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그룹 팔로잉에 대한 단상

2010/3/23 by

최근 한 사이트에서 그룹 팔로잉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룹 팔로잉이란 누군가가 그룹을 만들면 다른 사람들이 그 그룹에 참여하고, 그 그룹에 참여한 사람끼리는 자동으로 서로서로 팔로우가 되도록 해주는 기능이다. 보통 트위터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누구를 팔로우해야 할지 잘 모르게 마련이고, 이와 같은 기능을 이용하면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서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래 트위터에는 리스트라는 기능이 있다. 리스트는 앞서 언급한 그룹 팔로잉과는 달리 개인이 만들되 그 리스트를 통째로 팔로우할 수는 있어도 그 리스트에 포함된 사람들 개개인을 팔로우할 수는 없다. 즉, @A 라는 사람이 만든 리스트는 그 사람이 생각한 일종의 방송 채널이 되고, 그 리스트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시청”할 수 있게 되는 개념이다. 리스트에서 팔로우와 팔로잉 간에는 전혀 접점이 없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는 현재 팔로잉이 약 2500명, 그리고 필자를 팔로우하는 분들이 약 4500명 정도다. 어떤 분이 자신은 팔로잉이 50명이 되니까 점점 정신이 없어지는데 몇백명 되는 분은 어떻게 트위터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필자도 팔로잉이 몇백명이던 시절이 있고, 지금은 또 몇천명 수준이 됐으니 이에 대해 할 말은 조금 있는 편이다.

트위터에서 팔로잉이 몇십명 수준일 때에는 그냥 하루에 몇 번 접속해서 무슨 글이 올라왔나 궁금해하는 정도다. 타임라인에 올라온 글이 없으면 실망하고, 또 한 명이 너무 도배를 하면 그 사람을 아쉽지만 언팔로우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몇백명 수준이 되면 이른바 1급 고수 레벨은 된 것이다. 이쯤되면 누가 좀 도배한다고 해도 별 신경이 안쓰인다. 이미 타임라인은 한번 리프레시 될 때 마다 몇 개의 글이 지나가고, 2-3분에 멘션 하나쯤은 주고 받게 되니까.

개인적으로 이 시기의 트위터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팔로어건 팔로잉이건 대충 다 아는 분들이고, 또 투닥투닥 싸움도 나고 그런다. 슬슬 마음 속의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하고, 특별히 친한 사람도 생기는 것이 바로 이 시기다. 당구로 보면 50-120 정도의 다마수이고, 온라인 게임에서는 한참 파티를 이루며 사람들과 친해지는 시기랄까.

그런데 팔로잉이 천 명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제 이것도 힘들어 진다. 몇십분 마다 접속해서 타임라인을 들여다보면 이미 좀아까 봤던 트윗은 찾을 수도 없다. 멘션이 예전의 타임라인처럼 흘러가기 시작해서, 이젠 멘션을 대답하다보면 타임라인은 볼 시간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쯤의 타임라인은 그야말로 라디오 방송과 같다. 라디오방송은 특정 프로그램을 찾아서 듣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냥 차에 타면 미리 맞추어 둔 채널이 자동으로 나오고, 또 아쉽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끄고 내린다. 이 시기의 타임라인도, 미리 자기가 설정해 둔 채널 (자신의 팔로잉)을 틀어서 흘러가는 것을 보다가 시간 되면 끄고 내리는 식이다.


필자가 요새 취미삼아 재미삼아 짜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 짹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은 자신의 트윗과 멘션, 그리고 DM을 백업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처음 짤 때에 백업을 하기 위해 짠 것이 아니라 수아 @5oa 라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짠 프로그램이 시작이다.

트위터에서 점호 요정으로 유명한 수아는 미리 신청한 분들에게 점호를 하고, 이에 대해 리플라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애정 멘션을 날려준다. 어찌보면 조금 유치할 수도 있고, 실제로 해 보면 참 기분 좋은 이 이벤트는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수아가 방송에도 나오고 하다보니 점호를 원하는 분이 많이 늘었고, 그러다보니 하루도 못 쉬고 이 점호 이벤트를 진행하는 수아도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점호를 하다말고 잠이 들어서 다음날 아침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됐다.

이 모습을 보던 필자가 하루는 수아에게 손 든 사람 명단을 어떻게 애정멘션에 옮기냐고 물어보니 일일히 손으로 타이핑하거나 복사-붙여넣기를 한다는 대답을 했다. 그래서 필자는 짬을 내서 자기에게 온 멘션에서 아이디를 추출한 후 이걸로 애정 멘션을 140자에 맞추어 만들어 주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짰다.

