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vs 수원 경기에 대한 소고

2008/4/14 by


오늘은 그냥 간단한 소고를 써 볼까 합니다.

수원이 밀린 전반

GS와 수원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전반엔 수원이 형편없이 밀렸지요. 후반에도 초반엔 좀 밀리는가 싶었는데 신영록 선수의 골이 난 후에는 GS의 수비진이 무너져버리더군요. 얼마 안 있어 신영록의 추가골이 있었고 그 뒤로는 다소 팽팽하달까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GS가 주도권을 잡은 경기였습니다.

밀린 이유를 살펴봅시다. 일단 전반엔 아래와 같은 포메이션 이었습니다.

    영록빠  에두
안효연        이관우
   조원희  박현범
이정수 마토 곽희주 송종국
     이운재

보통 두 명의 DM을 두는 4-4-2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존재는 바로 두 명의 AM입니다. 박현범 선수가 워낙 공격에 잘 가세하는 편이어서 조원희 선수가 DM이라면 박현범 선수가 MC 정도이기는 했습니다. 또 그렇게 보면 이런 포메이션으로 보이기도 했지요

    영록빠
안효연     에두
    이관우
      박현범
   조원희
이정수 마토 곽희주 송종국
     이운재

이렇게 4-3-3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안효연 선수가 묶였다는 겁니다. 전반 막판에 가까와질 때 까지 안효연 선수는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이관우 선수도 동반 침몰 까지는 아니더라도, 패스가 영 헛나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더군요.

뚫어줄 선수와 패스해 줄 선수가 버벅이고 있으니 당연히 미들에서 자꾸만 패스미스가 나고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결국 밀리는 경기가 된 겁니다.

그런데 이 잘못이 모두 두 선수에게만 있을까요? 사실 두 골을 넣은 수훈갑이기는 하지만 신영록 선수와 에두 선수 역시 이 날 문제의 핵심입니다. 제가 지난 수원 전력 분석에서 칭찬에 칭찬을 했듯이, 수원의 돌풍의 핵심은 이 두 선수가 수비 가담을 워낙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두 선수는 전반에 수비 가담이 별로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거의 없었습니다.

여기에 수원이 밀린 또 다른 이유는 GS 선수들이 작정하고 너죽고 나죽자 식으로 압박을 했다는 점입니다. 네 명의 공격진이 공을 제대로 잡을 기회도 없을 정도로 압박을 해 댄 것이죠.

양상이 바뀐 후반

이런 경기 양상은 후반에 안효연 선수를 대신해서 남궁웅 선수가 교체 투입되면서 서서히 바뀝니다. 저는 하프타임에 안효연, 이관우, 신영록 세 선수가 교체 대상으로 보았는데, 신영록 선수가 골을 넣으면서 에두 선수가 교체되더군요. 위의 세 선수를 교체 대상으로 보았던 이유는 그 세 선수가 전반에 수원이 밀리게 만든 원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안효연 선수를 대신해 양상민 선수가 투입되고 이관우 선수를 대신해 안영학 선수가 투입되지 않을까 했는데 – 아무래도 원정이므로 다소 수비적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 – 저의 예상을 뒤엎고 남궁웅 선수와 서동현 선수가 투입되더군요. AM 을 빼고 공격진을 넣다니! 그것도 원정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의 공격축구죠.

아무튼 남궁웅 선수는 며칠 전의 부진함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 상당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솔직히 말해 수원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세기가 떨어지는 부분은 있었습니다만 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했습니다.

물론 이 경기의 흐름이 바뀐 핵심은 바로 신영록 선수의 골입니다. 하지만 그 골이 나기 직전의 모습을 유심히 보면 선수들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반 내내 수원은 패스가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상대의 패스를 끊지 못하거나, 공을 뺏기 위한 경합에서 반박자 늦어 볼을 빼앗기는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그런데 신영록 선수의 골이 나기 직전 조원희 선수(로 보이는 선수)가 반 박자 빠르게 볼을 끊어 내어 에두 선수에게 패스했고, 에두 역시 반 박자 빠르게 신영록 선수에게 패스를 했습니다. 워낙 신영록 선수의 골이 기가막히게 들어가기는 했지만 바로 이 두 번의 패스가 이날의 승부를 결정지은 승부처였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후에는 GS 선수들이 우왕좌왕 하다가 반쯤 자멸하는 기특한 모습을 보였으니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마토와 이운재 이 두 선수에게는 정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

수원의 약점, 그리고 약점의 극복

어째 쓰다보니 소고가 아니라 대고가 되고 있어 핵심만 쓸까 합니다.

잘 모르는 분은 수원이 뻥축구를 한다 하지만 사실 수원은 미드필드를 거쳐가는 플레이를 위주로 합니다. 다만 이런 플레이가 계속되면서 막히면, 반대로 단번에 넘어가는 킬패스로 역습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즉, 미드필드 플레이와 역습 플레이를 동시에 위협적으로 구사하는 대단히 강한 팀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양상은 사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꾸준히 보여준 모습입니다. 다만 이렇게 역습의 순간에 결정지어주는 선수가 거의 없어 나드손이 있을 때와 없을 떄의 플레이가 확연히 차이가 났던 것 뿐입니다. 올해에는 에두와 신영록, 서동현이 확실하게 결정을 지어주고 있는 것이죠.

이런 스타일에서 핵심은 바로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미드필드에서의 패싱 플레이입니다. 무슨 아르헨티나처럼 패싱을 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원터치 패스를 이어가면서 계속해서 전진 패스를 시도하는 것이 수원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런 플레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계속해서 뛰면서 압박과 밀착 마크를 하는 것입니다.

이 날 GS가 수원을 전반에 확실히 묶을 수 있었던 방법은 바로 이겁니다. 여기에 수원 수비진의 특징인 “돌아 뛰는 것이 느리다는 점”을 착실히 공략해 왔습니다.

수원이 예전과 올해 차이가 나는 점은 이런 상대의 플레이가 이어질 때 실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비진도 잘 하기는 하지만 이운재 선수의 선방이 훨씬 늘어났고, 여기에 솔직히 운도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운이 따른다는 것에는 수원의 미드필더들이 상대 공격진의 움직임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정확하지 못한 슛팅을 유도하는 것 역시 이면에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바로 조원희 선수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그 원동력입니다.

이렇게 전반에 실점을 하지 않았기에 수원이 승리할 수 있었고, 이런 플레이는 올 시즌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는 점이 바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조원희 선수가 무슨 로보트도 아니고, 쉴 때에는 쉬어줘야 하니까요. 과연 조원희, 박현범 두 선수가 없을 때 백지훈+안영학+홍순학 선수가 어느 정도 해 줄지도 관건이겠지요. 개인 기량이야 더 나을 수 있겠습니다만 조원희 선수 정도의 역할을 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스콜스가 아무리 잘해도 박지성 같은 활동량을 보여주지 못하듯이 말입니다.

아무튼 올해는 훨씬 더 흥미진진합니다. 작년 처럼 우직한 강함이 아니라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이게 막히면 저것도 하고, 전부 다 막히면 수비를 철저히 하면서 인내하기도 하는 더 강한 팀이 됐으니까요.

아무튼 우리 수원 화이팅입니다.

배리 이진행

PS> 더불어 카드섹션도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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