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대한민국vs벨라루스 “부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2010/5/31 by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전지 훈련지에서 대한민국과 벨라루스의 평가전이 있었습니다. 6명까지만 교체할 수 있는 A매치로 치르게 된 이 경기는 그리스전을 대비한 모의고사 격이었습니다. 벨라루스가 그리스와 다소 유사한 스타일의 경기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양 팀은 모두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한국이 균형잡힌 4-4-2를 추구한 반면 벨라루스는 수비에 치중한 4-4-2로 2선과 3선, 즉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페널티 지역까지 깊숙히 내리는 형태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시종 답답한 경기로 일관하다가 후반전에 벨라루스의 날카로운 공격에 실점을 하여 경기는 0-1 패배로 종료되었습니다.


이번 관전평에서는 상세한 포메이션이나 경기 내용은 생략하고, 어째서 이번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경기를 본 분들이라면 대개 눈치채셨겠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움직임이 거의 없거나 둔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선수들이 시차 적응이나 고지대 적응을 하지 못해서인지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느리거나 제 때 제 위치에 도달해 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보니 패스나 움직임에서 상대 수비 헛점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체로 상대가 미리 대기하고 있거나 막기 쉬운 위치로 이어졌습니다.


이 경기에 앞서 있었던 스페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보면 느낄 수 있는 점이 양 팀 선수들 모두 한국 선수들보다 볼터치가 매우 좋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상 한국 선수들의 볼 터치는 그다지 좋지는 않은 편입니다. 이것은 어려서부터의 훈련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신체적으로 원래 그런 미세한 움직임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상대를 압도하려면 한 발 먼저 뛰어 상대의 헛점으로 파고들던가, 수비시에도 한 발 먼저 뛰어 상대를 압박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움직임이 부족하면 벌어지는 현상 중 가장 큰 것은 공격시 효과적인 패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경기를 보면 중앙 미드필더인 신형민 선수가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볼을 애매하게 컨트롤 하다가 빼앗겨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다른 선수들의 패스도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이는 패스를 받을 선수들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첫번째 패인은 컨디션 저하로 인한 움직임 부족, 그리고 이로 인해 패스가 끊기거나 날카롭지 못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컨디션을 제대로 끌어올리면 어느 정도 방지가 된다는 점에서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된 부분이 바로 미드필드의 실종입니다. 경기 내내 기성용과 신형민, 혹은 김남일 등이 그다지 눈에 많이 띄지 않았습니다. 김남일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었는데 신형민은 보이면 실수 연발, 실수가 없으면 안 보이는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원 싸움에서 자꾸 밀리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상대가 중원에서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게 해 주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중앙 미드필더가 밀리게 되면 수비수는 위기감을 느끼고 뒷걸음질을 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2선과 3선의 간격이 벌어지며 공간이 발생합니다. 이 공간을 위험 지역이라고 하는데, 이 공간에서 공격수가 공을 잡으면 바로 슈팅으로 연결할 수도 있고 상대 수비수만 제끼면 바로 골키퍼와 1대 1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기에서도 이런 식으로 2선과 3선이 벌어지며 중앙 미드필더는 실종되고 중앙수비수는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점 장면에서도 이 공간에 상대 공격수를 혼자 놔두었던 모습에서 이 문제는 바로 경기의 승패로 연결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4-4-2 포메이션에서 2선과 3선이 벌어지는 문제는 한국 대표팀에겐 상당히 고질적인 문제점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미들이 활발하게 제 역할을 해주고, 이와 함께 수비라인이 자신감 있게 밀고 올라오며 2선과 3선의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수비진의 역량이 부족한데다 삼선의 간격이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기 좋은 팀을 상대로는 이것이 유지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리스와 같은 팀을 상대로 할 때에는 단번에 제껴질 염려가 적은 편이므로 아무래도 4-4-2를 유지하며 전체적으로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정답일 수 있습니다. 