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수원 vs 경남 2007.7.23. 수원 편향
2007년 5월 23일 수요일 저녁 7시, 빅버드에서는 수원과 경남의 K리그 컵대회 경기가 있었습니다. 경남은 이미 토너먼트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고 수원은 승점을 추가하면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일방적인 경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경남의 박항서 감독 역시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태도로 맞불을 놓아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1. 포메이션
최근 수원의 경기에서 포메이션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김남일 선수를 리베로 형태로 기용하면서 4백과 3백이 수시로 변화하기도 하고 3톱과 2톱이 경기 중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날 경기에서는 대략적으로 일정한 틀을 유지했습니다.
3-4-1-2
←에 두 나드손→
안정환
양상민 김진우 홍순학 조원희
박주성 김남일 이싸빅
박호진
후반전 에두→박성배, 나드손→남궁웅, 박주성→문민귀 교체.
문민귀 교체 투입시 다음과 같이 위치 변동
←박성배 남궁웅→
안정환
문민귀 김진우 홍순학 조원희
양상민 김남일 이싸빅
박호진
2. 경기 내용
전반 초반에서 중반까지 경남은 수원의 공격에 물러서지 않으며 맞섰습니다. 이 결과 수원은 위협적인 공격을 그다지 많이 선보이지 못했고 반면 경남은 단번에 수원 3백의 측면으로 찔러들어오는 다이렉트 패스를 이용해 공격을 풀어나갔습니다. 오히려 전반 중반까지 수원은 대체로 잘게잘게 잘라 들어가며 미드필드를 이용하는 전술을 활용했지만 경남의 선수비 후역습 플레이에 말려들며 번번히 중간에 차단되었습니다.
전반 중반 이후 수원은 단번에 찔러주는 다이렉트 패스를 몇 차례 시도하였습니다. 이 시도 자체는 계속해서 경남에게 차단당했지만 이러한 흐름이 경남의 미드필더들로 하여금 전진 수비를 시도하게 하며 경남 수비진에 공간을 형성하도록 유도했으며 3명의 공격수와 측면 미드필더들이 이 공간에서 패스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경기가 확실하게 풀리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경남의 수비를 흔들던 수원은 43분에 김진우 선수가 측면의 에두에게 열어준 패스를 에두가 개인 측면 돌파를 시도하며 발목의 스냅을 이용한 수비와 골키퍼 사이로 강하게 휘어져 올라가는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 크로스를 뛰어들던 나드손 선수가 다이빙 헤딩 슛을 시도해 첫 골로 연결했습니다. 또한, 2분 후 김진우 선수의 쓰루패스를 나드손 선수가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며 경남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에서 강한 슈팅으로 골로 연결했습니다. 이렇게 팽팽하던 경기는 순식간에 2-0으로 벌어지며 전반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후반 들어 경남은 전반의 기세가 많이 약해지며 수원에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원은 에두와 나드손을 쉬게 하며 남궁웅과 박성배를 투입했고, 교체 투입된 남궁웅 선수는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둔 상황에서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어려운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후 안정환 선수가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며 감각적인 마무리 쐐기골을 넣으며 수원은 4-0으로 스코어 차이를 크게 벌려 놓았습니다.
이후 수원은 파상 공세를 계속했으나 선수들이 조금씩 욕심을 부린 탓인지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추가 골을 기록하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4-0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3. 2진이 아닌 더블 스쿼드, 그러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차범근 감독은 그 동안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거나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 위주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습니다. 부진했던 나드손, 안정환을 공격진에 투입했고,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못한 김진우, 조원희, 박주성 선수를 투입했습니다. 또한, 나이에 걸맞지 않게 2년차 슬럼프를 겪던 (실제로 2년차는 아니지만) 박호진 골키퍼가 선발 출장했고, 부상으로 쉬던 이싸빅 선수가 출장했습니다. 여기에 서브 멤버로 문민귀, 남궁웅 등 얼굴 보기 힘들던 선수들이 대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선수들은 오늘 골을 기록하거나 결정적인 수훈을 하며 수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빛을 던져주었고, 차범근 감독에게는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사실 주전 멤버라고 해도 하태균, 서동현, 이현진 선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인데다, 이들이 경쟁 상대가 바로 이 경기에 출전한 나드손, 안정환, 남궁웅, 박성배 선수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네 명의 “벤치” 선수들이야말로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만한 막강한 공격진입니다. 미드필드에서도 아이언맨 김진우 선수가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고, 문민귀 선수 역시 결코 벤치로 밀릴 수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서브 멤버의 고른 활약은 전체적으로 보아 매우 좋은 현상이지만, 어찌보면 반드시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경기에서 언뜻언뜻 드러났던 점은 선수들간의 호흡이 잘 안맞는다거나, 혹은 리그 경기에서만큼 전술적인 유연함이나 패스의 질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선수들의 기량 차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경기를 하지 않는 선수들간의 경기 감각 저하와 호흡 불일치가 주원인입니다.