그런데 이걸 수아에게 줬더니 이 친구가 또 점호하시는 분들께 신의를 지킨다고 정말 피곤할 때에만 가끔 사용할 뿐, 여전히 손으로 복사-붙여넣기를 하는게 아닌가. 사실 필자는 처음 이 프로그램을 건내준 다음날에 아예 자동으로 트윗까지 해 주는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수아에게 도저히 이 자동 트윗까지 되는 버전을 주기가 그래서 “그래도 줄까?”라고 물어봤더니 “아니에요.그건 점호에 응해주시는 분들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라는 예쁜 대답이 돌아왔다.


필자가 언급한 이 짹짹 프로그램을 심심할 때 마다 손보면서 어떤 기능을 넣을까 고민하곤 한다. 그리고 자신이 팔로우한 리스트의 팔로잉을 자동으로 팔로우 해주는 기능을 넣을까 고민해 보았다. 그런데 첫번째 걸리는 점은 API 리밋, 그리고 두번째로 걸리는 점은 이것이 과연 트위터의 사상에 맞는 것일까 하는 점이었다.

사실 트위터 직원도 아닌 필자가 트위터의 사상까지 나서서 고민한다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위터는 나름의 사상을 담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트위터 직원들도 얼마나 알고 있을지 잘 모르고, 필자도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리스트 기능을 만들면서, 리스트 구성원에 대한 일괄 팔로잉 기능을 넣지 않은 데에는 적어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트위터가 소셜 네트워킹이라는 점에서 출발하는게 아닐까 싶다.


소셜 네트워킹이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이어짐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그런 부분이 없이 이어진 연결은 그냥 화면상에 있는 글자, 팔로잉 카운트 안에 있는 숫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겠는가? 자신의 팔로잉 리스트를 보면서 도대체 왜 여기 들어와 있는지도 모를 사람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네트워크가 아닌, 그냥 리스트일 뿐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치트키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그런데 치트키를 사용하게 되면 결국 그 게임은 쉽게 질리고 재미가 없어져서 일찍 그만두게 된다. 그 이유는 어려움을 넘어서는 재미와 함께,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물 – 레벨과 같은 – 이 자신이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착을 잃어 버려서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룹 팔로잉과 같은 기능을 이용해 얻어진 수 십, 수 백의 팔로잉은 결국 치트키로 얻어진 레벨이나 HP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 안에서 팔로잉은 더 이상 나와 네트워크된 사람이 아니라 리스트상의 글자요 팔로잉 카운트의 숫자일 것이다. 여기에는 애착도, 관심도 있을 수 없고, 그래서 더욱 빨리 트위터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이것을 나쁘다고, 무슨 죄악이나 되는 것처럼 말할 생각은 없다. 트위터가 수 많은 가능성을 위해 API를 공개해 놓은 것에는, 이와 같은 방식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서비스 자체도 트위터의 여러 가지 모습 중 하나인 것이고, 트위터 생태계(Twitter Ecosystem) 에 참여한 개체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걱정되는 점이 있다. 트위터 유저 100명과 이야기해 보면 그 100명은 모두 트위터에 대해 다르게 말한다. 자기가 팔로우하고 자기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구성원에 따라 100인 100색의 트위터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진 그룹”에 의존해서 자신의 트위터 팔로잉을 구성하게 되면 결국 서로 비슷비슷한 트위터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오늘 본 한 블로그 글 중에 한국의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바로 네이버라는 글이 있었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획일적이고 부정확한 정보가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다양성과 정확성을 빼앗아가버렸다는 점을 지적한 글이었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이처럼 획일적이고 따라하기적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트위터 그룹 팔로잉이 바로 이처럼 트위터마져도 그냥 찍어내듯 획일적인 트위터 환경을 양산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트위터를 사용하게 될 많은 한국인들에게 트위터는 더 이상 가능성의 땅이 아니라 “따라하기의 땅”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그런데, 참고로 원래 팔로잉은 트위터 API 공식 용어로 friends 로 부른다. 당신은 친구 사귈 때 그 사람이 누군지, 나와 마음이 맞는지 살펴보고 사귀는가, 아니면 우리 학교 아이들은 무조건 내 친구야, 라고 하는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선택이 있을 뿐..