대표팀이 이미 4-2-3-1이라는 포메이션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경기에서 4-2-3-1로 전환을 하지 않았던 것은 허정무 감독이 그리스 전에서는 4-4-2만 사용하려고 생각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스 역시 이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고, 이를 깨기 위해 한국의 중앙 수비수와 그리스의 공격수를 향해 뜬 공을 공급하여 자꾸 부딪히게 함으로써 라인을 무너뜨리거나, 혹은 미드필더에게 강한 몸싸움을 걸어와서 이를 무너뜨림으로써 한국의 수비라인이 자꾸 뒷걸음질을 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2선과 3선의 간격이 벌어지며 공간이 노출되고, 이 공간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득점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대표팀의 부진의 원인, 즉 패배의 원인은 시차 적응 문제 또는 기타 문제로 인한 컨디션 저하, 그리로 이로 인한 움직임의 부재가 첫번째이며, 이 과정에서 미드필드가 무너지고 수비라인이 뒷걸음질 친 것이 두번째 원인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간이 발생하고 선수들 간에 신뢰가 무너져 서로 떠넘기기를 하게 되어 상대 선수에 대한 마크나 지역에 대한 사전 점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실점을 하게 되는 것이고, 공격도 자꾸 템포가 늦어지면서 공격할 곳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경기 역시 이러한 점을 여지 없이 노출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이 경기를 관전한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도, 대한민국의 허정무 감독도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그리스의 경우 한국의 불안한 중앙 수비진과 중앙 미드필더에게 강한 태클과 신체 경합 등을 통해 삼선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고, 허정무 감독은 이 삼선의 간격 유지와 협력 플레이 유지에 촛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기에서 문제점을 많이 노출한 신형민 선수의 경우 주전으로 뛰기는 어려울 듯 하고, 결국 김정우 선수와 기성용 선수 조합이 최종적으로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낙점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부상으로 낙마한 곽태휘 선수의 자리를 강민수 선수가 채우더라도 바로 주전 수비수가 되기는 어려울 듯 하고, 그보다는 조용형 – 이정수 체제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기에서 또다른 실망스러운 선수는 바로 이근호와 안정환 선수입니다. 이근호는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안정환 선수는 아예 존재 자체가 실종된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이 두 선수 중 한 선수는 최종 명단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나마 조금 나은 이근호가 살아남을지, 혹은 그래도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노련한 안정환 선수가 살아남을지는 허정무 감독도 많이 고민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다음 경기는 스페인과의 평가전입니다. 8년전의 리턴 매치라는 점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모의고사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가는 경기입니다. 물론 아르헨티나와는 다른 점도 많지만, 아무래도 출중한 기본기와 함께 유연한 패스 플레이에 능하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가장 아르헨티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 허정무 호가 4-2-3-1을 들고 나올지도 관전할만한 포인트입니다. 4-2-3-1을 들고 나오게 되면 중앙 침투는 압박으로, 측면 공격은 밀어내는 쪽으로 수비를 할 것이고, 이와 함께 중앙지향적 공격수들을 포진시켜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시도할 것인지도 관심사입니다.


아무튼, 이 평가전들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문제점을 잘 보완하여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합니다.


Barry Lee


3 Comments

  1. ertai1

    주전 중앙수비수를 잃었다는 손실은 뼈아프네요… 어흑… 그것도 대표팀에서 가장 세트피스 수비가 좋은 선수인데요…

  2. ㅇㅇㅇ

    벨로루시전은 선수들이 부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월드컵 10여일 남겨놓고 부상을 당하기 싫었을 것인데 상대가 거칠게 나왔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부상선수는 월드컵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점과 시차적응과 고지대적응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 벌어진 평가전이라는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 ㅇㅇㅇ

    그러나 본선에서는 다를 것입니다. 상대가 거칠게 나오더라도 몸싸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맞받아 치든 아니면 스피드와 패스를 활용하든간에 벨로루시전과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우리를 우습게 본 그리스에게 완승을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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