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대한민국vs그리스 (2010남아공 월드컵)

2010/6/12 by


1. 개요

2010년 6월 12일,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vs 그리스의 B조 첫번째 경기가 열렸다. 빠르고 예리한 축구를 구사하는 한국과 탄탄한 축구를 구사하는 두 팀의 경기는 16강 진출을 위해 양 팀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2. 포메이션

대한민국 4-4-2                               그리스 4-3-3

┌─────────────┬──────────────┐
│  이영표 박지성    │         토로시디스│
│             │              │
├─┐           │    지올리니스   ┌─┤
│정│이정수 김정우 염기훈│게카스   파파도풀루스│초│
│ │           │    카라구니스   │르│
│성│           │하리스테아스      │바│
│룡│조용형 기성용 박주영│        빈트라 │스│
├─┘           │사마라스        └─┤
│             │    카추라니스     │
│  차두리 이청용    │        세이타리디스│
└─────────────┴──────────────┘


3. 경기 양상

조심스럽게 한국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는 전반 2분, 사마라스의 크로스가 코너킥으로 연결되면서 첫번째 위기로 연결됐으나 코너킥에 이은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빗나가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어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는 6분 이영표가 영리하게 얻어낸 프리킥을 이정수가 멋진 골로 연결하여 한국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기가 달아올라 양팀은 일진 일퇴의 공방을 시작했다. 한국은 결정적인 페넕티킥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으나 심판이 페널티킥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심판은 박지성의 볼 경합 상황에서 접촉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울을 선언하는 등 다시 미심쩍은 판정을 하기도 했다.

한국은 시간이 갈 수록 경기가 안정되며 대등한 양상이 이어졌다. 한국은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과 염기훈이 자리를 바꿔가며 유기적이고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반면 그리스는 시간이 갈 수록 반칙이 많아지는 초조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스는 점점 더 멀리서도 크로스를 시도하며 문전 볼 경합을 유도했으나 한국은 실점 없이 전반전을 마칠 수 있었다.

후반들어 그리스는 하리스테아스를 케파타노스로 교체하며 부진한 공격수를 교체하며 변화를 시도했으나 전체적으로 수비 안정감이 떨어지며 한국의 공략에 손쉽게 뚫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결국 후반 7분 박지성의 볼커트와 단독 드리블에 이은 추가골로 2-0으로 앞서나갔다. 박지성의 골은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이었으며, 상대 골키퍼를 속이는 잔발과 마지막 슈팅이 일품인 골이었다.

그리스는 연속해서 세 명의 교체카드를 사용하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그럴 수록 분위기는 한국의 우세로 넘어왔다. 이에 따라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가 안정되어갔고 그리스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몸이 무거운 모습을 노출했다. 그럴 수록 한국 선수들은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한국은 차두리의 훌륭한 크로스에 이은 박주영의 슈팅 등 아쉬운 찬스를 많이 놓치며 전반적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반면 그리스는 하프라인 부근부터 길게 올려주며 후반 20분 경부터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이어갔고 세 차례 이상의 슈팅과 세 차례의 연이은 코너킥을 이어가며 한국을 압박해 왔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수비조직력이 흐트러지며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허정무 감독은 28분경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기성용을 빼고 김남일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그러나 한국은 교체 이후에도 다소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후반 35분, 그리스의 결정적 슈팅까지 있었으나 정성룡 선수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바로 대답이라도 하듯 박주영의 통렬한 중거리 슛으로 화답했다.  결국 한국은 이 슛을 기점으로 흐름을 가져오며 주도권을 찾았다. 결국 한국은 후반 41분 지친 박주영 선수를 이승렬 선수로 교체했다. 전방에서 상대를 활발하게 교란함으로써 그리스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한국은 후반 45분, 이청용을 빼고 김재성을 투입하며 마지막 굳히기에 들어갔고, 경기는 2-0 한국의 승리로 종료되었다.

