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식 토털사커,가능성과 문제점 (관전평:대한민국vs나이지리아)

2010/8/11 by

조광래식 토털사커,가능성과 문제점 (관전평:대한민국vs나이지리아)

 

1. 개요

2010년 8월 11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 빅버드에서는 나이지리아와의 국가대표 친선전이 개최되었다. 16강 탈락의 설욕을 노리는 나이지리아와, 조광래 감독으로 바뀐 대한민국이라는 볼거리가 제공되는 흥미로운 경기였다.



2. 포메이션


대한민국 3-4-3              나이지리아 4-4-2
┌─────────────┬──────────────┐
│     이영표     │        은와에빌라 │
│  김영권    박지성 │    오코롱쿼      │
├─┐           │우 체       시투┌─┤
│이│   기성용     │    에네지     │아│
│ │이정수     박주영│            │예│
│운│           │          소체│눅│
│재│   윤빛가람    │    에투후     │와│
├─┘곽태휘        │마르틴스        └─┤
│         조영철 │    오뎀윙기에     │
│     최효진     │         수스왐  │
└─────────────┴──────────────┘



3. 경기 양상

필자의 시간 관계상 생략 (-_-;)

전반 : 윤빛가람의 멋진 데뷔골, 오뎀 윙기에의 멋진 헤딩 골, 그리고 박지성의 킬패스에 이은 최효진의 결승골

후반 :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너무 지쳐서 결과를 얻지 못함


4. 조광래식 토털 사커 – 공격

이 경기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과연 조광래 감독이 어떤 축구를 보여줄 것인가였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전술 소화 능력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부분도 컸지만, 가히 조광래의 아이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윤빛가람이나 조영철, 김영권 등을 기용하면서 나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건을 기용하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이 신인들을 데리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광래 감독의 축구는 공수 간격이 상당히 좁은 토털 사커였다. 전반전을 보면 한국 팀은 삼선의 간격이 상당히 좁고 공격에서 수비까지의 전체 폭이 좁은 상태를 꾸준히 유지했다. 또한, 공격수에게만 공격의 부담을 지우는게 아니라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적극 가담하고 수비진이 미드필드까지 올라오는, 그리고 수비시에도 공격수부터 수비수의 역할을 부담하는 식의 토털 사커였다.

이 경기에서 미드필더인 윤빛가람과 최효진이 골을 기록했는데 이것이 바로 조광래 축구의 패턴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윤빛가람 선수의 첫번째 골은 나이지리아의 수비진이 한국의 공격수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사이 드로인을 받은 윤빛가람의 개인 돌파에 이은 슈팅이었다. 결국 해결 능력이 있고 기술이 좋은 미드필더가 언제든지 골을 성공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공격수는 자기가 꼭 해결을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게 되고, 역으로 미드필더에게 수비진이 부담을 느끼면 그 틈을 타서 공격을 할 수 있는 형태이다.

최효진의 두번째 골은 윙 포워드 박지성 선수가 중앙으로 이동한 후 넣어준 쓰루패스를 최효진이 해결했다. 이것 역시 공격과 미드필더의 역할이 바뀐 것으로, 결국 수비진은 공격수를 막아야 할지 미드필더를 막아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게 된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상대 수비 뒷쪽으로 돌아들어가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와 2선에서 나가는 스루패스가 여러 차례 나왔는데, 이것 역시 조광래 감독이 중점을 두고 플레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비수 역시 수비만 담당하는게 아니었다. 쓰리백 중 양쪽의 중앙 수비수는 공격 전개시 마치 풀백과 같이 미드필드 라인까지 올라가며 공격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때 다른 수비수 두 명은 포백 수비시의 중앙 수비처럼 중앙에 공간을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올라가는 수비수 앞선의 윙백은 그 앞의 윙포워드와 함께 측면에서 원터치 삼각패스를 시도하였으며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나 심지어 원톱 박주영이 측면 공략에 가담하며 좁은 공간에서의 원터치 패스를 통해 상대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빠르게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비록 발을 맞추어 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모습이 자유롭게 나오지는 못했으나, 상대 나이지리아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한 부분도 있어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통해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원터치 패스와 쓰루 패스, 상대 수비수 뒤로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 2선과 3선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세트피스에서 수비진의 위협적인 헤딩 슈팅 등, 조광래호의 공격은 도대체 누가 슈팅을 할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장점을 보여주었다.


5. 조광래식 토털 사커 – 수비

허정무 감독의 4-4-2 포메이션이나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할 때에는 전술적 형태가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었다. 특히 4-4-2의 경우 상당히 견고하게 라인을 유지하며 공간을 점유하는 스타일이었다. 이 때, 선수들은 자기가 맡은 영역을 지키며 상대 차단에 나섰다.

