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2007 K리그 수원vs인천 (2007.05.12. 수원 편향)

2007/5/12 by

2007년 5월 12일 토요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 빅버드에서는 수원과 인천의 K리그 경기가 있었습니다. 수원은 리그 2경기 연속 3점 득점에 4경기 11골이라는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고, 인천은 막강 원정 경기 승률이라는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1. 포메이션


이런 황당할 데가.. 왔다갔다 함
먼저 3-5-2 또는 3-4-3
    하태균 서동현
      이현진
양상민 이관우 홍순학 송종국
   마토 김남일 곽희주
      이운재


또는 4-3-3 또는 4-4-2 -_-;;;
   하태균 서동현
          이현진
  홍순학 김남일 이관우
양상민 마토 곽희주 송종국
      이운재


교체 후
이현진 -> 김대의 교체시 포메이션 변동 없음
이관우 -> 안정환 교체 후 3-3-4 또는 4-2-1-3 -_-;;;;;;;;;


  하태균 안정환 서동현
김대의           
양상민   홍순학   송종국
  마토  김남일  곽희주


또는


  하태균 안정환 서동현
김대의           
     김남일 홍순학
양상민 마토 곽희주  송종국


이후 홍순학 -> 백지훈 교체하며 사실상 4-1-2-3 또는 3-3-1-3


  하태균 안정환 서동현
김대의     백지훈      
     김남일
양상민 마토 곽희주  송종국


  하태균 안정환 서동현
김대의   백지훈           
양상민         송종국
  마토  김남일  곽희주



포메이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저 아래에…


2. 경기 개요


경기 시작과 함께 인천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함인지 매우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세에 이어지는 슈팅은 자신감에 차있던 수원 선수들을 찔끔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반 5분 이후 수원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하면서 전반 내내 수원의 공세가 이어졌고 인천은 간간히 역습을 시도하는 모양세를 보였습니다. 전반 후반 들어 인천도 공격에 나서기는 했지만 수원의 기세에 밀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수원이 주도권을 잡은 데에는 이현진, 서동현, 하태균으로 이어지는 영건들의 패기넘치면서도 위협적인 공격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태균 선수는 상대 골문 앞에서 수비수 등지고 가슴으로 볼을 트래핑하며 터닝 슛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비록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기는 했지만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면 금주의 골은 따놓은 당상일만큼 멋진 슈팅이었습니다.


공세를 이어가던 수원은 마토, 양상민의 프리킥 실패에 이어 세 번째 프리킥 슈팅 찬스에서 이관우 선수가 멋지게 휘어지는 프리킥 골을 성공시킴으로써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이관우 선수의 슈팅은 골키퍼가 막아볼 엄두가 안날 정도로 크게 휘어지는 궤적을 그리며 골문에 빨려들어갑니다.


후반 들어 수원은 패기넘치기는 하지만 세기가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이던 이현진을 빼고 최근 스파이더맨 세레머니로 주목받고 있는 김대의 선수를 투입합니다. 이현진 선수는 전반 내내 매우 공격적으로 플레이했으나 김대의 선수의 경우 조금 더 수비에도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지난 몇 경기와는 달리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원은 이후 교체와 함께 포메이션을 계속 전환해가며 매우 공격적으로 플레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칠게 나오는 인천의 선수들과 몸싸움 및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양팀은 무려 6개의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전반에 비해 다소 밀고 당기는 형태로 경기 양상이 바뀌기는 했지만 인천의 데얀 선수는 지난 몇 경기의 모습과는 달리 수원의 마토와 곽희주에게 완전히 묶여버림으로써 경기 내내 슈팅을 몇 차례 하지도 못했으며 그나마 위협적이었던 모습은 다소 공간이 있는 상황에서의 중거리슛 정도였습니다. 반면 수원의 공격수들은 여러 차례 찬스를 잡으며 추가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으나 골 결정력 부족과 인천 골키퍼 김이섭 선수의 선방에 번번히 막히며 결국 경기는 1-0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3. 이것이 바로 공격 축구다.


