주권 받을 가능성이 없이 취업 비자 준다는 말에 한국의 모든 기반을 정리해서 미국에 들어오게 되면 나중에 낭패를 보기가 십상입니다.

기업에서 스폰서를 하는 취업 비자나 취업 이민의 경우 법적으로 변호사 비용을 기업에서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조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취업 비자는 크게 어렵지 않은 반면 취업 이민은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기업들이 취업 이민 스폰서는 별로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IT 버블이 있던 90년대 말과는 달리 현재는 9.11 사태 이후 이민국 심사도 까다로와졌고, 또 필요한 인력을 영주권 스폰서까지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불법 체류자

여기에 또 다른 체류 신분으로 불법체류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었거나, 영주권 기간이 만료되었는데 갱신을 하지 않은 경우, 심지어 캐나다나 멕시코 국경을 몰래 담넘어 들어온 사람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내 나라 내 땅인 한국에서야 이게 나하고 상관없는 일 같아 보여도, 미국에 있는 한인 중에는 처음에는 합법적인 비자 체류를 하다가 영주권 스폰서를 못 만나 비자가 만료되고 불법체류자가 되는 일은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심지어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승인이 거절되어 졸지에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번 불법체류자가 되면 다시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얻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합니다. 무책임한 사람들 중에는 그거 다 한번씩 경험하는 일이고 걱정말라는 식으로 툭툭 내뱉는 사람도 있다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자식들 학교 보내놓고 슈퍼마켓 나갔다가 이민국 단속에 적발되서 강제 추방당하는 일도 있다고 하니까요.

아무튼, 국내에 들어와서 숨어다니는 동남아 출신 불법체류자를 생각하시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미국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고 정식 취업 비자 받아서 일하다가 영주권을 제 때 받지 못해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된 사람도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확실한 영주권 스폰서 없이 덜컥 미국에 이민온 소프트웨어 개발자 역시 이런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리하면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민권과 영주권, 그리고 비자 체류 상태는 완전히 다른 상태입니다.

시민권   >>상당한차이>>  영주권  >>엄청난 벽>>  비자체류  >>>넘사벽>>>  불법체류자

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에는 취업 비자와 취업 이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나 제가 겪은 일들, 그리고 이민오는 과정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생활 지식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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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noname

    안녕하세요, 노넴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불법체류자에도 크게 두가지가 나뉘는데, 위에 말씀하신 것과 같이, “합법적인” 입국과 “불법”입국이 있습니다. 둘다 불법체류자이지만, 나중에 사면 등에 있어서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나 불법체류자가 된 사람은 어떻게 길이 생길지 모르겠으나, 미국토안전부에서 “캐나다등 국경에서 몰래밀입국한 불법체류자’들은 테러행위로 보고 있어 길이 없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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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rry

      불법 입국자도 언젠가는 사면의 길이 열리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0%에 가깝고, 합법 입국자의 사면도 그다지 높은 가능성은 아니니 항상 합법 신분을 유지하는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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