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전)관전평에서 못다한 이야기들
1. 오범석 기용은 에러다. 차두리를 왜 기용 안했나?
제 생각에도 결과론적으로 볼 때 오범석의 기용은 여러 가지 문제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첫번째 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도, 그리고 세번째와 네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오범석은 문제의 장면에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차두리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도 오범석 기용에 당초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없을 정도로 둘 사이에는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오범석이 예상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선택이 잘못된 것을 보여준 겁니다.
문제는 후반 교체입니다. 전반에 오범석이 실수를 하였어도 심각하게 뚫렸다고까지 말하긴 어려운데, 후반에 박지성이 메시 전담마크에서 풀리며 메시가 자유로와졌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와진 메시가 우리 오른쪽으로 파고들 때에는 이영표 선수가 잘 막아줬지만, 왼쪽은 허허벌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메시 뿐만 아니라 아게로에게도 털렸죠. 결국 박지성을 메시 전담에서 풀어주어 공격에 가담시키려고 했으면 당연히 오범석도 차두리로 교체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운동량이 많은 차두리가 몸빵으로 상대 공격수들을 막아주었을 테니까요.무엇보다도 아게로가 투입되는 시점에서 이에 대응해 차두리를 투입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감독의 전술적 판단 미스 및 교체 미스라고 봅니다. 물론, 이 시점에서 부디 차두리 아버지를 누가 싫어한다던지, 어느 선수 아버지가 어디 간부라던지 하는 이야기는 무의미하므로 논외로 치겠습니다.
2. 설레발은 필패다
결국 언론이며, 축협이며, 국민이며, 무엇보다도 선수 자신들과 코칭 스탭이 그리스 전 이후에 너무 설레발을 친게 대패의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아르헨티나가 누굽니까? 세리에A의 득점왕 득점 2위 밀리토가 벤치를 지키는 팀입니다. 그 막강한 공격력을 그리 낮게 보다니 그야말로 황당할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저도 내심 기대는 했었지만..)
결국 8강전을 준비한다는 둥 별의별 설레발, 깨방정을 떨었던 우리 모두가 패배의 원인입니다. 아직 우리 축구의 수준은 최고의 강호를 상대로 기가 죽는 수준입니다. 겸허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그 자세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3. 준비된 전술인가, 섣부른 변화인가?
어떤 분은 이번 경기가 허정무의 고집의 산물, 준비된 대로의 전술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번 경기는 사실 허정무호가 꾸준히 준비해오던 전술과 좀 다른, 아르헨 맞춤형(?) 변형 전술입니다. 허정무호는 그 동안 꾸준하게 4-4-2와 4-2-3-1을 사용해 왔고, 4-2-3-1의 경우 박주영 원톱에 박지성-기성용-이청용이 2선, 그리고 김남일과 김정우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염기훈이 들어가며 김남일이 빠지고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가 된 것이죠
물론, 기성용의 기량이 좋았을 때에는 이게 최선이었지만 현재 기성용의 기량이 떨어진 상황에서 애매하기는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차라리 김재성을 윙으로 기용하는게 나았을 수 있습니다. 물론, 원래 하던대로 염기훈이 아니라 박지성-기성용-이청용 시스템이 가장 나았을 듯 합니다. 후반에 김남일 들어가니까 중원 장악 능력이 확연히 좋아졌죠.
결국 패인 중의 하나는, 하던대로 안하고 어설프게 변화를 준 것이었다고 봅니다. 그냥 하던대로 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결국 기성용은 중원 장악도 못하고 교체됐고, 염기훈은 결정적 찬스를 놓쳤네요
4.정성룡의 성장
정성룡이 그리스전보다 성장했더군요. 물론 4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이운재 선수가 거론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뼈아픈 경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골키퍼 세대 교체에 성공했으니 다행입니다.
5. “우리도 저럴지 몰라”
이청용 선수의 경기 전 인터뷰 중에 북한이 브라질에 반코트 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젊은 선수들이 가볍게 보자 선배들이 “우리도 저럴지 몰라”라고 말하더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그렇게 됐네요. 역시 경험이란 것은 재능이나 실력을 능가하는 무엇이긴 한가봅니다.
애초부터 그런 자세로 나갔으면 어땠을까요? 그래서 제가 관전평에서, 진짜 강호들과의 대진 경험이 부족했던 것을 비판했던 겁니다. 축협이 돈이나 벌겠다고 약팀들하고 홈경기나 했으니…
그 밖에도 생각나면 또 적어 볼랍니다 ㅎㅎ
추가>
6. 원래 제 예상은 0-2 패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 하면 재수없다고 욕먹을 분위기..ㄷㄷㄷ 심지어 꿈까지 꿨었죠. 몇몇 분께는 0-2로 지는 꿈 꿨다고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그리스에게 2-0으로 이기는 것도 꿨는데 그건 맞았네요





축구와 사진을 사랑하며 트위터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 어머니와 아내, 두 딸들을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는 늦깎이 열혈남.
두골 먹고 TV를 꺼 버린 전 얘기 할게 없습니다
할 일도 있고해서 경기를 다 보지 못해 아쉬웠어요…한편으로는 안보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남은 나이지리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음.. 진짜 전반전엔 반코트 경기드만요..
별책부록… ㅎㅎ 잘 봤습니다…
선수보다는 감독이 까이는게 맞습니다… 저도 말은 못 했지만, 2-0이나 3-1 정도 지는 것으로 봤는데…
좀 허무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저도 경기전에 공개적으로 3-1 패배를 예상했었습니다만 패배는 역시 아프네요. ^^;; 아직 32강 경기가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깊이 성원하고 있습니다.
제 예상은 0-3..그리스 전은 1-0 승. 북한:브라질 전은 1-3 북한 패, 일본:카메룬은 0-3 일본 패.. 제 예측은 엉망진창 뒤죽박죽… 네이버 지식인에 올린 어떤 분 예상은 상상을 초월하던데.. 이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겠지요. 아무튼 배리님 관전평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늘 좋은 글 고맙습니다. 늘 기대하겠습니다. 건강하셔요.. ^^
오늘도 글 관전평 잘 읽었습니다. 일본 해설자는 처음부터 메시에게 적극적인 한 사람의 전담 마크가 붙지 않은 점에 대해서 허 감독이 어떤 식의 해법을 준비하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던 분들은 다섯이 막아도 못 막는 메시를 전담 마크 한다고 막을 수 있겠냐고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단순히 공을 뺏고 패스를 막는 역할이 아닌, 시종일관 거머리 처럼 붙어서 말 걸고 떠들어 대고 문질러대고 하면서 괴롭혀가면서 컨디션을 저하시키는 담당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그런다고 그게 통할 메시도 아니었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런 아쉬움이 좀 남네요. 그 누구 보다도 허 감독님이 많은 반성을 하고 지고 가야 할 짐이 되는 경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2010월드컵의 첫 헤트트릭이나 아르헨티나 축구나 메시 얘기가 나올 때면 이 자료 화면은 두고두고 반복될 테니까요.
차두리 선수가 뛰지 않아 내심 서운했는데… 그래도 우리 선수들 잘 싸워 주었습니다. 다음 경기도 기대해 볼께요…
전… 비기기라도 했음 싶었는데… 정말 설레발은 필패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