시즌 초반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팀의 K리그 초짜 감독 하나가 “공격 축구” 운운하다가 리그 최다 경기 무득점 경신 직전까지 갔던 것은 관심 밖의 일이라고 하고, 어쨌든 이번 경기에서 차범근 감독은 “공격 축구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모습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리 홈 경기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1-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중반 이후 아예 공격수를 4명이나 포진시키는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K리그의 무재배 농가로 유명한 몇몇 감독들의 경우 1-0으로 리드하는 상황에서 후반전을 맞이하면 잠그기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차범근 감독은 4명의 공격수로 맞불을 놓아버린 것입니다. 진정 공격 축구라고 할만한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골 결정력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무려 22개의 슈팅을 기록한 수원의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수들의 악착같은 수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숫자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인천의 수비수들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이 결과 후반 중반 이후 인천이 공격에 나서는 상황에서 인천 수비수들이 자꾸만 뒷걸음질치며 미드필드를 수원에게 완전히 내주는 상황이 발생했고, 오히려 이 공간을 수비 강화에 활용하기 보다는 최근 물만난 고기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백지훈 선수에게 내어 줌으로써 공격을 더 한층 강화하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보통 리뷰에는 잘 안쓰는 표현이지만, 글자 그대로 ㄷㄷㄷ(덜덜덜)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K리그의 어느 팀이 김대의-서동현-하태균-안정환으로 이어지는 공격진에 백지훈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뒤를 받치고 있는 수원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4. 그런데 도대체 포메이션이 뭐지?


보통 리뷰를 쓰게 되면 기본 포메이션을 적어놓고 시작합니다. 경기 중에 변화를 주더라도 보통은 일정한 틀 안에서 움직이게 마련입니다. 4백<->3백의 전환이 이루어질 때도 한번 전환하면 교체나 경기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위에도 설명한 바와 같이, 경기를 보면서도 도무지 “기본 포메이션”이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려울만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 수원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술의 근간에는 바로 김남일 선수의 센터백 기용이 있었습니다.


김남일 선수가 뒤를 받칠 경우 마토가 전진하며 3백으로 기동하고, 반대로 김남일 선수가 전진 수비를 하면 양상민-마토-곽희주-송종국으로 이어지는 4백을 형성하였습니다. 이렇게 김남일 선수가 전진할 경우 김남일 선수의 전진 패스가 바로 서동현, 하태균 선수에게 이어지며 위협적인 역습도 이루어졌고, 반대로 김남일 선수가 뒤로 물러날 경우에는 좌우 측면을 이용한 공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수원 경기를 죽자고 보아온 팬들도 경기 전에 포메이션을 짐작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기 중에도 지금의 포메이션이 무엇인지 감을 잡기 힘들정도의 변화는, 분명히 상대 팀의 감독에게는 골머리를 썩게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포메이션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포메이션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지는 공격 전술과 수비 전술의 변화는 상대팀으로 하여금 공격하기도, 수비하기도 힘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경기를 조율할 능력이 있는 선수가 없는 대부분의 K리그 팀들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너무 경직되고 단순한 전술을 구사한다는 말을 듣던 차범근 감독은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구사하며 대반전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차범근 감독의 작품일까요? 아니면 선수들에게 맡겨두고 대충 알아서 하게 두는 상황이 잘 맞아 떨어진 것일까요?


5. 자신감으로 무장한 창의적인 템포 축구


필자가 과거 언급한 대로 지금의 수원 축구는 분명 차범근 감독이 꾸준히 이야기하던 템포 축구입니다. 어떤 때에는 빠른 템포로, 다른 때에는 느린 템포로. 갑자기 아기자기한 패스를 하다가 갑자기 다이렉트 패스로 이어지는 수원의 공격, 여기에 공격수 들의 개인 기량도 모두 발군이니 상대팀으로서는 알고도 막기 힘듭니다.


또한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할 점이 있으니, 그것은 선수들 스스로가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창의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알아서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제서야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서로의 능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법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말이 맞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결과를 얻어낸 것은 감독의 역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수원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기량이 뛰어난 선배 선수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다가도 어린 선수들이 패기있게 끌고 나가기도 하면서 서로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넘치고 결과적으로 빠른 패스웍이 이루어지며, 그것이 롱패스이건 숏패스이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변화하더라도 서로 잘 대응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을 때 타격이 크다는 점입니다. 2005, 2006 시즌에 드러난 바와 같이 선수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경기가 안 풀리고 서로에게 책임 전가하듯 하는 플레이 – 뻥축구용 롱패스와 같은 – 가 나오게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최근 수원 플레이의 핵심은 서로에 대한 믿음,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최고 수준의 기량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이전 글에서 약팀이 수원을 상대할 때에는 거칠게 플레이해서 수원 선수들이 위축되게 만들면 된다고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 인천 선수들 역시 매우 거칠게 플레이 했습니다. 수원 선수들이 위축되고 몸을 사리며 뒤로 물러서기를 기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과거와 달랐습니다. 수원 선수들은 오히려 더 거칠게 맞부딪혔으며, 감독은 이런 선수들을 믿고 오히려 공격을 강화하는 초강수를 둡니다. 믿어주는 마음에 신이나는 수비수들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고, 이런 든든한 수비를 뒤에 둔 공격수들은 상대 진영을 마음껏 휘저었습니다.