즉, 한 두 선수가 컨디션이 올라온다면 멤버를 바꾸어가며 전체적인 컨디션 유지를 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선수들이 주전 경쟁을 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호흡을 맞추고 팀 전술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비록 리그 컵 토너먼트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하지 못하는 수원에게 과연 이렇게 많은 좋은 선수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팀 전술과 팀웍을 유지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현재 수원에게 닥친 어려운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는 바로 감독입니다. 고지식한 전술에서 유연한 전술로 환골탈태한 차범근 감독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입니다.
4. 나드손의 부활, 남궁웅의 골, 그리고 안정환의 골
부상과 임대 생활 동안 감각과 체력이 떨어지고 살도 많이 붙었던 나드손 선수가 두 골을 기록했습니다. 계속해서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던 나드손 선수가 기록한 두 골은 그가 “원 샷 원 킬”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나드손 선수는 두 개의 슛팅을 기록했고, 이 두 개의 슛팅이 유효 슛팅이었으며, 골이었습니다. 첫번째 골은 그림같은 다이빙 헤딩 골이었고, 두번째 골은 넣기가 쉽지 않은 사각에서 강력하게 차 넣은 골이었습니다.
나드손 선수가 완벽하게 부활했느냐라고 한다면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아직 나드손 선수는 팀의 전술에 완전히 녹아내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동작도 아직은 약간 순발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부활하고 있음은 분명하게 보여주었으며, 이것은 상대 감독에게 또다른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골문 앞에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선수이니까요.
남궁웅 선수의 골은 그가 상무 제대 후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미래가 밝기는 하지만 현재 수원에서 그의 자리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팬들도, 심지어 선수 본인도 확신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물론 그의 기량은 K리그 어느 팀에서나 주전을 꿰찰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이 경기에서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몇 장면에서 과도하게 욕심을 부린 것은 조금 적절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환 선수의 골에 대해 선수 본인은 “주워먹기 골이었을 뿐” 이라며 평가 절하 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대충 있다가 주워먹은 골은 아닙니다. 우선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렸으며, 쇄도하는 상대 골키퍼를 피해 감각적인 슛으로 골을 넣은 것입니다. 따라서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최근 기사를 보면 안정환 선수가 타이어 끌기라던가 셔틀런 등 고단한 개인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후반기에 대비하기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쉬운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정환 선수에게 주제넘은 충고를 하나 하겠습니다. 순수하게 기뻐해 보십시오. 과연 20대 초반의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그것이 만약 다른 선수의 슛이 안정환 선수 엉덩이를 맞고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시큰둥 하셨겠습니까? 그 당시, 안정환 선수는 축구를, 드리블을, 상대를 농락하는 것을 즐겼고, 골을 넣으면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더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혼자 화내고 자책합니다.
팀에게 있어 4-0 승리라고 해도 결국 한 골 한 골이 소중하게 기쁩니다. 팬들은 골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골을 넣어준, 그리고 팀에 공헌해 준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감사해 합니다. 그래서 10대 0으로 이기더라도 모든 골에 기뻐해 주고, 모든 골에 함께 세레머니 서포팅을 해 줍니다.