조광래 감독의 3-4-3 포메이션에서는 이런 3-4-3 토털사커의 특성에 걸맞게 양 윙백의 활발한 활동량과 공격진의 적극적인 미드필드 싸움 가담을 통한 좁은 지역에서의 숫적 우위를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4-4-2에서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수비를 했다. 아직 수비전술이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향후 좀 더 다듬어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다만, 중앙 미드필더들의 경우 공격형과 수비형으로 역할이 분담된 것이 아닌, 플랫형 미드필더 포메이션이기 때문에 중앙에서 공간을 선점하고 패스의 길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것은 2002년의 다이아몬드형 3-4-3과는 분명히 다른 전술임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김남일이나 유상철과 같은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중원의 수비를 맡겼지만, 이번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윤빛가람이라는 “볼을 예쁘게 차는 미드필더”였다. 게다가 교체투입된 백지훈도 터프한 싸움꾼이라기보다는 기동력있고 기술 좋은 선수이다. (참고로 백지훈 선수는 고등학생 때에는 태클을 하지 않아 경기가 끝나면 축구복에 흙이 묻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이겼고.)

아무튼, 이처럼 볼을 예쁘게 차는 쪽에 속하는 선수들이 중원을 지킴에 따라 다른 선수들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데, 조광래 감독은 이를 양 윙 포워드, 심지어 원톱까지도 적극적으로 미드필드에서의 싸움에 가담시키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이것은 아시아팀들을 상대로는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술이기는 하지만 유럽이나 남미 축구를 상대로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6. 조광래식 토털 사커의 문제점

물론 이 경기가 열린 수원 빅버드의 날씨가 무척 습하고 더웠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한국은 후반 초반을 지나며 움직임이 급격하게 둔화되었다. 전반전에는 공격 기회에서 공격수만이 아니라 미드필더와 심지어 수비진의 일부까지도 가담하는 컴팩트하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것에 비해, 후반전에는 중반 이후 공격 상황에서 공격수 3명 + 1명 정도만이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술적으로 수비에 치중했을 수도 있으나, 선수들이 딱히 수비에 집중했다기 보다는 움직임 자체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토털사커가 갖는 문제점, 높은 활동량으로 인한 후반 체력 저하를 노출한 것이다. 3-4-3 포메이션의 토털사커가 갖는 결정적 문제점은 양 윙백의 활동량이 엄청나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경기 중 TV 중계진의 지적도 나왔지만, 이영표와 최효진에게 부여된 역할은 보통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보였다. 두 선수가 끝까지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후반 막판으로 갈 수록 움직임이 줄어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전반전의 빠른 템포의 공격보다는 템포를 조절하며 몇 번의 원터치 패스를 더 가져가며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할 시간을 벌어주는 플레이가 나왔고, 이런 경기 운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결정적 찬스는 전반에 비해 상당히 적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는 결국 후반의 공격이 전반에 비해 예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모든 것은 결국 체력 저하에 따른 활동량 감소로 이어진다.

문제는 한 경기에서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아시안 컵이나 월드컵과 같은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중간에 체력 소진으로 패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야 스타일을 바꾸고 결승전까지 갔지만 원래 4강에서 분루를 삼키곤 하던 네덜란드가 사용하던 전술이 바로 토털사커라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시안컵 출전 목표가 우승이다. 월드컵처럼 16강만 해도 칭찬하는 대회가 아니다. 따라서, 얼마 후 있을 아시안컵에서의 체력 안배를 위한 전술적 변화도 감안해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7. 비교적 합격점,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조광래호의 데뷔전은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언론에 공개된 전문가들의 평도 대체로 “이틀 발 맞춘 것 치곤 꽤 잘했다” 정도로 요약된다. 필자의 의견도 이와 동일하다. 적어도 허정무호에서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조광래호의 축구가 훨씬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으른 천재를 두고보지 못하는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상당히 입맛에 맞는 전술이다.

그러나 앞으로 평가전만이 아니라 아시안컵이나 월드컵을 치러야 하는 대표팀의 입장에서 볼 때, 아직은 많은 부분들이 부족해 보인다.  선수들의 체력 소진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수비시 너무 많은 자유도로 인해 구멍이 뚫리는 부분도 대비해야 한다. 그 밖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은 많다.

모처럼 실력있는 국내 감독이 대표팀 감독이 되었다. 이왕이면 조광래 감독이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확실한 옷을 입힐 수 있기를 기원한다.


Barr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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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배리님 관전평은 언제봐도 재미있네요 ^^
    계속 좋은 평 부탁드립니다.

  2.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사커월드”에 남겨도 되지만, 여기에 글을 남기고 싶었어요~~ㅎㅎ
    토털사커의 네덜란드가 4강에서 멈췄던 사례와 조광래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참 와닿습니다.
    감사합니다~

  3. 야근하느라 축구를 못봤는데, 마치 본 것 같은. ^^
    조광래 감독의 전술이 아시안컵에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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