3. 안정된 조직력의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경기 초반과 후반 중간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된 조직력과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4-4-2 포메이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삼선의 밸런스(수비,미드필더,공격의 세 가지 Line)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으며 이에 따라 그리스의 공격이 시간이 갈 수록 무뎌지는 원인이 되었다. 그 동안의 평가전에서 한국의 4-4-2 전술의 문제점은 중앙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간의 간격이었는데, 허정무 감독은 전반 중반부터 박지성 선수를 중앙으로 이동시켜 4-5-1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며 중앙에서의 숫적 우세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새롭게 선보인 4-5-1 포메이션은 기존의 4-2-3-1 포메이션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는데, 일반적인 4-4-2와 유사한 라인 밸런스를 가져가면서도 박지성이 중앙에 포진했기 때문에 4-2-3-1보다는 4-5-1에 가까왔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중앙에서 숫적 우세를 통해 그리스의 미드필더를 실종시켰다. 결국 그리스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최전방의 공격수 두명에게 긴 패스를 연결하는 일명 뻥축구를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그리스의 전형적인 전술이기도 했지만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전술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은 이러한 전술 변화를 경기 중에 수시로 가져가며 그리스에게 혼란을 주었다는 점도 평가할 만 하다.

4. 날카로운 공격, 떨어진 골 결정력

대한민국은 이번 경기에서 매우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크로스와 관련해서는 큰 기대를 못 받았던 차두리 선수의 멋진 크로스가 골로 연결됐다면 전반적인 양상까지도 바뀔 수 있을만큼의 플레이였고 이 밖에도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었던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이런 찬스를 골로 연결하지 못한 부분은 월드컵 내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실 그리스는 B조 최 약체로 분류되는 것이 맞다. 그런 그리스를 상대로 이런 찬스에서 2골을 기록한 것이 물론 잘못은 아니지만 무척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서 또 중요한 점은 골잡이 박주영 선수의 득점이 없었다는 점이다. 찬스를 여러 차례 얻었음에도 골을 넣지 못했는데, 운도 따르지 않았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 경기 이후에 있을 아르헨티나 전이나 나이지리아 전이다. 그 경기에서는 이렇게 많은 찬스를 얻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찬스가 왔을 때 반드시 결정을 지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공격진은 충분히 결정을 지을 능력은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를 “당연히 넣는 것”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5. 훌륭했던 위기 관리 능력

대한민국이 빛난 부분은 안정적인 조직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기 탈출 능력을 들 수 있다. 전반 초반 그리스의 공세를 안정적으로 막아냈던 것도 있지만, 가장 위험했던 부분은 후반 중반이었다. 후반 중반에서 그리스는 3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하며 공격에 올인했고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각 선수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와 함께 이 상황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축구 경기를 하다 보면 원래 이기고 있으면서도 상대에게 흐름이 넘어가는 일이 많다. 진정한 강팀은 이런 상황에서 실점을 하지 않고 침착하게 기다리며 다시 흐름을 찾아온다. 흐름을 잡은 팀도 시간이 갈 수록 득점을 하지 못하면 초조해지게 마련이고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팀은 이런 상대의 실수를 분위기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

결국 대한민국은 후반 중반 계속되던 위기에서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고 10여분의 위기를 지나 박주영 선수의 중거리 슛팅을 만들어가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대한민국은 다시 주도권을 가져왔고, 결국 후반 막판에는 그리스를 의도대로 다루어가며 승리로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이런 능력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있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90분 내내 위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90분 경기를 계속해서 침착하고 끈기있게 대응해 나간다면 무승부, 더 나아가 승리를 하는 것도 불가능만은 아닐 것이다.

6. 선수 평가

박주영 – 사실상 원톱의 역할을 수행하며 고군분투했다. 여러 차례 찬스를 놓친 점은 아쉽지만 상대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여러 차례 멋지게 상대 수비라인을 뚫어냈다.

염기훈 – 공격수로 출전했지만 좌측 측면에서 활약하며 오른쪽 코너킥도 전담했다. 중간중간 볼을 끌다가 끊기기도 한 점이 아쉽지만 어느 정도의 역할은 해 주었다. 4-4-2, 4-5-1 쉬프트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수비시에도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다.