이러한 강세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팀 정신을 수원의 선수들이 잊지 않는 한 리그 우승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모습, 바로 우리가 빅 리그의 최고 팀들에게서 본 바로 그 모습입니다.


6. 빛나는 영건의 활약


이 경기에서 잊지 않고 지적해야 하는 것이 바로 영건들의 활약입니다. 이현진-하태균-서동현으로 이어지는 공격진, 그 뒤에서 파고드는 백지훈 선수는 모두 20대 초반의 영건들입니다. 최근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백지훈 선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현진 선수는 과거 김대의 선수의 전성기 직전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동현-하태균의 투 타워는 단순한 헤딩축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볼 키핑과 발재간, 그리고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면에서 이미 리그 어느 팀에서든 주전을 꿰찰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하태균 선수의 경우 반 니스텔루이를 연상시키는 유연한 몸놀림과 체격 조건은 물론이려니와, 자신에게 볼이 올 경우 무책임한 백패스가 아니라 반드시 상대 골문을 향하는 쪽으로 볼의 움직임을 돌려놓고 어떻게든 다음으로 연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흔히 가장 바람직한 공격 방향을 상대 수비수가 없는 쪽이라고들 이야기하는데, 사실 공격수에게 있어 가장 모범적인 공격 방향은 바로 상대 골문이 있는 쪽입니다. 하태균 선수는 필자가 보아온 공격수 중에서 이러한 모범적인 움직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 적어도 그 나이 또래에서는 – 선수입니다. 앞날이 매우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7. 안정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안정환 선수를 두고 차범근 감독이나 언론, 심지어 그랑블루에서도 “안정환이 살아나야한다” 라고 말을 합니다. “안정환 선수가 살아나면 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합니다.


“안정환 선수가 팀에 크게 도움이 되면 플레이도 살아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안정환 선수의 움직임은 다분히 이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격수에게 있어 이기적인 움직임은 중요한 허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반대의 비판을 받는 에두 선수는 결정적 찬스에서도 패스할 곳을 찾다가 골을 못 넣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선수들이나 안정환 선수 본인이 그 순간의 플레이의 중점을 “팀이 신바람 나는 축구를 해서 승리하는 것” 이 아니라 “안정환 선수의 컨디션이 회복되는 것” 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안정환 선수가 투입되기 전까지 수원의 선수들은 서로 서로에게 패스하고 패스 받고, 밀어주고 당겨주며 경기를 “즐겁게”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안정환 선수가 투입된 이후에는 모두가 “제왕의 부활”에 플레이의 중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물론, 꼭 그렇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안정환 선수의 투입 이후 “신이 나서” 플레이하던 모습이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선, 안정환 선수와 차범근 감독, 그리고 모든 선수들의 생각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안정환 선수는 존재 자체로도 중압감을 주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그의 재능은 사실 골 결정력이나 한템포 빠른 슈팅 말고도, 넓고 창의적인 시야와 패싱 능력,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 상대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뛰어난 동료들은 이미 주변에 24시간 상시대기 중입니다.


안정환 선수 스스로가 “팀이 뜨면 나도 뜬다” 라는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떠야 팀이 뜬다”가 아닙니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안정환 선수 없어도 팀은 잘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닥칠 위기에서 “컨디션이 회복된 안정환” 이라는 존재는 위기를 돌파할 전략 핵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현재로서는 하태균, 서동현, 이현진, 백지훈 선수와 같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함께 웃고 함께 믿고, 함께 플레이하는 모습을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제왕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8. 신바람 축구, 우승으로 향하라


지금 수원의 축구는 글자 그대로 신바람 축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고 감독이고 팬들이고 모두들 신바람이 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겨서 신바람 나는” 축구가 아니라 “신바람 나게 하다보니 이기는” 축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위기가 닥칠 수도 있을 것이고, 경기에서 지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심판이 어이없는 오심을 할 수도 있고, 상대가 아예 담그겠다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원 선수들이 잊지말아야 할 것은, 서로를, 자신을 믿고 신바람 나게 공을 차면 수원을 막아설 팀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경기마다 비장함과 냉정함을 잃지 말고,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 맞받아치고, 상대가 뒷걸음질치면 쫓아가서 박살내버리겠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수원의 올 시즌 우승, 기대해 보겠습니다.


배리 이진행
( http://www.barrysfamily.net/bar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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