안정환 선수 역시 골을 넣었습니다. 주워먹기건 식은죽 먹기건 어쨌든 골입니다. 모두들 기뻐했습니다. 팬도, 동료 선수도, 감독도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안정환 선수 혼자만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순수하게 기뻐하세요. 기쁨을 나누세요. 삼성이라고 그랬다고 서포터들이 화냈는데, 그게 단지 삼성이라고 했다고 그러는게 아닙니다. 기쁨을 함께 나누려 하지 않는 안정환 선수에게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안정환 선수에게 한 골에 만족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한 골 한 골을 소중하게, 기쁘게 생각하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어 팀이 되자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안정환 선수 역시 더욱 빠르게 부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박주성과 싸빅, 그리고 김남일의 센터백
시즌 초반 이후 경기에 뛰지 못하던 박주성 선수는 그런대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버래핑도 간혹 나왔고 상대 공격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박주성 선수의 무게 중심이 조금 높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이 결과 상대의 빠른 방향 전환에 완전하게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고 몇 차례 상대의 크로스를 허용했습니다. 상대가 개인기가 뛰어난 팀이 아닌 경남이었기에 망정이지 울산이나 성남 같은 팀이었다면 상대에게 큰 기회를 몇 차례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주성 선수 스스로가 좀 더 수비 테크닉과 자세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싸빅 선수는 부상 이후 오랜만에 봅니다. 여전히 매우 괜찮은, 그렇지만 한 두 차례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부상으로 인해 컨디션이 떨어진 만큼 일단 감각을 회복하는데에 관심을 두고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으면 합니다.
김남일 선수의 센터백은 보면 볼 수록 홍명보 선수를 연상시키지만, 또 반대로 몇 가지 차이를 보입니다. 홍명보 선수는 2002 월드컵 이전까지는 분명하게 스위퍼를 보았습니다. 물론 클럽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2002년에 플랫 3백을 운용하면서 수비라인의 조율이라는 점이 강화된 것입니다.
김남일 선수의 경우 수비라인의 조율을 잘 하고는 있지만 스위퍼라기 보다는 전진수비를 하는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의 자리를 오고가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특히 상대 공격수가 들어오면 중앙 센터백 답게 공격수를 마크할 수비수를 지정하고 자기는 다음 위치를 선점하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나가서 상대의 맥을 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이 보기에 멋지기는 하지만 이를 잘 알고 있는 개인 기량이 좋은 선수에게는 만에 하나라도 역으로 당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비형 미드필더 뒤에는 수비수가 두명이나 세명이 있지만, 중앙 센터백 뒤에는 골키퍼 말고는 커버 플레이하는 동료 수비수 한 두명 뿐이라는 점입니다. 김남일 선수의 수비가 매우 훌륭하기는 합니다만 수비시에 이 점을 잊지 않고 조금 안정적으로 가져갈 것을 부탁해 봅니다. 아울러,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볼을 잡은 경우 끌지 말고 바로 안전한 지역으로 패스하거나 걷어낼 것도 주문해 봅니다. 몇 차례 볼을 끄는 모습이 잠깐 있었는데, 상대 감독들이 이런 버릇을 분석하면 아마도 집요하게 공략해 올 것으로 보입니다.
6. 결론과 전망
선수가 많이 바뀌어서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이 경기 역시 왜 수원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우선, 수비진은 카멜레온처럼 변화하지만 매우 안정적인 수비를 해주고, 미드필더들은 공간을 선점하며 공수 양면에서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합니다. 공격진은 필요할 때 마무리를 지어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단 못먹어도 고를 외치는 듯 상당히 공격 일변도를 추구합니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니 상대는 뒤로 물러서고, 공간이 생기고, 결국 골을 먹고 무너집니다.
이러한 상승세는 쉽게 꺾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 이런 저런 트집을 잡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좋은 모습입니다. 다음 컵대회 경기 상대인 성남은 매우 균형잡힌 팀이긴 합니다만 조금 더 노련한 자세로 임한다면 좋은 승부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차범근 감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배리 이진행 ( http://www.barrysfamily.net/barry )





축구와 사진을 사랑하며 트위터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 어머니와 아내, 두 딸들을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참지 못하는 늦깎이 열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