박지성 – 전체적으로 경기를 조율하며 추가골을 기록했다. 특히 추가골은 상대 골키퍼를 속이는 잔발과 무게중심 이동에 이은 침착한 슈팅이었다는 점에서 빛났다. Man of the Match 에 선정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눈에 잘 안띄는 실수가 있었던 점이 약간 아쉽다. (그는 최고의 선수니까 이런 아쉬움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청용 – 활발하고 좋은 모습이었고 몇 차례 결정적 찬스를 얻기도 했지만 지난 경기들에서 보여주었던 활약에는 다소 못미쳤다.

기성용 – 첫 골을 기록한 프리킥은 일품이었으나 점차 상대와의 싸움에서 밀리며 결국 교체되었다.  그래도 우려되던 것보다는 나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김정우 – 미드필드에서 상대의 공격을 상당히 많이 무력화 시켰다. 숨은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이영표 – 영리한 플레이로 상대의 왼쪽 측면을 잘 막아냈고 공격 전개도 뛰어났다. 사실상 수비라인을 조율한 수비진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차두리 – 당초 우려와 달리 그리스의 사마라스 선수를 완전히 막아내어 결국 교체당하게 만들었다. 공격시에도 날카로운 크로스를 선보였다.  오범석과의 주전 경쟁에서도 완승한 것으로 보인다. 훌륭했다. 차범근 감독의 해설 때문에 차두리를 낮추어 볼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이정수 – 전반 초반 골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한 차례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좋은 모습이었다.

조용형 – 월드컵 이후 EPL 진출 가능성이 놀랍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정성용 – 예상과 달리 선발 출전했다. 여러 차례 선방을 보여주며 괜찮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나와야 할 때 나오지 않고 골문을 지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고 이로 인해 불안한 상황을 몇 차례 자초했다. 이운재 선수는 이런 부분이 강점인데 다소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골문을 지킬지는 확실해 보이지 않는다.

김남일 – 교체 투입되어 그리스의 미드필더를 무력화시키며 자기 몫을 해냈다. 그러나 과거의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보다는 다소 폼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이승렬 – 생각보다는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된다.

김재성 – 거의 볼을 잡을 기회가 없었다.

7. 정리 및 남은 경기 전망

대한민국은 첫 경기를 완승으로 이끌며 좋은 출발을 했다. 경기력도 좋았고 골 장면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제대로 된 플레이를 통해 승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위기에서도 침착하고 끈기있게 버텨냈다는 점도 훌륭했다. 그러나 좋은 찬스를 여러 차례 놓쳤고 몇 차례 위기를 자초하거나 불필요한 플레이를 했다는 점은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탑 5 에 들어가는 아르헨티나를 상대해야 한다. 메시-테베즈-이과인으로 이어지는 공격진은 가히 세계 최강이라고 할 만하다. 아르헨티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뒤로 물러서거나 공격수를 마크하기만 해서는 안되며 상대의 후방을 압박해 패스가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볼을 끊은 후 얻어낼 역습 찬스를 잘 살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 상황에서 박지성 선수가 얻어낼 프리킥 찬스를 살릴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무승부 이상으로 넘긴다면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의외로 순조롭게 이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아르헨티나전을 포기하고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리를 얻겠다는 자세보다는 아르헨티나 전 역시 수비적이지만 기필코 이기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대한민국에 승리를 안겨준 선수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Barry Lee


11 Comments

  1.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 보해잎새주

    잘봤습니다 ^^

  3. Lain

    어제의 감동이 새록새록~! =)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도 잘 치러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4. KJH

    관전평 잘 봤습니다.
    그리고 어제 이겨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5. 와우 이 전문적 식견!~ 깔끔한 정리!! 역쉬 배리님!

  6. 그러게요.. 좀 밀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꼭 이겨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7. jaewon

    좋은 관전 평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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