Barry Lee


21 Comments

  1. 댓글이 너무 길다고 올려지질 않네요 ㅠㅠ;;

  2. 트위터에 대한 barry 님의 훌륭하신 철학, 잘 읽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나를 따르는 사람들의 개념이, 팔로워가 점점 늘어감에 따라 친구나 지인의 개념은 거의 사라지고 시장통에서 서로 밀치고 지나가는 주변 사람 정도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엄연한 현실이네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누구를 어떻게 만나서 친해져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

    잘 지내시죠?

    • 아쉽기도 하지만, 또 그게 트위터의 특성이려니 해야겠죠.
      저도 뭐가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사라님 자주 못 뵈어서 아쉬워요 T_T

  3. 음..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시는 글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팔로우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편입니다. 정말 추리고 추려서 팔로우 하고 대신 모든 글을 읽으려고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팔로우 수는 151명, 딱 좋습니다. 어디가서 팔로 해달라고 얘기하지도 않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짹쨱 에러가 나긴 해도 잘 돌아갑니다. ^^;;

  4. ggisuuu

    저도 그룹 팔로잉,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안했네요 :)
    뭔가 본질과 벗어난다는 느낌..

  5. 숫자의 적고 많음 보다는 자신의 의견이나 대화에 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글 놓칠까봐 전 팔로윙 많이 못하겠습니다.
    암튼 배리님이 대단해 보여요. +_+

  6. hegler02

    그룹팔로윙이라는게 있었군요..ㅎㅎ 그런걸 왜 만드는지 모르겠네요..아무래도 팔로워숫자가 많으면 뭔가 대단해 보이는 것같은 느낌 때문 일까요?

  7. 그 곳에 같이 있는 다른 하나도 한 때 말이 많던 맞팔율계산기였죠.
    한번 하면 자동으로 트윗되면서 순위까지 만들고는 맞팔바라는 사람들한테 두고두고 쓰이던데, 저한테도 가끔 그런 분들 팔로우가 오는 것 같긴 하지만, 그런 팔로우나, 그룹팔로우해서 얻는게 뭐가 있나 싶어요.
    저같은 경우도 물론 예외도 있지만 전혀 멘션없는 최근 500여분의 팔로워보다, 한분한분 대화 나눠가며 팔로우 했던 오래전의 500여분이 더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걸요.
    트윗밋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당도, 그 안에서 끼리끼리 노는 것도 좋게만 보이지 않는 저로선 정말-_-;;

  8. Barry Lee님의 글을 잘읽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저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초보들에게는 그룹 모임에서 서로 팔로잉을 해줘서 동기를 갖을수 있도록 해주고 그 이후에는 님게서 말씀하신 것처럼 재미가 붙었을때 부터는 진정한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같은 부류의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차원으로 발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 저자 미치조엘(식스 픽셀)은 블로그나 모든 sns 의 클릭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보다 질이고 진정성이 담긴 글들이 많은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팔로수가 중요한게 아니고 얼마나 진정한 대화를 트윗친구들과 함께하느냐 겠죠? 진정한 사회적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10. 흠.. 그래서 요즘 팔로잉 해 주는 분들 트위터에 가 보면 타임라인에 'more' 버튼도 없는데 팔로잉/팔로어가 수백명씩 있었던거였군요… 저도 처음 트위터 시작 했을때 썰렁함때문에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추천해 주고 싶은 방법은 아닌듯합니다. 경험상 처음에 팔로잉/팔로어 거의 없어서 썰렁한 것도 슬프지만, 팔로어 천명 넘는데도 내 트윗에 아무도 반응 없을때 받는 상처가 더 크다는… ㅡ.ㅡ 트위터 하는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야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말씀대로 친구 사귀듯 한사람한사람 차분히 사귀어 가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11. 정확히 제가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 써주셨네요.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2. 아, 앞부분은 궁금했던 부분이고. 뒷부분은 제가 최근에 트위터(와 다음의 yozm)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3. 아..정말 고민이 되는 문제이네요.. 트위터의 목적성? 여러가지 해석이 즐비할 수가 있겠네요..저도 트위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겠어요..ㅎ

  14. 궁금..

    계정에 따라 에러가 발생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어떤 계정은 잘되는데 어떤계정은 에러가 발생되더라구요

    • Barry Lee

      정확하게 어떤 에러가 나는지를 말씀하셔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15. 장재영

    대단하세요 많은도움감사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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